메뉴 건너뛰기

close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얼굴 그을림과 가장 큰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속담에는 봄 햇빛이 가을 햇빛보다 더 강해서 피부 건강 등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내포돼 있다. 

그러나 하늘의 청명함이 비슷하다면, 과학적으로는 봄·가을 햇살에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자외선 강도 등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런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 건, 아무래도 봄에는 햇빛이 소중한 겨울을 난 직후여서 햇빛을 쬘 확률이 높은 반면, 가을은 햇빛이 강한 여름에 이어 찾아오기 때문에 해를 피하는 행동 양태가 지배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달라져 고부간의 갈등 양상도 변했지만, 자외선 차단제 등의 등장으로 햇빛을 대하는 현대인들의 태도 또한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들도 야외 활동 때는 이른바 선크림 등을 바르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요즘 사람들이 안면에 내리쬐는 자외선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선글라스나 마스크, 모자, 두건 등으로 얼굴을 최대한 감추는 것이 한 가지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 부위에 바르는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얼굴을 꽁꽁 감싸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자외선 차단은 숨쉬기가 불편할 수도 있고, 시야 확보에 제한이 따를 수도 있다. 
 
자외선 감광 카메라로 찍은 사진. 왼쪽은 선크림을, 오른쪽은 자외선 차단 보습제를 발랐을 때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옅게 보이는 부분이 선크림 혹은 보습제가 안 발라지거나 대충 발라진 부위이다. 동일인임에도 눈꺼풀 등에는 자외선 차단 보습제를 제대로 바르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자외선 감광 카메라로 찍은 사진. 왼쪽은 선크림을, 오른쪽은 자외선 차단 보습제를 발랐을 때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옅게 보이는 부분이 선크림 혹은 보습제가 안 발라지거나 대충 발라진 부위이다. 동일인임에도 눈꺼풀 등에는 자외선 차단 보습제를 제대로 바르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 영국 리버풀대학교 연구진

관련사진보기

 
자외선 차단제가 유행하는 건 물리적으로 이처럼 얼굴을 가리는 데 따르는 불편 혹은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물리적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자외선의 피부 침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활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선크림(혹은 선스크린)과 자외선 차단 보습제가 그 것이다. 후자의 경우 피부 보습을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햇빛이 강한 계절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동일한 성분이 같은 함량 들어 있다면, 선크림이나 자외선 차단 보습제(이하 보습제)나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개는 함량 등에서 이 두 제품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헌데 보다 큰 문제는 이 두 종류 제품의 사용 양상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연구팀이 실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습제 사용자들은 자외선이 유발하는 피부암 발생에 취약한 얼굴 부위를 덜 커버하는 경향이 있다. 즉 눈 주변은 피부암이 빈발하는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보습제를 잘 발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땀 등이 흘러 눈이 불편한 등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기자의 얼굴에서 피부암 발생이 적은 부위를 하늘색 실선으로 나타냈다. 이마와 광대뼈 주변은 세포 등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피부암 발생 확률이 낮다.
 기자의 얼굴에서 피부암 발생이 적은 부위를 하늘색 실선으로 나타냈다. 이마와 광대뼈 주변은 세포 등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피부암 발생 확률이 낮다.
ⓒ 김창엽

관련사진보기

 
연구팀은 84명의 실험 참여자들을 2차례에 걸쳐 각각 선크림과 보습제를 바르게 한 결과 동일인이라도 차단제보다는 선크림을 보다 광범위하게 얼굴에 바른다는 점을 밝혀냈다. 즉 선크림의 경우 얼굴 전체 부위 가운데 평균적으로 89%가량을 바른 데 반해, 차단제는 83% 남짓에 그쳤다는 것이다. 6% 포인트에 조금 못 미치는 차이였지만, 특히 얼굴 피부암이 빈발하는 눈 주변에서 이런 차이가 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얼굴 전체 부위 가운데 피부암은 광대뼈 부근과 이마 전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빈발한다. 특히 눈 주변은 발생하기도 쉽거니와 암 발생 시 심미적 측면 등에서도 좋지 않아 환자들에게 타격이 크다. 

눈 주변 가운데서도 코와 눈 사이는 특히 선크림이나 보습제로 자외선 차단이 쉽지 않은 부위이다. 선크림이나 보습제를 발랐더라도 장시간 자외선 노출이 많은 야외 활동을 한다면 선글래스 착용이 사실상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춘분을 지나 4월에 접어들면서 햇빛은 한층 강도를 더하고 있다. 혹자는 봄(혹은 가을) 햇빛이 여름보다 더 심한 그을림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늘이 맑은 정도가 비슷하다면 자외선 강도는 여름이 더 세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럼에도 봄 햇빛에 얼굴 그을림이 심하다는 인식은 햇빛의 입사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름 햇빛은 하늘에서 수직에 가깝게 지상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모자 등을 쓰거나 창가 등에 자리할 경우 얼굴에 직접적으로 쪼이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봄이나 가을은 햇빛이 비스듬이 얼굴을 향하는 탓에 노출 부위가 더 크고 이런 탓에 그을림 범위 또한 더 넓을 수 있다. 

심한 얼굴 그을림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입체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일 게다. 즉 물리적(선글라스 혹은 마스크 등), 화학적(차단제나 보습제) 수단을 적절히 섞어 활용함으로써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태그:#햇빛, #자외선, #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