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함께 개봉한 <돈> <악질경찰> <우상>

지난 20일 함께 개봉한 <돈> <악질경찰> <우상> ⓒ 쇼박스, 워너브라더스코리아,CGV아트하우스

 
"배급이 무슨 깡패냐! 몰려다니게." <돈> <악질경찰> <우상> 등 한국영화 3편이 비수기에 같은 날 동시 등장해 <돈>만 살아남고 있는 것에 대한 배급 전문가의 일갈이다. 흥행분석사이트 '흥행판' 운영자인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배급 이사는 "관객은 뷔페보다는 코스요리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냐"며 "3월이라는 이 엄청난 비수기에 한국영화 3편이 동시에 개봉이 됐다는 것은 그냥 쉽게 이야기 하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개봉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의 흥행에는 대진운도 중요하다. 어느 시기 어떤 영화들과 맞붙게 되느냐에 따라 관객 수가 다르다. 여름과 겨울, 명절 등 성수기는 한국영화가 비수기는 외국영화, 특히 할리우드 대작영화가 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흐름에서 비수기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를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대작 피하려다가... 흥행 난항
 
 3월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캡틴 마블>

3월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캡틴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6일 개봉한 <캡틴 마블>과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한국영화들 입장에서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대작들이다. 비슷한 시기 개봉할 경우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관객 동원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

이 때문에 <캡틴 마블> 개봉 2주가 지난 시점인 20일 한국영화들이 개봉했는데, 3편이 동시 개봉하면서 박스오피스는 흥행하는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로 구분됐다. 영화적 재미에서 앞서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돈>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악질경찰>과 <우상>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악질경찰>과 <우상> 모두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영화적 의미와 작품성에 대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돈>을 상대하기는 벅찬 모습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도 한국영화 3편이 동시에 개봉해 1편을 제외하고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관객이 많이 찾는 성수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한 영화 정도만 살아남는 상태에서 비수기 한국영화 과잉 경쟁은 배급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개봉 전부터 이런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과 함께>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이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세 영화 모두 순제작비만 50억 원 이상씩 들어간 상업영화로 어느 영화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들어가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캡틴마블>의 힘이 다 빠진 상태가 아니어서 시장은 이 영화들을 다 감당할 만큼의 시기가 못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수기에 세 영화가 동시에 개봉하는 이런 일을 보고 있자니 참 마음이 아프다"며 "어쩔 수 없이 어떤 영화는 자신의 몫만큼 (해내겠지만), 어떤 영화는 자신의 깜냥만큼도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다들 4월에 개봉할 <어벤져스>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개봉일을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안타까운 선택이다"라고 덧붙였다.
 
원 대표는 "이제 우리 영화계에 조정 기능은 사라진 것일까? 이제 머리를 맞대고 같이 살아갈 논의를 할 수는 없는 것일까"라며 한국 영화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배급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
 
 이선균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악질경찰>

이선균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악질경찰>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배급업무를 오랜 시간 담당했던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배급이사는 "4월에는 살벌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버티고 있다 보니 갈 곳이 없어, 그래도 제일 만만한 날인 <캡틴마블> 개봉 후 2주 차를 선택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3편이 다 같이 손잡고 갔다는 것에 배급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개봉 시기를 잘못 정해 고생해서 만든 영화들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개봉 첫날 <돈>이 시장에서 50%를 넘기며 1등을 차지해 힘이 이미 빠지기 시작한 <캡틴 마블>을 2위로 밀어냈다"면서 "비수기에는 아무리 영화의 힘이 세도 그리 오래 갈 수 없기에, <돈>이 2주 차를 맞는 시기에 <악질경찰>과 <우상>이 개봉했더라면 조금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악질경찰>이나 <우상> 모두 좋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인데, 세 영화가 서로 박치기를 하는 양상이다 보니 결국 한쪽으로 쏠린 것"이라며 "한 주 정도는 차이를 두고 개봉하는 게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딱 비수기 영화 정도 수준이라서 배급사가 알아서 스스로 바닥을 기었다면 더 할 말은 없지만, 배급 시기를 잘못 선정한 것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경구 한석규 배우가 출연한 <우상>

설경구 한석규 배우가 출연한 <우상> ⓒ CGV아트하우스

 
총제작비가 80억~90억 정도인 세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각각 200만~260만 정도다. 24일 현재 153만을 기록 중인 <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영화는 손익분기점이 도달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악질경찰>은 19만을 목전에 두고 있고, <우상>은 13만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 첫 주 10만 관객을 못 벗어난 것은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두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합쳐서 10% 정도에 불과했다. 각 영화의 배급사는 <돈>은 쇼박스, <악질경찰>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우상>은 CGV아트하우스다.
악질경찰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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