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

NBA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 ⓒ AP/연합뉴스

 
2018-2019 시즌 NBA는 오는 4월 11일(이하 한국시각)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 후 곧바로 양대 컨퍼런스의 우승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이번 시즌 대단히 낯선 봄 농구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바로 올해 플레이오프에는 지난 13시즌 연속 봄 농구에 참가했던 '킹'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이하 르브론)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브루클린 네츠에게 106-111로 패한 레이커스는 정규리그 10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서부 컨퍼런스 8위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승차가 10경기 반으로 벌어졌다. 레이커스가 남은 10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샌안토니오가 남은 9경기에서 모두 패한다 하더라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다.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끝났다는 뜻이다.

사실 레이커스에게 플레이오프 탈락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파우 가솔(밀워키 벅스)이 활약했던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지난 5시즌 동안 한 번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르브론에게는 다르다. 지난 2010-2011시즌부터 8년 연속 파이널 무대를 경험했던 르브론에게 파이널 탈락도 아닌 플레이오프 탈락은 르브론의 프로 경력에서 무려 14년 만에 맞는 매우 낯선 경험이다.

13연속 플레이오프-8연속 파이널, 르브론의 위대한 NBA 커리어

200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입단한 르브론의 NBA 커리어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만년 하위팀 클리블랜드의 젊은 에이스로 외롭게 팀을 이끌었던 시절이다. 르브론은 입단 첫 시즌부터 20.9득점 5.5리바운드 5.9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하며 NBA를 들끓게 할 격이 다른 초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마크 프라이스 시대' 이후 우울했던 클리블랜드에 르브론이라는 밝은 빛이 등장한 것이다.

입단 세 시즌 만에 클리블랜드를 플레이오프 무대로 복귀시킨 르브론은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한 7번의 시즌 동안 신인상과 MVP, 득점왕, 올스타 MVP 2회, 올림픽 금메달 등을 석권하며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특히 2006-2007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워싱턴 위저즈,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차례로 꺾고 파이널에 진출했다. 당시 클리블랜드가 르브론의 원맨팀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르브론은 '스몰 마켓' 클리블랜드의 외로운 에이스로 남기엔 야망이 큰 선수였고 2010년 생방송 이적쇼를 통해 마이애미 히트에서 드래프트 동기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와 조우했다. 우승반지를 위해 슈퍼팀을 찾아 헤매는 '르브론 2기'의 시작이었다.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빅3'를 결성한 마이애미는 2010-2011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4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하며 동부 컨퍼런스를 지배했다. 

마이애미에서도 여전히 팀의 중심으로 활약한 르브론은 마이애미를 두 번의 우승으로 이끌며 파이널 MVP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에게 패한 르브론은 2014년 FA 자격을 얻은 후 친정팀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다. 물론 과거와 달리 돌아온 클리블랜드에서는 르브론을 중심으로 카이리 어빙(보스턴 셀틱스)과 케빈 러브로 이어지는 마이애미 못지 않은 '슈퍼팀'을 구성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한계를 경험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했던 클리블랜드에서의 4년은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르브론은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후 4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하며 8년 연속 파이널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2016년 파이널에서는 MVP를 수상하며 홈팬들 앞에서 "Clevelad, This is For You!"를 외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레이커스와 르브론에게 치명타가 된 '크리스마스의 악몽'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 자격을 얻은 르브론은 지난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는커녕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던 '몰락한 명가' 레이커스를 다음 행선지로 선택했다. 지난 2010년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떠날 때 크게 분노했던 클리블랜드 팬들도 팀에 우승이라는 선물을 남긴 르브론을 웃으며 떠나 보냈다(그리고 르브론을 잃은 클리블랜드는 이번 시즌 2할대 승률에 허덕이고 있다).

르브론이 레이커스를 선택한 이유는 대도시의 좋은 환경 외에도 유망주를 대거 보유한 팀의 밝은 미래도 큰 동기가 됐다. 실제로 레이커스 선수단에는 론조 볼, 카일 쿠즈마,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 같은 앞날이 기대되는 대형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지난 시즌 카일 코버(유타 재즈), 조지 힐(밀워키), J.R.스미스 같은 베테랑이 많은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했던 르브론에게 레이커스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로 레이커스는 시즌 개막 후 32경기에서 19승 13패를 기록하며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로 불리는 서부 컨퍼런스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만 34세 시즌을 맞은 르브론은 다소 줄어든 출전 시간에도 여전히 군계일학의 기량을 선보였고 잉그램,쿠즈마 등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르브론은 골든스테이트와의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당했고 이후 레이커스의 운명은 급격히 바뀌고 말았다.

레이커스는 르브론이 결장한 17경기에서 6승 11패로 부진하며 서부 컨퍼런스 4위였던 순위가 10위까지 떨어졌다. 르브론은 2월 1일 LA클리퍼스전에 복귀했지만 레이커스는 르브론 복귀 후에도 21경기에서 5승 16패로 부진하며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레이커스로서는 르브론 부상 전후로 론조 볼과 잉그램이 각각 왼 발목과 오른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시즌 중반 이후 한 번도 '완전체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 르브론과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플레이오프에 복귀한 후 올 여름 대형 스타들을 영입해 2019-2020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커스의 부활 프로젝트는 첫 시즌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동부 컨퍼런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절, 8년 연속 파이널을 포함해 1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르브론의 서부 컨퍼런스 도전은 첫 시즌부터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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