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오는 23일 막을 올린다. 4위 전주 KCC와 5위 고양 오리온, 24일 3위 창원 LG와 6위 부산 KT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우승을 향한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우승후보 0순위로 지목되는 팀은 단연 울산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43승 11패의 압도적 성적으로 구단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종전 41승)을 세우고 4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귀화혼혈선수 라건아를 필두로 섀넌 쇼터, 아이라 클라크, 함지훈, 이대성, 양동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모벤저스'의 전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 팀이 전주 KCC다. KCC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다. 풍부한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른바 큰 경기에 강하다. 최근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이며 아쉬움을 사고 있으나 한번 상승세를 타게 되면 그 어떤 팀도 두렵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인다. 슬로우 스타터 성향이 강한 하승진(34·221cm)이 별다른 부상 없이 플레이오프를 맞는다는 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주엽 LG 감독 역시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객관적 전력에서 현대모비스가 제일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KCC가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러모로 우승후보를 견제할 강력한 복병임은 분명하다.
 
 브라운-이정현 콤비는 KCC 공격의 출발이자 끝이다.

브라운-이정현 콤비는 KCC 공격의 출발이자 끝이다. ⓒ 전주 KCC

 
아무리 강한 패턴도 분석당하면 약해진다
 
플레이오프는 말 그대로 '전략전쟁'이다. 가진 전력을 모두 쏟아 부어 단기전에 승패를 가려야하는 만큼 변수가 많다. 특히 약점 분석은 필수 중 필수다. 본인 팀의 약점은 최소화하면서 상대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 있다면 승률은 부쩍 올라간다. 단기전인 만큼 한번 허점을 찔리게 될 경우 단시간 내 보강은 쉽지 않다.

KCC는 추승균 감독시절 안드레 에밋(37·191cm)이 첫 손을 보였던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호되게 당한 바 있다. 당시 에밋은 1라운드에 선발된 유일한 단신 외국인선수답게 놀라운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빼어난 운동신경과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골밑으로 파고들어 수비수 사이에서 득점을 성공시키는 기술은 단연 최고였다.

미들슛과 드라이브인을 반복적으로 시도해 진을 빼고 반박자 빠르게 올려놓는 플루터로 포스트를 농락했다. 단신에 속하는 선수였지만 워낙 몸이 탄탄해 어지간한 장신 외국인 선수와 충돌해서 밸런스를 잃지 않고 슛을 성공시켰다. 거기에 외곽슛까지 갖췄던지라 막아내기가 매우 힘들었다. KCC는 그러한 에밋의 개인기를 활용한 이른바 '에밋GO'를 통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쾌속질주가 가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언제까지나 에밋 중심의 1인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더욱이 상대팀은 선수간 밸런스가 좋은 고양 오리온이었다. 오리온에는 에밋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 있는 단신 외국인선수 조 잭슨(27·180.2cm)이 있었다. 잭슨은 무서운 스피드를 통해 내 외곽을 오가며 이른바 수비를 찢어버리는 플레이어였다.

거기에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명인 애런 헤인즈가 버티고 있었으며 김동욱, 허일영, 문태종, 최진수, 장재석, 이승현 등 양과 질적으로 풍부한 장신포워드진이 무서운 위력을 떨쳤다. 공격패턴의 다양성에서 KCC를 압도했다. 결국 KCC는 결승전까지 올라온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오리온에게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우승까지는 힘겹게 만들어냈으나 이미 뻔한 수로 일관하기에 단기전의 변수가 너무도 컸다는 평가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반란을 노리고 있는 KCC 입장에서 과거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된다. 어찌보면 브랜든 브라운(34·193.9cm), 이정현(32·191cm)의 '픽앤롤 플레이'는 과거 '에밋GO'와 비교해 더욱 효율적인 공격 패턴임은 분명하다. 두선수가 내 외곽을 오가며 교대로 경기를 풀어 가는지라 수비하기가 한층 어렵다. 그 와중에 다른 동료들에게 파생되는 플러스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무리하게남발하면 면역이 생긴다. 이미 상대팀에서는 KCC의 주 패턴이자 승부처에서의 필살기인 이정현-브라운의 픽앤롤을 단단히 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다양한 수가 포함되어 있다 해도 파훼법이 상당부분 준비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칫 과거 에밋 중심의 공격 옵션처럼 잘 활용되다가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제2옵션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이유다.
 
 마커스 킨이 깜짝 활약을 해준다면 KCC의 화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마커스 킨이 깜짝 활약을 해준다면 KCC의 화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 전주 KCC

 
깜짝 활약으로 분위기 바꿀 선수는 누구?
 
이정현-브라운을 도와 공격을 이끌 선수로는 단연 차세대 에이스 송교창(23·200cm)과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한 새 단신외국인선수 마커스 킨(24·171.9cm)을 들 수 있다. 송교창은 아직까지 기술적으로는 성장 중인 단계지만 사이즈를 활용한 공격법이 일품이다. 포지션 대비 높이, 스피드에서 모두 장점을 가지고 있어 빠른 공격시 위력이 돋보인다.

KBL 역대 최단신 외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킨은 신장적인 부분에서 불리함이 큰 외국인선수다. 그럼에도 KCC팬들은 이전 마퀴스 티그(26·185.4cm)보다는 모든 면에서 낫다는 평가다.

수비적인 부분이야 티그가 워낙 좋지 않았던지라 킨에게 기대하는 바도 적다. 찬스에서 적절하게 슛을 던져주며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켜주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공격시 팀플레이에 적절히 녹아들게끔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조절만 어느 정도 해준다면 플레이오프에서 괜찮은 활약이 기대된다.

제2옵션에 들어갈 만큼은 아니더라도 예상치 못한 선수의 깜짝 활약 혹은 반등이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민구(28·191cm)는 최근 들어 식스맨으로서도 제대로 중용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한창 때처럼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돌파 후 직접 득점을 노리거나 과감한 패스로 패싱게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

오그먼 감독의 눈에는 불안하게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쓸만한 슈터가 부족한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가져가면서 받아먹기만 잘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패싱능력을 겸비한 슈터는 감독 입장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더 이상 그는 에이스가 아님에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희재, 최승욱은 공격시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둘은 신명호와 더불어 수비의 핵심자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비만 잘하는 이른바 반쪽 선수로 이미지가 굳어져가는 모습이다.

이는 감독의 선수 활용 폭을 좁힐 뿐 아니라 본인들의 입지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찬스에서 던지고 컷인 플레이 등 받아먹기 등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무조건 공격시 빠지는 선수라는 인식을 주면 안된다.

베테랑 이현민도 그런 성향이 강한데 플레이오프같이 큰 경기에서 그런 선수가 넷이나 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상대 수비가 편해지고 KCC 주 공격수들이 타이트한 수비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이 급증할 수 있다. 반면 정희재, 최승욱, 신명호, 이현민 등이 득점에도 도움을 준다면 상대는 힘들고 KCC는 전술을 펼쳐나가기 더욱 용이해지는 플러스 효과가 가능해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KCC 복병 마커스 킨 브라운 이정현 KCC 오리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