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한화 이글스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 이후 FA 자격을 재취득해 한화와 다시 FA 계약(2+1년 최대 26억 원)을 체결했던 외야수 이용규가 개막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주 이후 시범경기를 시작하며 순조롭게 개막을 준비하던 야구계는 이를 '이용규 사태'라고까지 표현하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안처럼 선수가 대놓고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공개 트레이드 요청으로 팀 전력에서 배제된 한화 이용규

공개 트레이드 요청으로 팀 전력에서 배제된 한화 이용규 ⓒ 한화 이글스

 
더구나 이용규는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한 노경은이나 우여곡절 끝에 LG로 이적하게 된 김민성처럼 FA 신분이 아니다. 이미 한화와 엄연히 재계약을 맺은 상태였으므로 더욱 예상 불가능했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루수로 나섰던 정근우가 중견수로 이동하게 되면서 자신의 포지션이 바뀐 데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2번이나 FA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한 이용규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이용규는 신인 시절부터 프라이드가 매우 높았던 선수다. 

이용규는 고교 시절 컨택 능력이 뛰어났지만 더 높은 수준의 파워를 요구하는 프로 무대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컨택 능력을 더 가다듬고 출루 능력과 기민한 주루플레이 등 본인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장점들을 최대한 끌어내 스타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나무 배트를 쓰는 프로 무대에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는 국가대표 주전이 돼 활약했다. 2006년 이후 10여 년간, 이용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그는 하락세를 보였다. 두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한화 구단 입장에선 황당한 상황일 수밖에.

현재 한화의 외야진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때문에 이용규를 하위타순으로 내리고 주 포지션을 변경시킬지 언정 결코 그를 주전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라인업을 짤 수는 없다. 한용덕 감독 역시 이용규가 들어간 라인업이 베스트라고 스프링캠프부터 줄곧 언급해왔다.
 
 개막을 앞두고 이용규 이탈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 한용덕 감독

개막을 앞두고 이용규 이탈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 한용덕 감독 ⓒ 한화 이글스

 
소통의 부재일 수 있다. 코칭 스태프와 정근우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포지션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설득과 소통 노력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한화와 베테랑 선수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던 불펜투수 권혁은 스프링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군 플랜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불만을 느끼고 방출을 요구했다. 한화는 그간의 공헌도를 인정해 대승적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권혁은 곧바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FA 계약 당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용규와 함께 내야수 송광민은 팀의 대우에 아쉬움을 표하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바 있었다. 한화의 FA 잔류군 중에서 유일하게 군말이 나오지 않았던 선수는 성적 부진으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어려웠던 외야수 최진행 뿐이다.
 
 FA 계약 과정에서도 갈등을 보였던 베테랑 이용규와 송광민(출처: KBO야매카툰-베테랑 한파, 가장 불운한 FA는 누구? 편 중/엠스플뉴스)

FA 계약 과정에서도 갈등을 보였던 베테랑 이용규와 송광민(출처: KBO야매카툰-베테랑 한파, 가장 불운한 FA는 누구? 편 중/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한화 박종훈 단장은 17시즌 종료 후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며 팀을 '육성 기조'로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화는 전에 없이 유망주를 모으고 있으며 꾸준한 육성을 통해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리빌딩의 첫 시즌이라고 볼 수 있던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베테랑과의 갈등을 원활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팀 분위기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 또한 이용규와 권혁의 경우 대형 계약을 맺으며 이적한 FA 출신이다. 권혁에 이어 이용규까지 FA 계약기간 이후 좋지 않은 모양새로 끝맺음을 한다면 이후의 FA 영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FA로 팀을 옮기는 선수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FA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와 한화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한화는 이후 FA 시장에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올시즌 한화는 신예 선수들의 성장을 앞세워 내심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노리고 있었다.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예기치 못했던 '이용규 사태'라는 암초에 걸린 한화가 이번 파문을 잘 수습하고 리빌딩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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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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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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