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즌을 시작하는 데 있어 삼성 라이온즈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키스톤 자리 배치였다.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까지 들었던 유격수 자원 이학주를 지명한 데 이어 기존 주전 유격수 김상수까지 FA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오프 시즌 동안 계속 관심을 끌었다.

일단 경험에서는 김상수가 앞서긴 했다. 이학주는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 40인 로스터에 들었고 메이저리그 승격을 앞두고 있었으나 수비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메이저리그 진입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물론 이학주는 그 부상 여파로 인해 군 복무 문제는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할 때 2년의 유예 기간이 있었고, 군 복무로 2년을 보냈던 이대은(kt 위즈)과 달리 이학주는 2년 동안 방황하기도 했다. 때문에 실전 감각은 김상수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김상수와 이학주, 삼성에서 만난 키스톤 프렌즈

김상수와 이학주는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생 동갑내기 선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 선수 모두 최고의 유격수 타이틀을 놓고 경쟁했던 선수였고 김상수는 KBO리그, 이학주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이후 이학주가 삼성의 지명을 받고 김상수가 재계약을 하면서 두 선수는 같은 팀에서 만났고 스프링 캠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동갑내기에다 키스톤으로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팀 주장도 경험했던 김상수가 이학주의 팀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금세 친해졌다.

김상수는 꾸준히 삼성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었고, 이학주 역시 메이저리그 상위 유망주 랭킹까지 들었던 자원이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수비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스프링 캠프 내내 두 선수는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맡아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는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세계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여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역할을 정해야 했다. 경험에서 보면 주전 유격수 경험이 많은 김상수가 유격수를 맡고, 1군 경험이 첫 해인 이학주가 2루수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유격수와 2루수는 둘 다 2루 옆에서 수비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기본적인 타구의 방향과 공의 움직임이 다르고 세부적인 역할도 많이 다르다. 따라서 포지션을 옮기게 되면 그 만큼 혹독한 적응 훈련을 거쳐야 한다.

친구의 적응을 위한 김상수의 양보, 유격수로 시작하는 이학주

이 때문에 삼성의 김한수 감독은 기존에 유격수를 맡아왔던 김상수와 면담을 실시했다. 김한수 감독과 김상수의 면담 결과 김상수가 이학주에게 유격수 자리를 양보하고 2루수를 맡아 시즌을 시작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물론 향후 두 선수의 수비 성적에 따라 서로의 역할은 바뀔 수도 있다.

물론 김상수는 삼성에서의 첫 시즌에 2루수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박진만(현 삼성 라이온즈 수비코치)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시기였고, 신참이었던 김상수가 2루수를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 김상수에게는 새롭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수는 한 팀에서 만나게 된 친구 이학주가 팀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이학주가 김상수 덕분에 팀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밝혔을 정도로 두 선수의 호흡은 좋은 편이다.

2루수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김상수 역시 2루수로서 필요한 역할들에 대해서 잘 적응하고 있다. 스프링 캠프 기간에도 1루 수비 커버 및 중계 등 새롭게 적응이 필요한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물론 포스트 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도 부담 없이 수비를 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3월 13일 대구 수성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서도 김상수는 2루수 겸 1번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이학주는 유격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서의 성적은 김상수가 3타수 무안타, 이학주가 2타수 1안타 1득점이었고 수비에 있어서는 실책 하나 없이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삼성 6-1 승리).

김상수-이학주 콤비, 삼성 도약에 필요한 수비 라인

삼성은 2015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 이후 순위가 급격히 추락했고, 2018년 시즌 KIA 타이거즈와 승차는 없었으나 근소하게 승률에서 밀려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무른 끝에 그래도 시즌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쳤던 중위권으로 복귀한 셈이다.

올 시즌 삼성은 2015년 이후 4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한 의욕이 시범경기부터 드러나고 있다. 김한수 감독이 부임한 2017년 그리고 2018년 2년 동안 삼성은 시범경기에서 도합 3승에 그쳤다. 시범경기 한 시즌 3승이 아닌 두 시즌을 합해서 3승이었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서 삼성은 벌써 2경기를 모두 이겼다. 비록 지난 해 9위였던 KT와의 경기였지만 결코 만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12일 경기에서 삼성과 KT는 도합 7개의 홈런으로 3시간 30분 혈투를 펼쳤고, 13일 경기에서는 백승민의 5타점 활약에 힘입어 6-1로 승리했다.

새롭게 삼성에 합류한 이학주의 2타수 1안타중 1안타는 2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나왔던 안타였다. 백승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이학주는 비록 시범경기지만 결승 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물론 시범경기의 성적이 정규 시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KT는 2017년 시범경기 2위였고, 2018년에는 1위였다. 그리고 정규 시즌에서 각각 10위와 9위에 그쳤다.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는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올 시즌 삼성의 새로운 모습은 리그의 흐름을 뒤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 중심에는 김상수와 이학주 키스톤 콤비의 활약이 큰 열쇠가 된다. 김상수의 루키 시절 선배 유격수로서 김상수의 주전 도약을 도왔던 박진만은 이제 삼성의 수비코치가 되어 김상수와 이학주의 수비 훈련을 돕고 있다. 이학주는 대선배 박진만의 지도와 함께 친구 김상수의 도움도 함께 받으며 KBO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후 포스트 시즌을 치러본 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올 시즌부터 새 경기장을 사용하는 NC 다이노스를 제외하고 홈 경기장에서 포스트 시즌을 한 번도 못 해본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김상수-이학주 콤비로 새롭게 라인업을 무장한 삼성이 최근 몇 년 동안의 암흑기를 딛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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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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