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안우진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안우진이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역투하는 안우진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안우진이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부터 새 파트너와 함께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키움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SK 와이번스)이 이끌던 넥센 히어로즈 시절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2013~16년)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선발진에는 앤디 밴 헤켄이라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가 있었고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위력도 상당했다(물론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등이 포진돼 있던 '넥벤저스 타선'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시절 히어로즈에게도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2009년의 이현승(두산 베어스, 13승) 이후로 5년 동안 '토종 10승 투수'가 실종된 것이다. 2015년 선발로 변신한 한현희가 11승을 올리긴 했지만 그 해 한현희의 11승 중에는 3번의 구원승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2017년 히어로즈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장정석 감독은 토종 선발 투수 육성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최원태라는 든든한 토종 에이스를 발굴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시즌 선발 10승을 채운 한현희가 올해부터 불펜으로 돌아간다. 이보근과 FA계약을 맺고 성폭행 혐의에 연루됐던 마무리 조상우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불펜에 우완 투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현희처럼 젊고 검증된 선발투수가 불펜으로 빠져 나갔지만 장정석 감독은 내년 시즌 선발진 구상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작년 시즌 가을야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괴물루키' 안우진이 선발 투수로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스캔들로 초라하게 막 내리는 듯했던 '괴물신인'의 첫 시즌

2018년 프로에 입성한 1999년생들은 소위 '베이징 키즈'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고 특히 서울지역에 좋은 투수자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덕수고 2학년 시절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양창섭(삼성 라이온즈)는 이미 '완성형 투수'로 평가 받았고 우완 파이어볼러 곽빈(두산)도 배명고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1학년 때부터 투타에서 '괴물'로 불리던 서울고의 강백호(kt 위즈)는 전학생만 아니었다면 단연 최대어로 불렸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 3개 구단 중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을 가진 히어로즈의 선택은 양창섭도 곽빈도 아닌 휘문고의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은 193cm의 큰 신장에서 내리 꽂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 고2때 봉황기에서 휘문고의 우승과 함께 MVP에 선정되며 일찌감치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였던 안우진은 휘문고 선배 이정후의 설득으로 국내 잔류를 결정했고 히어로즈에 1차 지명을 받았다. 히어로즈는 한때 선수를 팔아 팀을 운영할 정도로 구단 살림이 넉넉하지 않지만 '역대급 재능'을 가진 안우진에게 무려 6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이는 히어로즈 역사상 신인 최고 계약금이자 2013년 NC다이노스에 입단했던 윤호솔(한화 이글스, 개명 전 윤형배)에 이어 5년 만에 나온 신인 최고 계약금이었다. 

하지만 안우진은 프로에 입단하기도 전에 '학교폭력'이라는 커다란 스캔들에 휘말리고 말았다. 동기 3명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폭행한 안우진은 청소년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히어로즈 구단은 50경기 출전 금지와 함께 1,2군 스프링캠프 참가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안우진은 징계기간 동안 2군 숙소에서 합숙을 하며 자숙과 함께 개인 훈련을 했다. 안우진이 자숙하는 동안 강백호, 양창섭, 곽빈 등 동기들은 1군 무대에 데뷔해 '베이징 키즈 돌풍'을 일으켰다. 

징계기간이 끝난 5월25일 롯데전에서 1군에 데뷔한 안우진은 5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작년 시즌 1군에서 총 20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시즌 성적은 2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7.19로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경험이 부족하고 스프링캠프조차 소화하지 못한 신인 투수가 곧바로 통할 만큼 프로 1군은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로 큰 관심을 모았던 안우진의 루키 시즌은 그렇게 초라하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가을야구 활약으로 '영웅' 도약, 올해는 선발 투수에 도전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 조상우와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에 연루되며 시즌을 일찍 접었지만 이정후, 박병호,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 등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 시즌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시켰지만 정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은 안우진이 가을야구에서 활약을 해줄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안우진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대활약을 펼쳤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회말 히어로즈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안우진은 3.1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한화 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승리를 챙겼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연소 승리 기록(만19세 1개월 20일)이었다. 안우진은 4차전에서도 5.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며 '괴물신인'의 뒤늦은 등장을 알렸다. 안우진의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2경기 2승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이었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거듭하면서 안우진에 대한 의존은 점점 커졌고 안우진은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하는 무리한 투구를 이어갔다. 1차전에서 김성현에게 3점 홈런, 5차전에서 최항에게 3타점 2루타를 맞은 안우진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승1홀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가을야구 일정을 마쳤다. 비록 팀은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SK에게 패했지만 안우진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야구팬들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필승조 이보근이 FA자격을 얻고 조상우의 복귀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안우진 마무리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보근의 잔류와 조상우의 무혐의로 키움 불펜은 이보근, 김상수, 조상우로 이어지는 우완 필승조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작년 가을야구를 통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안우진이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할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SK의 에이스이자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김광현은 루키 시즌 단 3승에 그쳤다. 하지만 2년 차였던 2008년 16승 4패 2.39로 다승왕과 탈삼진왕, 골든 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정규리그 MVP를 싹쓸이했다. 물론 통산 119승과 한국 시리즈 우승반지만 4개를 가지고 있는 대투수 김광현과 안우진을 직접 비교하긴 무리다. 하지만 키움 구단과 팬들은 2년 차를 맞는 안우진이 11년 전의 김광현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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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선발투수 가을야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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