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성.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배우 고아성이 3.1 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 이야기로 관객과 만난다. ⓒ 아티스트컴퍼니

 
3.1운동의 상징이자 여러 고초를 당하며 결국 옥사한 유관순 열사를 우린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아래 <항거>) 시나리오를 받아든 고아성 역시 같은 고민이 있었다. 촬영하면서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그분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생각하곤 했다"던 고아성의 마음엔 '죄송함'이라는 감정이 차 있었다.

영화는 유관순 열사가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직후부터 1년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와 함께 갇힌 8호실 옥사 동료 25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표정을 세공해 놓았다. <항거>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닌 이유다. 

맞닥뜨리다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 직감했을 것이다. 고아성은 "감독님을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믿음이 생겼다"며 "유관순 열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다루기도 하지만 8호실 분들을 다룬다는 게 (출연하는 데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 감독님이 책들을 주셨다. < 3.1운동의 얼 >이라는 책에 유관순 열사 이야기와 관련 증언들이 있었다. 8호실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책에 나온 유관순 열사는 장난도 많고, 후회를 적게 하는 분이었다. 너무 새로웠다. 어렸을 때 서대문 형무소로 견학도 많이 다니고 그랬는데 제가 알던 건 피상적이라는 걸 느꼈다.

촬영 전까지 그 어떤 것도 예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다를 거니까. 테스트 촬영을 위해 형무소에 들어가 맨발로 서 있게 됐는데 그때 비로소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홀로 차가운 바닥을 딛고 있을 때 든 그 마음만큼은 촬영하면서 가져가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고아성은 유관순 열사와 함께 있었던 25명의 수인을 강조했다. "영화에서도 25명의 배우들 모두 이름과 역할이 주어졌었다"며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촬영 현장에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걸 정말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3.1운동 1주년 때 감옥에서 다시 만세를 외치면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이 있다. (사료에선) 낭독을 했을 것이라 추측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글자를 남길 수 없는 그 좁은 공간에서 수없이 그 선언문을 속으로 되뇌었을 텐데... 그 장면을 준비하면서 참 힘들었다. 홀로 외롭다고 느끼다가 25명의 그분들 눈을 하나하나 보면서 대사를 하는데 다들 무언의 힘을 주고 계시더라. '아, 왜 내가 혼자라고 생각했을까' 싶었다. 그 장면을 찍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 25명이 껴안고 펑펑 울었다."

"작품 통해 삶 얘기하고 싶어"

<항거>의 경험은 실제 고아성의 삶도 일부 변화시켰다. "밖에서 잘 안 우는데 울게 됐다"며 장난스럽게 말할 땐 딱 20대 또래의 청년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어 고아성은 제법 단단한 말을 내놓았다. 

"어떤 사회적 의식이 생겼다기보다는 개인적 변화가 많았다. 예를 들어 플라톤이 했던 말 중에 '인간사에 완전한 진지함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기대게 되더라. 제가 피상적으로 알던 유관순 열사도 고민하던 모습이 있었고, 약한 모습이 있었다.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다. 촬영 끝나고 반 고흐의 책을 보게 됐는데 '나 이상의 실재하는 것을 위해 내 생명과 삶을 다 써도 좋다'는 구절을 봤는데 그게 제게도 뭔가 울림을 주는 걸 느꼈다.

영화 작업을 해오면서 이토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용기를 낸 게 처음인 것 같다. 액션도 했었고, 와이어도 타봤지만 고문은 별개 문제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너무 큰 경험이었다. 쉽지 않은 점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전 <항거>를 택할 것이다."

 
 배우 고아성.

배우 고아성. ⓒ 아티스트컴퍼니

 
그에게 무거운 질문을 하나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극 중 유관순은 일본 경찰뿐만 아니라 니시다(류경수)를 비롯해 친일파들에게도 모진 고통을 받는다. 친일 청산 문제는 우리 현대사에 중요 과제이기도 했고, 미완의 결과이기도 하다. <항거>에 참여한 배우로서 친일 청산 문제를 묻자 고아성은 잠시 생각 후 "너무 큰 질문인 거 같다. 솔직히 제 사회적 의식은 작품으로만 알려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미루거나 부정하는 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평소 고아성은 사회 문제와 여러 이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 실정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이 있다"며 그는 "말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제 생각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걸 추구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개봉 후 그는 무대인사로 관객들과 만난다. "여러모로 올해는 더 특별한 3.1절이 될 것 같다"고 그가 말했다. 이 특별함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고아성은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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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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