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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가 2월 21일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가 2월 21일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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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은 모든 정부에서 화두였다. 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논의가 핵심이다. 그러나 규제는 단칼에 완화하거나 폐지하기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속에 '전봇대 규제'를 질타한 이명박 정부와 '규제프리존'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sandbox)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의 턱을 정부가 낮춰주는 제도다. 기업이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가 한 달 안에 어떤 규제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심사를 거쳐 최소 2년 동안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준다.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 서비스를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19년도 첫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지정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와 행정·공공기관 고지서의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임시허가를 결정했다.

이후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규제샌드박스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늘(21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가 "모바일 전자고지서 민간업체의 사유화와 독점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규제 샌드박스, 이것이 문제다

이번 과기정통부 ICT 규제 샌드박스 1차 심의위원회 결정은 관련 단체들의 강한 반발만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규제완화로 인해 우려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정책 결정 과정상의 문제다. 1월 17일 규제 샌드박스제도가 본격 시행된 후 9건의 접수를 받아 이번 1차 심의위원회에서 사전 검토가 완료된 3개 안건을 논의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정부와 민간위원을 보면 노동계 의견을 제시할 인물이 없다.

물론, ICT 분야의 규제를 심의하는 자리에 무슨 노동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서비스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동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완화는 정책 실패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실증 단계나 재논의 과정에서 분명히 보완할 부분이다.

두 번째, 정책 선례의 위험성이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를 두고 의료민영화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얼마 전 영리병원으로 큰 논란이 됐던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제주도의 병원 하나가 제주도에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 공공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처럼, 원격의료로 연결될 수 있는 소형 장치 하나가 의료산업화의 빗장을 열 수 있다. 이 기기로 인해 환자 불편 감소, 진료의 정확성 등의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서비스 집중화로 인한 문제다.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지구 지하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하여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세트를 삼키면서 해당 지역 KT 이용자들은 유·무선 전화, 인터넷, IPTV, 카드결제시스템의 먹통을 경험했다. 일부 병원, 경찰, 심지어 용산 국방부도 불편을 겪었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비용 절감을 위해 통신 장비를 분산 배치하지 않고, 집중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ICT 규제 샌드박스 1차 심의를 통과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의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또한 KT 아현지구 통신구 화재와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으로 전달되는 우편물이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모바일로 전달되는 고지서가 이를 대체할 마지막 '정답'이 되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ICT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사회'의 서비스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지닌 우편 업무의 비용 절감을 위해 고지 서비스 전달 체계를 민간기업에 의지하겠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기존에 행정·공공기관이 우편으로 발송하던 각종 고지서를 모바일(알림톡, 문자메시지 등)로 발송하면 비용을 줄이고, 빠르고,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 환경과 영업사정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민간기업의 변동성에 행정서비스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개인정보 유출, 디지털 소외 현상도 고민할 부분이다.

심의 후 규제의 문을 통과한 신기술·서비스들은 일정 기간 운용되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미흡했던,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예상되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 중재와 조율은 정부의 몫으로 남았다. 규제완화로 인한 경제적 효과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기상조이거나 불완전한 서비스는 과감히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또한, 규제완화가 일자리 창출, 성장의 사회적 분배로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와 같은 고민의 해법은 여당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 전까지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국민이 대기업 시제품의 생체실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로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는 법안"이라며 적극 반대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영조씨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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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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