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의 봄'을 위해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GS칼텍스 KIXX는 지난 16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에서 외국인 선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등록명 알리)가 무릎 부상을 당했다. 검사 결과 근육이나 인대 손상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평소에도 알리의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만큼 복귀 시점을 섣불리 정할 수 없었다. 결국 GS칼텍스는 20일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알리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렀다.

이날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는 4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31득점을 퍼부으며 GS칼텍스의 코트를 폭격했다. 하지만 승리는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친 GS칼텍스의 몫이었다. GS칼텍스는 이소영이 55.32%의 공격 성공률로 28득점, 강소휘가 41.82%의 성공률로 24득점으로 52점을 합작하며 알리의 공백을 멋지게 메우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한편 같은 시간 수원에서는 기업은행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GS칼텍스가 승점 3점을 적립하는 동안 승점 1점도 때내지 못한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4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아직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51점)와의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한 만큼 여전히 봄 배구 가능성은 살아 있다. 하지만 6라운드를 치르는 시점에서 기업은행이 4위로 밀려난 것은 2011-2012 시즌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김연경-외국인 선수 시대를 넘어 찾아온 '기업은행 시대'
 
 박정아의 보상 선수 고예림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윙스파이커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박정아의 보상 선수 고예림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윙스파이커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 한국배구연맹

 
2005년 출범 후 14번의 시즌을 치른 V리그 여자부는 크게 3가지 시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이 여자배구의 페러다임을 바꿔 놓았던 '김연경 강점기(?)'가 있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활약하던 네 시즌 동안 3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여자부의 '독재자'로 떠올랐다.

김연경이 일본으로 떠난 후 V리그는 마델라이네 몬타뇨, 모레노 피노 케니 같은 걸출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의 운명이 바뀌는 '외국인 선수의 시대'가 됐다. 특히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정규리그에서 여자부 최초로 1000득점 시대를 열며 국내 선수의 공격력이 약했던 인삼공사를 그야말로 '하드캐리'했다. 그리고 몬타뇨가 V리그를 지배하던 2011년, 여자부의 6번째 구단 기업은행이 창단됐다.

기업은행은 공식 창단 선언을 하기도 전이었던 2010년부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여고배구를 양분하던 서울 중앙여고의 김희진과 부산 남성여고의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지명했다. 처음으로 리그에 참가했던 2011-2012 시즌 이효희 세터(도로공사)까지 가세한 기업은행은 3위 현대건설에 승점 1점 뒤진 4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그리고 남지연 리베로(기업은행 코치)를 영입한 2012-2013 시즌부터 기업은행의 전성기가 활짝 열렸다. 지난 시즌까지 무려 6시즌 동안 이어진 '기업은행 시대'였다.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 통합우승을 시작으로 2017-2018 시즌까지 무려 6시즌 연속으로 챔프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구단들이 전력 보강에 따라 성적의 기복이 심했던 반면에 기업은행은 '아무리 못해도' 챔프전 무대를 밟는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 시즌엔 김희진과 함께 토종 쌍포를 형성하던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이적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박정아의 보상 선수 고예림을 윙 스파이커 자리에 고정시켜 수비를 강화했고 FA로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를 영입했다. 김미연(흥국생명)과 김희진의 포지션을 수시로 바꿔주며 공격의 다양화를 꾀한 전략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강한 전력을 유지한 기업은행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여자부 역대 연속 챔프전 진출 기록을 '6'으로 늘렸다.

올스타 휴식기 앞두고 갑작스러운 추락, 최근 10경기에서 7패 수모
 
 경험이 적은 어나이가 감당하기에 V리그 여자부의 막판 순위 싸움은 너무 치열하다.

경험이 적은 어나이가 감당하기에 V리그 여자부의 막판 순위 싸움은 너무 치열하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후에도 또 한 차례 큰 위기를 맞았다. 2016-2017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된 외국인 선수 메디슨 리쉘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V리그는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을 1회로 제한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다시 V리그에서 뛰려면 드래프트 재신청을 해야 한다). 여기에 지난 시즌 207득점을 올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미연(흥국생명)도 FA자격을 얻어 이적을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을 얻은 기업은행은 프로 활약 경험이 없는 윙스파이커 어도라 어나이를 지명했다. 그리고 인삼공사와의 FA계약 결렬 후 코트를 떠나 있던 백목화를 '사인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영입했다. 백목화 영입을 위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던 노란 리베로의 빈자리는 2016-2017 시즌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된 한지현 리베로 영입으로 채웠다. 

기업은행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외국인 선수 어나이가 시즌 초반부터 득점 선두를 질주했고 지난 시즌 이적 후유증을 겪었던 김수지도 블로킹 부문 상위권을 달렸다. 강서브와 공격력을 겸비한 김희진은 언제나 꾸준했고 고예림은 문정원,황민경(현대건설)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자랑하는 왼쪽 공격수였다. 한지현 리베로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리베로 자리가 다소 불안했던 것을 제외하면 기업은행은 여전히 강팀이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시즌 첫 3연패를 당했고 6라운드에서도 2연패를 당하며 4위까지 추락했다. 경험이 적은 어나이는 6라운드 2경기에서 공격성공률 37.59%에 그치고 있고 프로 8년 차 박상미와 루키 김해빈이 번갈아 맡고 있는 리베로 자리는 시즌이 끝날 무렵까지도 아직 주전이 정해지지 않았다. 김희진을 라이트에 배치하고 김현지를 센터로 투입하는 고육지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기업은행은 3경기를 남겨둔 현재 2위그룹에 2점 뒤진 4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 시즌을 포기할 시점은 아니지만 2010년대를 지배했던 기업은행에 시즌 후반 4위라는 순위는 대단히 낯선 자리임에 분명하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3승을 따내는 데 그치고 있는 기업은행의 잔여 상대 중에는 선두 흥국생명도 있고 2월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는 도로공사도 있다. 7연속 챔프전을 노리고 있는 기업은행이지만 현실은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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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어도라 어나이 고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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