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조용한 강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유벤투스를 울렸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래 A.마드리드)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 FC에 2-0으로 승리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골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거둔 A.마드리드는 오는 3월 13일로 예정된 원정 2차전에서 1골 차로 지더라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마드리드 더비' 1-1 무승부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 더비'는 레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틀레티코의 그리즈만이 각각 1골씩 기록하면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승점 1점 확보에 그친 레알은 19승 7무 5패(승점 64)를 기록하며 리그 4위로 내려앉았다. 아틀레티코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A.마드리드는 2015-2016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지난 시즌엔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저력 있는 팀이다. 그럼에도 리그 7연패에 빛나는 화려한 업적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한 유벤투스에게는 다소 열세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A.마드리드는 유벤투스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고 철벽 수비와 함께 결승골을 터트린 주인공은 바로 우루과이 출신의 젊은 센터백 호세 히메네스였다.

월드컵 8강 전에서 경기 도중 눈물 쏟아내던 히메네스 

러시아 월드컵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받은 러시아는 남미의 우루과이, 아프리카의 이집트, 아시아의 사우디 아라비아와 A조에 편성됐다. 러시아는 개막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5-0, 두 번째 경기에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FC)가 복귀한 이집트를 3-1로 꺾으며 만만치 않은 복병으로 떠올랐다(실제로 러시아는 16강에서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진출하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A조의 진짜 강자는 러시아가 아닌 우루과이였다. 첫 두 경기에서 살라가 빠진 이집트와 약체로 꼽히던 사우디 아라비아에 1-0으로 신승을 거둔 우루과이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월드컵 8개조 중에서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마친 팀은 우루과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마드리드의 '신구 센터백 듀오'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메네스가 있었다.

우루과이는 16강에서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이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스트라이커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FC)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FC 바르셀로나)와 함께 공격을 책임지는 카바니 없이 8강을 치렀고 프랑스에 0-2로 패하며 월드컵 일정을 마감했다.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을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을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AP/연합뉴스

 
축구팬들을 놀라게 한 장면은 우루과이의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에 일어났다. 프랑스에게 프리킥을 허용한 후 골문 앞에서 벽을 쌓으며 고개를 숙인 우루과이 수비수 중 한 명이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이다. 애써 고개를 들었을 땐 눈물을 펑펑 흘리는 히메네스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멘탈이 완전히 깨진 듯한 히메네스는 경기에 진 축구 선수의 얼굴이 아닌 길을 잃은 어린 아이 같은 얼굴로 오열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냉정을 잃은 히메네스의 약한 멘탈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주전 스트라이커 없이 우승후보를 상대로 최선을 다한 히메네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쐐기골의 주인공이자 히메네스의 팀 동료이기도 한 프랑스의 핵심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히메네스를 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리고 우루과이를 꺾고 4강에 오른 프랑스는 끝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A.마드리드 철벽수비 이끄는 센터백 듀오, 유벤투스전에서 나란히 골 맛

월드컵에서의 눈물로 축구팬들에게 '멘탈이 약한 아이'로 낙인 찍혔지만 사실 히메네스는 만 18세의 나이에 스페인 라 리가의 명문 A.마드리드에 입단한 우루과이의 유망주다. 입단 초기에는 고딘과 주앙 미란다(인터밀란)에 밀려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미란다가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2014-2015 시즌 후반기부터 A.마드리드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팀 선배이기도 한 고딘과 함께 A.마드리드의 중앙수비를 책임진 히메네스는 2015-2016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실제로 히메네스가 A.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팀은 한 번도 리그 3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리고 A.마드리드 전력의 중심은 고딘과 히메네스가 이끄는 탄탄한 수비에 있다. A.마드리드는 2015-2016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4시즌 연속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니콜라스 오타멘디(맨시티)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처럼 적극적인 몸싸움과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터프한 타입의 중앙 수비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리한 머리와 뛰어난 점프력을 통해 노련한 고딘의 좋은 파트너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히메네스가 라 리가에서만 6시즌째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임에도 아직 만 24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라는 점이다.

히메네스는 21일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1차전 경기에서도 탄탄한 수비를 통해 호날두,파울루 디발라, 마리오 만주키치 등이 이끄는 유벤투스의 화려한 공격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후반 33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혼잡한 상황을 틈타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유벤투스를 침몰시킨 골의 주인공은 그리즈만, 디에고 코스타, 알바로 모라타로 이어지는 공격수들이 아닌 '우루과이 센터백 듀오' 히메네스와 고딘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자료사진) ⓒ AFP/연합뉴스

 
한편 같은 시각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FC와 샬케 04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맨시티가 3-2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선제골로 앞서 가던 맨시티는 나빌 벤탈렙에게 페널티킥 2방을 허용하며 1-2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맨시티는 교체 선수 리로이 자네가 프리킥 중거리슛으로 동점골, 라힘 스털링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원정 승리를 따내고 8강에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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