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C(3부 리그)에서 벌어진 20-0 스코어 사건을 보도하는 BBC

이탈리아 세리에C(3부 리그)에서 벌어진 20-0 스코어 사건을 보도하는 BBC ⓒ BBC

     
스페인, 잉글랜드 등 축구강국들은 하나 같이 튼튼한 프로리그 운영을 자랑한다. 이는 '월드컵 4회 우승국'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인데, 3부 리그 격인 세리에C(1973년)가 한국프로축구 K리그(1983년)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할 정도다.
 
47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이탈리아 세리에C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세리에C 소속 피아첸차가 지난 17일 쿠네오와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0-20으로 대패한 것이다.
 
전력 차가 극심하지 않은 팀끼리 경기를 펼치는 리그에서 두 자릿수 점수 차 승부가 나오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도대체 피아첸차는 어떻게 경기를 치렀기에 20골차 대패를 당한 것일까.
 
재정난 겪은 피아첸차, 감독-선수 급여 지급 못해 결국...

18일 BBC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피아첸차는 지난해부터 심각한 재정난으로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소속 선수와 감독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주축 멤버들이 등을 돌렸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팀 이탈과 파업으로 인해 피아첸차는 최근 리그 3경기에서 몰수패를 당했고, 4번째 경기마저 몰수패 당할 경우 리그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피아첸차는 결국 10대 선수로 구성된 유스 클럽 멤버들을 팀에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6명의 10대 선수를 불러와 경기 출전 최소인원(7명)을 맞췄고, 심지어 열여덟 살의 청소년 선수 니콜라 시리글리아노를 감독 명단에 올렸다.
 
물론 플레이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수적 열세에 경험 부족 핸디캡까지 안고 경기에 나선 피아첸차는 전반전 16골, 후반전 4골을 실점하며 0-20으로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기 영상을 지켜본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이리그도 이런 장관을 연출하지 못할 것', '수치스러운 풍자극'이라며 조롱과 비난 섞인 글을 쏟아냈다.
 
피아첸차의 경기를 놓고 여론이 들끓자 가브리엘 그라비나 이탈리아 축구 연맹 회장은 성명을 내고 "피아젠차의 경기는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고, 마지막 희극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피아첸차의 경기 소식을 보도한 BBC는 "지난 주말 자신이 응원한 팀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맛봤다면, 이탈리아 피아첸차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Spare a thought for Italian minnows Pro Piacenza)"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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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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