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높이 나는 새> 포스터.

영화 <높이 나는 새> 포스터. ⓒ 넷플릭스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 오래인 그 이름 '스티븐 소더버그', 그 누구보다 충격적인 데뷔 이후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던 불세출의 영화 감독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말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을 수두룩하게 내놓았다.

그는 할리우드 메인 스트림과 실험정신 가득한 독립영화계를 오가며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했다. 혹자는 영화계에서 이만큼의 천재도 없고 이만큼 노력하는 이도 없으며 이만큼 자유롭게 즐기는 존재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본인이 직접 스마트폰 '아이폰7플러스'로 촬영한 영화 <언세인>을 내놓더니, 올해 역시 본인이 직접 '아이폰8'으로 촬영한 영화 <높이 나는 새>를 내놓았다.

영화 <높이 나는 새>는 NBA 직장폐쇄에 당면해 상황을 일소해보려는 차세대 스타 에릭의 에이전트 레이와 그의 전 비서 샘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NBA는 8년 전 2011년 7월 1일을 기해 NBA 역사상 4번째의 직장폐쇄를 단행해 11월 말쯤에야 끝냈던 전력이 있다. 

NBA 직장폐쇄 와중에서

NBA 선수 에이전트 레이는 NBA 차세대 스타가 될 재목인 신입 에릭을 맡고 있다. 하지만 리그는 직장폐쇄 6개월 째, NBA와 선수협회의 끝나지 않는 대립으로 개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과 에이전트 모두 일도 못하고 돈도 벌지 못하고 있는 것.

레이는 회사의 해고 압력에 시달리는 한편, 진심으로 선수들을 걱정하고 있다. 선수협회를 대변하고 있는 마이라와 연락하고 만나면서 수시로 상황을 엿보지만 변화의 기미는 없어 보인다. 

NBA는 오직 돈만 생각한다. 선수협회도 돈을 생각하는 건 매 한가지이지만 선수로서의 인생도 생각하고 있다. 선수와 한 몸인 에이전트는 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에이전트 회사 역시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작 선수는? 그저 경기에 뛰고 싶을 뿐이다. 

이와중에 레이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고자 한다. 게임을 뛰지 못해 재능 있는 선수들이 파산으로 인생을 말아먹는 걸 두고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는 과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영화 안팍의 메시지
 
 영화 <높이 나는 새>의 한 장면.

영화 <높이 나는 새>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스마트폰 촬영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각본과 연출 의도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는 별다른 액션 없이 인물들의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일말의 스펙터클이나 서스펜스 비슷한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의외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를 끌고가는 주요 배경은 NBA 직장폐쇄이고 그 중에서도 에이전트 레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NBA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아도 영화를 보는 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영화 외적으로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영화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하고싶은 영역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는 새로운 걸 시도함에 주저함이 없다. <높이 나는 새>는 그 자장 안에서 영화 안팎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던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권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그는, 아마도 그래서 직접 제작, 연출, 촬영, 편집을 도맡아 하는 것일 테다. 영화에서 레이는 경기를 뛰는 사람 본인에게 권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아직은 판을 흔들 순 있어도 깰 수는 없다. 선각자가 가지는 위험 부담을 지려는 사람이 없기에 실행되기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테다.

시스템을 부수고 시장을 선도하다

익히 잘 알고 있듯 넷플릭스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콘텐츠 시장의 판이 깨졌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시장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의 내용도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NBA 직장폐쇄 당시 외부적으로 보이는 대립의 문제는 구단과 선수 간의 수익률 배분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과 방송사 간의 계약이 문제다. 무시무시한 금액으로 계약을 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을 줄여야 한다는 게 NBA의 판단이었던 것. 이 치졸한 '머니 게임'의 판을 깨는 건 역시 돈일 수밖에 없다. 

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마무리되든 그저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머니 게임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팬이 아니라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스티븐 소더버그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는 왜 이 영화를 보고 있는가. 그는 영화를 찍는 과정부터 유통 경로, 소비 방식 등 모든 것을 새롭게 그리려 한 게 아닌가 싶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최소한의 도구와 기술, 자본으로 누구의 입김도 들어가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다. 수익에 있어서도 걱정이 없는 채널(넷플릭스)과 유통 방식을 채택했다. 영화 역시 NBA 직장폐쇄 이야기보다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과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다. 그는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의 게임이 시작됐어! 우리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 시스템을 부수는 거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높이 나는 새 스티븐 소더버그 실험 NBA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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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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