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2015년 2월 4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던 '땜질식 보육정책 규탄 기자회견' 당시 모습.
 2015년 2월 4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던 "땜질식 보육정책 규탄 기자회견" 당시 모습.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 원장 과거에도 문제 일으켰죠? 그러면 행정적인 제재를 가해야지 계속 위탁을 줘서 이런 일을 터트리고... 지도 감독이 제대로 안 이뤄졌다는 거죠." (2017년 6월 21일 춘천시의회 내무위원회)

2017년 춘천의 C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이 28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원규 춘천시의원(현재 시의회 의장)은 시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국공립 어린이집 지도 감독 부실 책임을 시에 따져 물은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에 매해 직무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시 측 답변에 이 의원은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원장) 인성 문제인데"라고 쏘아붙였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춘천시로부터 위탁받아 C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한 황아무개 원장은 2016년 3월 원감 교사를 '영아반 전담 보육교사'로 등록했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어린이집 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영아반 보육 교사 전임근무자'에게 인건비 80%를 지원하게 돼 있는 데 있다. 황 원장은 '교사 허위 등록'을 통해 춘천시로부터 매달 190여만 원씩 총 2843만 9570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고, 15개월 만에 적발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원장은 2011년 춘천에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부당 수납을 이유로 부당이득 환수 조치를 받았다. 이후에도 황 원장은 해당 원에 계속 남았고, 2014년 무난히 재위탁을 받았다. 1998년부터 6번의 위탁으로 17년 동안 같은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을 받은 황 원장은 2015년 9월 1일부로 옮겨간 C 어린이집에서 또 보조금 부정 수령 문제를 일으켰다.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제18조에 따르면, 보조금을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했거나 보조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 어린이집 위탁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황 원장에 대한 위탁 취소는 없었다. 도리어 춘천시는 재위탁했음은 물론이고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을 또 맡겼다.

<오마이뉴스>는 '2011년 부당수납'과 관련 자세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춘천시는 "보존기관 5년이 경과해 폐기된 정보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탁취소 사유에 해당하려면 시설 운영정지 처분이나 자격정지 처분 등을 받아야 하나 당시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당수납 전력에도 재위탁을 준 이유를 묻자 춘천시는 "위탁 당시 위탁조건의 신청자격 제외대상에 해당하는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부당수납은 원장 위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인지 재차 묻자 "해당 원장이 신청제외 대상에 해당하려면 최근 3년 이내에 각급 행정기관으로부터 1월 이상의 행정처분(운영정지, 자격정지)을 받거나 최근 5년 이내 위탁취소 등을 받아야 하나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신청자격 제외대상'에 해당되는 결격사유가 없으므로 재위탁된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왜 그런 사람을 원장에..." 질타에 춘천시 "합리적인 방법 속에 원장 뽑았다"  
 
2017년 6월 15일 열린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당시 속기록
 2017년 6월 15일 열린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당시 속기록
ⓒ 이정환

관련사진보기


2017년 당시 황 원장 문제가 공론화되자 춘천시의회 의원들은 입을 모아 춘천시의 책임을 따져 물었지만, 춘천시는 "유감스럽다" 정도의 입장표명에 그쳤다.

그해 6월 15일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남상규 시의원은 황 원장 위탁에 대해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우리 집행부(춘천시) 아니냐, 선정과정에서 잘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춘천시 출산보육과장은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방법 속에 평가표를 만들어서 원장들을 뽑았다"고 반박했다. 원장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부당수납 전력이 있는 황 원장은 어떻게 수차례 재위탁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에 대한 규정은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제 19조에 명시돼있다.
 
"시장은 위탁기간이 만료되어 계약기간을 갱신하는 경우 보육관련 사업 운영실적, 수탁자의 공신력 및 재정능력, 어린이집 원장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탁자에게 재위탁할 수 있다."


즉, 재위탁을 위해서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2016년 11월 황 원장의 재위탁을 심의한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에서 그의 부정수납 전력은 공개됐을까.

당시 황 원장에 대한 위탁 심사를 맡았던 수탁자선정심의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시시콜콜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 정보(부당수납)가 전달됐다면 원장으로 뽑지 말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정상적이라면 심의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려주고 질문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춘천시에 당시 회의록을 요청했으나 "보존기간 5년이 경과해 폐기된 정보로 자료가 없다"고만 답했다.

결국 징역 6개월
 
2018년 11월 6일 열린 '춘천시 국공립 어린이집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기자회견 당시 모습.
 2018년 11월 6일 열린 "춘천시 국공립 어린이집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기자회견 당시 모습.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황 원장의 보조금 부정 수령은 시의 지도감독으로 적발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의 민원이 시작이었다. 민원 내용은 담임교사 허위 등록과 교사 간 차별 대우 등이 골자였다.

"민원 제기하면서 담임 교사 허위 등록이 불법인 것도 처음 알았어요. 원장님이 데려온 교사들은 아프다고 하면 바로 쉬게 해주고 우리는 못 쉬게 하고, 불만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거든요. 원장님이 '데려온 교사 3명은 친딸이고, 우리는 의붓딸'이라고 했어요. 직접 데려온 교사를 두고 원장님이 '문고리 3인방'이라고 칭하기도 했고요." 

<오마이뉴스>와 만난 C 어린이집 교사에 따르면, 그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 담임교사로 허위 등록된 '원감(주임교사)'이다. 2015년 9월 시의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순환배치 조처로 원을 옮긴 황 원장은 부임 7개월 후에 이전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같이 일하던 교사 3명을 자신의 원에 입사시켰다. 불법이 일어난 것도 그때부터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이어져 오던 보조금 부정수급은 교사들의 민원 제기 후에야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다.

결국 황 원장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6월 춘천지방법원은 "피고인은 거짓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 그 죄질이 좋지 않다"라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장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춘천지법형사 2부는 이를 기각했다.

"가는 데마다 말썽이 있었던 원장님"(2017년 6월 15일 행정사무감사 중 윤채옥 춘천시의원 발언)은 총 8번의 위탁을 받으며 20여 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을 지냈다. 내부고발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황 원장은 2020년 3월 1일 9번째 위탁을 받았을지 모른다. "(부당수납이) 위탁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위탁조건의 신청자격 제외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원장을 뽑았다"는 춘천시의 설명대로라면 말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99% 재위탁... 장기위탁으로 사유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매해 국공립 어린이집의 99%가 재위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기준,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인에 위탁한 경우는 절반이 넘는 55.7%에 달하고,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 위탁 운영'은 34.2%로 조사됐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한 남 의원은 당시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상당수가 특정 개인에 의해 장기 위탁되고 있어 사유화 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개인에 위탁하지 말고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보육 교직원이 외부로 공론화하지 않는 이상 무리 없이 재위탁 되어 재위탁률이 99%가 되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개인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명무실한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춘천, #국공립어린이집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