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백합유리잔(양경식 여혜정)

듀오 백합유리잔(양경식 여혜정) ⓒ 김광섭

 
'비오는 거리 혼자인 사람 혼자인 내가 싫어서 가만히 두 눈을 감고 이 비가 멈추기를' - '비오는 거리' 중

'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곁에 있고 싶다는 간절한 그 맘 네 곁에 맴돌아 다시 맴돌다 흩어져만 가고 천천히 없어져 가겠지' - '긴한숨' 중


"백합유리잔의 음악을 좀 즐겨주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앨범을 많이 발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방향성을 많이 바뀌었어요. '어쩌나'처럼 가볍거나 '나는 귀요미'처럼 재미있고 귀여운 음악을 해서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에서 좀 더 많은 진심이 담겼어요. 편안하고 진솔하게 들어주시면 음악에 담긴 메시지가 전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양경식)

"굉장히 약해 보이지만 은근히 강한 팀이에요.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어요. 팀이 해체를 할까 봐요. 힘든 시절을 겪어서 오래 버틴 것 같아요.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꿋꿋이 해나가면 편해지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여혜정)


2010년 데뷔한 양경식(기타), 여혜정(보컬)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듀오 백합유리잔이 지난 1월 EP <두 번째 잔>을 발표했다. '비오는 거리', '저녁바람 불던날', '긴한숨', '한낮의 꿈', '까만밤' 등 발표했던 다섯 곡을 리마스터링해 수록했다. 그들은 정규 1집, 2집을 발표했지만 지난 EP <첫 번째 잔>부터 기존 곡을 재편곡하여 선보이고 있다.

"EP <첫 번째 잔>을 준비하면서, 기존 곡을 괜찮은 사운드로 재녹음해 재발매하자 생각했어요. 조금 더 공을 들여 녹음해 더 신중하게 사운드를 체크하고 들려주자는 의미였죠. 그래서 기존 곡들은 음원 서비스를 중지하고 재발매한 것입니다."(양경식)
"자립해서 스스로 할 생각으로 낸 앨범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여혜정)


백합유리잔은 순수와 투명한 감성을 노래한다.

"백합이 순수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순수의 어감이 좋았어요. 유리잔은 투명한 감성이 있고요. 순수하고 투명한 감성을 음악에 담겠다는 의미로 지었습니다."(양경식)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느림'(양경식), '순수'(여혜정)라고 표현했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할지라도, 느리게 천천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씩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양경식)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밴드 사운드로의 변화를 모색하며 싱글, EP를 발표한 뒤, 곡들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새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싶다는 백합유리잔을 지난 1월 13일 서울 종로 인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기존 곡을 수록했지만 새롭게 나온 EP인데 기분이 어떤지?
양경식 : "오랫동안 고민하며 좀 더 공을 들인 앨범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기도 하죠. 기대도 많이 되고요."

- 많은 곡 중에서 이 다섯 곡을 선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양경식 :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음악을 할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전에는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많이 보여주기 위한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힘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잘 할 수 있는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로 방향성이 바뀌었어요. 그 곡들이 <두 번째 잔> 앨범에 들어간 것 같아요."

- 타이틀곡 '비 오는 거리'는 양경식씨가 작곡 작사했는데, 곡 소개를 한다면?
양경식 : "곡이 차분해서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비오는 날 운전하는데 창밖에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어요. 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나도 경험이 있었는데, 다들 한 번씩은 있지 않을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갖고 구상해서 만든 곡이에요."

- 곡 '긴한숨'은 여혜정씨가 만든 노래인데요?
여혜정 : "짝사랑하는 노래예요. 20대 초반에 했던 짝사랑이 힘들어서 썼던 곡이죠.(웃음)"
 
 EP <두번째잔> 재킷

EP <두번째잔> 재킷 ⓒ 백합유리잔

  
- 신곡 준비는?
양경식 : "어쿠스틱 2인조로서 백합유리잔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는 예전처럼 밴드 체재로 구성을 바꾸려고 해요. 풀밴드 사운드의 밴드 음악을 생각하면서 곡을 쓰고 있어요."

- 멤버를 영입하는 건가요?
양경식 :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밴드 사운드로 편곡, 녹음하며 다양한 음악을 해보려고 해요."

- 곡은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요?
양경식 : "노력해서 곡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노래로 만들고 싶은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를 기반으로 문장을 완성한 뒤, 이야기를 만들어 가사를 쓰면서 기타 코드를 조금씩 만들어가요. 가사와 조화가 되는 멜로디, 코드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스타일이죠. 좋은 기타 리프가 나왔다 해서 억지로 만들지는 않아요."
  
 듀오 백합유리잔

듀오 백합유리잔 ⓒ 김광섭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혜정 : "10대 때부터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서울로 와서 팀을 하게 되면서 양경식 오빠를 만나게 되었어요.

양경식 : "학창시절 기타학원을 다녔어요. 동아리에서 취미로 기타 치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 고민을 하던 중에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을 열심히 해보자 생각한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함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한 삶은 어떤가요?
여혜정 : "힘든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스타일이라서 많이 싸웠거든요. 지금은 매우 익숙해져 싸울 일이 없어요."
양경식 : "초창기에는 의견 차이로 많이 싸웠어요. 서로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달라서요. 5~6년 지나면서 생각도 말하는 것도 비슷해져 특별히 부딪힐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 10년 가까이 음악을 했는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양경식 : "할 때는 막막하기도 해요. 앨범을 낸다고 해서, 반응이 막 오는 게 아니라 의미가 있는 건가 생각도 해요. 할 때는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누군가는 공연을 보고 느끼고 기억해주었어요. 우리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백합유리잔의 음악은 괜찮아, 음악이 좋아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날 것 같아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멤버의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여혜정 : "못할 것 같이 힘들어 하다가도 제일 오래하고 있어요. 힘들 때 곡도 잘 나오고요. 곡도 잘 쓰고 팀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 좋은 리더 같아요."
양경식 : "꾸준함이 있는 친구예요. 노력하는 친구고요. 9년 동안 한결같이 연습하고 꾸준히 음악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추천할 곡이 있다면?
양경식 : "EP <첫 번째 잔>에 있는 '달빛 아래서' 곡이요. 힘들고 지친 분들을 위로하는 곡이에요. 그 힘든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달빛 아래서 이야기하면 모두 저 달빛이 들어준다는 가사가 있어요. 힘내라는 의미로 그 곡을 추천합니다.

여혜정 : "'한낮의꿈'이요. 그 노래를 들으면 힘든 게 많이 느껴져요. 힘든 사람이 들었을 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백합유리잔의 무대를 찾는다면?
양경식 : "앨범이 나와 한두 달 뒤에는 용산 '1979' 라이브 펍에서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여혜정 : "재밌는 공간이에요."
양경식 : "관객들에게 우리 음악을 꼭 들어주세요 분위기보다는 즐겁게 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공연이 있으니까 그냥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희도 긴장하면서 하는 공연이 아니고 즐기면서 하는 공간이라 즐거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계획은?
여혜정 : "첫 번째 잔, 두 번째 잔, 세 번째 잔, 네 번째 잔… 이런 식으로 계속 앨범을 낼 계획이 있어요."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경식 : "저희 음악 많이 사랑해주시고, 백합유리잔 팀이 어떤 음악을 하는 팀인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혜정 : "같은 생각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019년 2월호에도 실립니다.
백합유리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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