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 ⓒ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세대교체, 신중할 필요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축구대표팀 중심 축을 이뤘던 기성용(30, 뉴캐슬)과 구자철(30, 아우크스부르크)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재 대표팀의 세대교체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언론에서는 세대교체 대상 적임자라며 일부 선수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또한 어느 축구인은 아예 유럽파 특정 선수를 세대교체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기성용과 구자철의 은퇴가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표팀 세대교체론과 함께 언론과 축구인이 내세우는 특정 선수의 대표팀 발탁에는 한편으로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들이 거론하는 선수들이 가진 장점은 뛰어난 기량과 함께 유럽파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들 선수가 기성용과 구자철의 은퇴로 인한 공백을 대신할 수 있는 즉시 전력자원이냐 하는 물음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따라서 유럽파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선수를 당장 대표팀 세대교체론 적임자로 주장하기보다는 차기 연령별 대표팀 구성 선수로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바로 최근 언급되는 유럽파 선수들이 가진 약점이 바로 '경험 부족'이기 때문이다. 경험은 축구대표팀 선수가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축구대표팀에 단지 기량과 가능성, 열정, 의욕만으로 선발되기는 어렵다. 어디까지나 기량을 바탕으로 하되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만 대표팀에서 즉시 전력자원으로서 부족함 없이 안정적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대표팀 세대교체의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은 대부분 U-18, U-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U-20세 이하 FIFA월드컵 대표 출신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소속되어 펼친 활약상은 팀 동료 선수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았다. 아무리 이 선수들이 유럽 리거라고 해도 대표팀 세대교체론에 참고사항 그 이상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더불어 이들 선수들은 현재 18~22세의 '젊은 피'다. 젊은 나이와 가능성은 선수에게 장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며 무기가 될 수는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들 선수들은 소속 리그와 U-20세 이하, U-23 이하 대표팀에서 1~2년 정도 더 경험을 쌓고, 대표팀 세대 교체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해도 늦지 않다.

유럽파라고 해서 무조건 대표팀에 차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현재 유럽파 선수들의 대표팀 세대교체론에 근거로 제시되는 사례가 세계적 스타플레이어 리오넬 메시(32, FC 바르셀로나) 등인데, 메시의 A 대표팀 데뷔 당시 여건과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황은 동일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상황과 파울루 벤투(50, 포르투갈) 감독의 판단 등이 고려되어야 할 요건들이다. 특정 선수들을 무작정 대표팀 세대교체 적임자로 주장하기보다는 그에 앞서 많은 경험 축적이 먼저다.

그래야만 차후에 대표팀 구성원으로서 즉시 전력감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선수들이 대표팀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하기에는 실질적으로 대표선수로서 갖춰야 할 경험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선수에게 실전 출전으로 인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젊은 선수에게는 경험은 자기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축적 사항으로 대두된다. 그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이승우(21, 헬라스 베로나)다.

이승우는 2017 U-20세 이하 FIFA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을 거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유럽파다운 활약으로 한국 우승에 일조했다. 이 같은 이승우의 경험은 곧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표팀 선발의 중요한 잣대가 됐다. 단지 유럽파 선수라고 해서 마땅히 대표 선수에 부합하는 조건이 무시된 채, 무조건적으로 대표팀 구성원이 된다면 이는 모순이며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기성용, 구자철 은퇴로 인한 세대교체 적임자로서 부각되는 선수는 이들 선수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한 때 대표팀 핵심 선수였던 권창훈(25, 디종)과 대표팀을 경험한 바 있는 김정민(20, 리퍼링) 등이 있다. 또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던 선수들도 그 대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또한 현재 대표팀 세대교체 대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유럽파 선수와 함께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K리거 한찬희(22, 전남 드래곤즈), 임민혁(21, 광주 FC), 조영욱(20, FC 서울), 전세진(20, 수원 삼성) 등도 대표팀 세대교체를 위해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현 U-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 중에도 대표팀 자원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도 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 ⓒ 대한축구협회

  
세대교체를 위한 필수사항, 선수의 경험

대표팀 세대교체에서는 유럽파라고 해서 명성 등의 측면만 조명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세대 교체를 성급하게 진행해서도 안 된다. 어디까지나 기량과 경험 등 자격 요건을 두루 갖춘 선수들에 의한 세대교체여야 하고,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진행해야만 한다.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다. 이는 대표팀 세대교체의 적임자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와 더불어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앞둔 한국 축구에 이번 2019년 AFC 아시안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카타르와 일본이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카타르는 자국리그 선수 주축으로 팀을 구성하여 경쟁력을 끌어올려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일본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파를 중심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젊은 피' 세대교체론을 두고 한국축구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일본은 비록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하고 세대교체에도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구성됐던 일본 대표팀과는 상이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 원인으로는 첫 번째로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컸고 두 번째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위기관리 능력 미흡도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 일본 대표팀에는 과거 대표선수들보다 기량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결국 이는 일본축구 특유의 패스 축구인 '티키타카' 실종을 초래했고, 또한 경험 부족에서 오는 위기관리 능력 부재로 결정적인 순간 카타르에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반면 카타르는 자국리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별리그부터 위기극복 능력을 과시하며 급기야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점을 놓고 볼 때 유럽파 '젊은 피' 선수들의 대표팀 세대교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국축구는 오는 2019년 폴란드 U-20세 이하 FIFA 월드컵과 2022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 세대교체 적임자로 대두되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에게는 당장의 A 대표팀 차출보다 주전으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령대별 대표팀 경험은 위기극복 능력은 물론 노련한 플레이에 의한 경기 운영의 묘도 살리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만큼 선수에게 경험은 중요하다. 단언컨대 축구 국가대표팀은 선수의 객관적인 능력과 가능성, 열정, 의욕이 모두 충족될 때 차출될 수 있다. 따라서 대표팀 세대교체론에 언론과 축구인이 유럽파 특정 선수들을 반드시 차출할 대상으로 언급하는 것은, 대표팀 경쟁력 강화와 선수 스스로의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불어 대표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이상 특정 선수 차출 여부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아직까지 완전히 선수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판단에도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더욱 부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선발 선수에 대한 변화가 적은 파울루 벤투 감독 스타일을 볼 때, 대표팀 세대교체로 젊은 선수를 당장 차출한다고 해도 벤치 신세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자칫 젊은 선수들이 벤치에 머물며 의욕을 잃고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축구대표팀 세대교체를 두고 특정 선수를 무조건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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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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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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