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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를까? 북·미가 대화를 시작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발표를 앞두고 있고, 북미 사이의 실무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남·북·미 합숙 협의가 있은 지 열흘만인 설 연휴에 북핵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다시 시작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는 3일 방한을 앞두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후 새로운 상대방인 북의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와 실무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걸음이다.

"핵 능력 일부가 제거됐다는 첫 사례 만들어야"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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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핵 문제는 30년간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양자 회담부터 다자회담까지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실장은 이를 '북핵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검증'과 '신뢰'만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최 실장은 "북의 비핵화를 못 미더워하는 사람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며 "북의 핵 능력 중 일부가 제거됐다는 첫 증명, 첫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증거로 만들어진 신뢰만이 다음 검증과 협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그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이 왜 핵을 가지려 했는지 핵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라며 "어떤 국가가 모든 제재를 감수하고서라도 핵을 만들었고 보유하다 핵을 없애겠다고 나선 맥락을 고려해 협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강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한 최 실장은 경기개발연구원에서 통일동북아센터장으로 일하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평양을 오갔다. 그는 남북협력사업의 실무에 나선 동시에 북의 대미정책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핵과 미사일 사례로 북한의 협상 전략'을 분석해 논문을 쓴 핵 전문가인 최 실장은 지난해부터 전략연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략연에서 그를 만나 비핵화 과정의 핵심을 물었다.

"'북을 못 믿으면 어떻게 할 건데?' 물어야"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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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미국 국가정보국은 북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평가했다.
"북미가 이제 협상을 시작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금 미국 정보기관이 북의 비핵화를 믿는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국가정보국장이 의회에서 일종의 보고를 하다 나온 발언이다. 그런 자리에서는 증거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만한 게 없잖나. 정보기관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미가 합의를 만들어냈고 올해 안에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실천해도 불만족하다거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말은 계속 나올 거다. 그래도 이 실천을 또 다른 합의로 이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신뢰해야 한다. 못 믿겠다는 이유로 이 과정 자체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실천이라는 건 없다고 봐야 하나.
"북미 핵 협상은 30년 된 문제다. 그동안 해온 걸 보면, 양자회담, 다자회담 다 했다. 어르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고 결국 다 실패했다. 실제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사람들도 과거 실패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을 거다.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증거가 나오거나 북이 속였다고 보이는 게 있으면 쉽게 흔들린다. 나라고 다르겠나,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을 만큼 흔들릴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못 믿겠으니 판을 엎어야 할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없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이 과정이 굴러가게 하는 것밖에 없다.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그래서 못 믿으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어야 한다."

- 6.12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됐고,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는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명시됐다. 남북(미)은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나.
"비핵화 정의는 논쟁적인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합의라는 게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잖나. 어떤 사람들은 중·단거리 미사일 없애고 재래식 무기를 파는 것도 안 되고 평화적 핵 이용도 당연히 안 된다고 한다. 여기에 핵기술자를 외부 반출할 때 누가 비용을 대는지까지 얘기해야 한다고 한다. 이걸 다 해결해야 완벽한 비핵화라는 거다. 그런데 이건 비핵화가 아니라 비무장화 아닌가?

일본이나 미국 내에서 과거의 비핵화 협상에 참석한 사람들은 불신이 많다. 이들은 모든 것이 제거된, 즉 평화적 핵 이용 권리까지도 제거된 비핵화를 말하는 거 같다. 실무진은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고민할 거고. 유일하게 남은 건 검증이다. 검증으로 신뢰 쌓고 다시 검증하면서 점점 위협의 수준을 낮춰가야 한다."

-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핵물질 동결 혹은 영변 핵실험장의 국제기구 사찰·핵물질 해외반출을 논의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떻게 보나.
"지금은 비핵화 과정을 쪼갠 상태다. 미국이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ICBM을 쪼갠 건, 북의 핵 능력이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거다. 북은 핵물질이나 핵탄두를 더 생산하지 않는 거, 즉 핵 능력을 더 증가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협상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기 바랄 거다.

미국은 북이 만든 핵물질 반출을 원할 수 있다. 북미가 접점을 찾아야겠지만, 핵심은 북의 핵 능력 중 일부가 제거됐다는 걸 증명해내는 거다. 첫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한번은 거쳐야 신뢰가 만들어지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우리가 정상일까, 북이 정상일까?"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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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핵협상전략> 보고서에서 동결-검증-폐기라는 일반적 비핵화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 해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방식 외에 어떤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까.
"동결-검증-폐기는 90년대 나온 이야기다. 그때 북이 가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원자로를 일단 멈추고 얼마나 만들었는지 검사하고 폐기하자고 했다. 그런데 북은 지금 핵탄두, ICBM도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동결-검증-폐기로 갈 수 있다. 다만, 이미 만들어놓은 건 신고와 폐기를 같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 이전 북핵 협상을 보면 미국은 북한의 신고를 불신하며 추가 사찰을 요구해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불신을 되풀이하지 않을 대안은 없나.
"누가 어떻게 사찰해도 추가 사찰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을 맡아도 똑같을 거다. 사찰에는 임의사찰과 신고사찰이 있다. 임의사찰은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권리다. 북이 신고해도 임의사찰을 할 가능성이 99%라고 본다.

검증한다 해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핵화가 아니라 비무장 수준으로 초반에 너무 세게 나가면서 다 보자고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비핵화 프로세스 자체가 멈춰질 수 있다. 신고에 대해 사찰하되 그게 명백하게 다른 곳과 연관된 시설 같다고 하면 북도 양보하며 추가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 검증, 사찰 외에 비핵화 협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자, 생각해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 예외인 게 한국일까 북일까. 산업화, 민주화,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손에 꼽는다. 어쩌면 한국이 유일하다. 싱가포르만 봐도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 어렵잖나. 북과 같은 나라는 엄청 많다. 아프리카 몇몇 나라만 봐도 그렇고. 허접한 나라는 다 망했나? 아니다. 나름의 시스템으로 수십 년씩 사는 나라는 많다. 제3세계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독특하고, 북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이룬 성공을 기준에 두고 보니까 북이 비정상인 거다.

북의 독특한 점은 핵 문제에서 드러난다. 미국과 사이 안 좋은 나라는 많다. 그렇다고 핵을 만들려고 한 나라는 몇 개 없다. 게다가 북은 실제로 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 만들어놓고 비핵화를 하겠다고 한다. 독특한 나라다. 이 독특함에 맞는 방식을 찾고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북이 왜 핵보유국이 됐는지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지금까지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인 핵확산을 다룰 때 쓰는 일반적인 원칙, 논리를 썼다. 그게 90년대까지는 맞았다. 그때는 북이 핵을 완성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비확산체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건 북이 왜 핵을 가지려 했는지 핵동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가 모든 제재를 감수하고 핵을 보유하겠다고 나섰다. 그럼 이 동기를 생각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핵 능력 통제도 중요하지만 핵 동기에 관심을 둬야 한다."

"북·미 협상, 북도 새로운 선수 필요했을 것"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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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발언 외에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징후, 변화가 있나.
"겉으로 드러나는 게 딱히 없다. 그게 답답한 지점이다. 우리가 북을 못 미더워하는 것만큼 북도 조심스럽다. 북 내부적으로 비핵화한다고 했는데, 거기도 충격 받지 않았겠나. 그걸 감내하려면 비핵화해도 안전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외려 북이 보인 행동 중 인상적인 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대중연설을 할 수 있게 한 거다. 북도 굉장히 위험부담을 떠안고 한 결정이다."

- 협상단 구성 역시 협상 전략 중의 하나인데, 실무협상에 김혁철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추가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일단 김계관, 강석주, 리용호는 90년대 사람들이다. 북도 새로운 선수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 협상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잖나. 새로운 선수를 키워야지. 김혁철이 유능한 사람인 건 분명해 보인다. 젊은 나이에 진급이 빨랐다. 어쨌든 북도 새 선수를 내보낼 만한 시점이다. 북도 과거랑 다른 식의 협상을 하고 싶은 거다. 그때 제일 쉬운 건 선수를 바꾸는 거다. 최선희와 김혁철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어쨌든 협업할 텐데 누가, 어떤 부분이 중점이 될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분명해진다."

-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이라는 대내 전략과 미국과 관계 개선하고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대외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외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담을 떠안고 이를 공표하며 진행한 이유가 뭐였을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거다. 김정은 정권의 성장률을 보면, 우리 통계로 1%, 2% 성장했다. 물론 이 통계도 확실한지 논란이 좀 있다. 북의 내부 시장 상황을 봐서는 성장률이 더 높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자기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무언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3대 세습의 정통성이라는 게 지금 북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먹히겠나. 북한 사람들이 자본주의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도 있는 마당에. 김정은이 이제는 배고프지 않게 하겠다 공언했잖나. 뭔가 바꿔야 했을 거다.

그리고 대북제재 측면에서 보면, 2016년부터 본격 제재가 들어갔는데 계속될수록 북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지점이 온다. 그때는 북의 협상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아주 힘들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했을 거다. 북 관련 경제통계나 전망이 얼마나 맞을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힘든 시기가 2019년 이후 가까운 시일 내에 온다고 한다. 지금 수준의 제재가 계속 유지되면 환율, 물가 곤두박질할 테니까. 북으로서는 꽤 적당한 시기에 나온 거다."

- 중국은 미국이 북을 일방적으로 압박할 수 없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북에 안보위협이 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우리가 비핵화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비핵화냐 평화체제냐에 따라 우리의 역할이 달라진다. 비핵화 협상 자체만 보면, 우리는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우리는 그동안 속도가 안 나거나 북·미관계가 꼬여있으면 양쪽을 만나 조정해왔다. 그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일단 북·미정상회담까지 공은 북·미에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생겨 비핵화 과정이 굴러가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몫이 있을 거다. 중재자가 메신저는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평화체제 그림을 갖고 이를 양측에 설득해야 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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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에 들어서면 한국은 당사자다. 남북 간에 군사 부분 합의가 있었는데, 군사적 긴장 완화뿐만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고 교류협력하고 할 일은 많다. 더 중요한 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넘어갈 때 우리는 이걸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이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유엔사부터 한미동맹, 한중관계가 다 얽혀 있는 부분이다.

지금도 중국이 포함된 4자회담 이야기가 나오고 있잖나. 개인적으로 한·중관계가 괜찮은지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지난해 남·북이 3번 만났고, 한·미 정상회담도 했고, 북·미정상회담도 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정상회담한 거 말고 남·북, 북·미처럼 진행한 건 없지 않나.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서 봤다. 그러다 결국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각성하고 바뀌었다. 중국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평화체제에 돌입할 때 적극적으로 반영할 거다. 한중관계 안에서 조율할 부분이 많다. 올해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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