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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딸 문다혜 씨 관련 사항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발언하는 곽상도 의원  29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딸 문다혜 씨 관련 사항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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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중구남구)이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가족이 동남아로 이주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지난 29일 곽상도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회의에서 문다혜씨 아들의 '학적변동 관련서류'를 들어보이며 "해외 이주 사유를 설명해달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자녀의 교육문제로 해외로 이주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고,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해외이주한 것이라면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일 것"이라면서 "대통령 자녀가 도대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도 국민이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다혜씨 가족이 한국을 떠난 것을 '불만' 때문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곽상도 의원이 공개한 정보는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문다혜씨 부부와 아이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의 반박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과 같습니다.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자녀의 부동산 증여·매매 과정 및 해외체류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법이나 탈법은 없었다"라며 "곽상도 의원의 자료의 취득경위와 자료 공개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확인 후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통령 가족은 현재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고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거나 자녀 교육 목적을 위한 해외 이주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초등학생 아이와 부모의 개인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입수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도 개인의 정보를 함부로 공개한 사실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30일 논평을 통해 "법률상 국회는 정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번에 일부 공개된 정원외관리 원서 등은 지금도 국회 업무시스템에 따라 의원의 요청과 해당 부처의 제출로 공개된 합법적 자료"라고 재반박했습니다.

제주에 살고 싶었던 다혜씨 
 
제주 시골 마을의 풍경. 제주는 오름과 바다가 있는 섬으로 많은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살기 등으로 오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제주 시골 마을의 풍경. 제주는 오름과 바다가 있는 섬으로 많은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살기 등으로 오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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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혜씨는 제주에 거주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듯 제주에서 생활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좋았던 걸까요. 문다혜씨는 계속해서 제주에 살고 싶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장기간 살 집도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제주에서의 삶은 꿈처럼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주의 집값이 워낙 비쌌습니다. 집을 구하려 애를 썼지만, 워낙 연세(1년에 해당하는 월세를 한 번에 내는 방식)가 올라 그녀는 원하는 집을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 제주에서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의 연세는 보통 1000만 원이 넘었다).

문다혜씨 가족은 문 대통령 부부가 살던 경남 양산에도 살았습니다. 그만큼 문다혜씨는 도시보다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동경하고 그리워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하는 아버지가 싫었던 딸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집중유세에 깜짝등장한 딸 다혜씨가 아주 특별한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문 후보의 가슴에 딸 다혜씨가 달아준 카네이션이 보인다.
▲ 문재인 후보 가슴에 카네이션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집중유세에 깜짝등장한 딸 다혜씨가 아주 특별한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문 후보의 가슴에 딸 다혜씨가 달아준 카네이션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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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혜씨는 아버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도 대중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선 기간 마지막 집중 유세에 당시 8살 아들과 등장한 게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문다혜씨는 참여정부 시절 아버지의 치아가 10개나 빠졌던 일을 언급하면서 "아버지가 정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다혜씨 눈에는 청와대 시절 고생했던 아버지나, 절친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을 봐도 정치인의 삶이 행복하다고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까닭에 문다혜씨는 정치인 아버지와 함께 대중 앞에서 서는 것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 지난해 1월 문다혜씨가 정의당 당원이라는 뉴스가 모든 언론에 보도됐다. 별다른 내용 없이 천편일륜적 복사 보도였다.
 ▲ 지난해 1월 문다혜씨가 정의당 당원이라는 뉴스가 모든 언론에 보도됐다. 별다른 내용 없이 천편일륜적 복사 보도였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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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혜씨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치인 가족보다, '문다혜'라는 개인의 삶이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가족이 아닌 평범한 시민 문다혜로 살아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서 가족과 함께 조용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계획은 어그러졌습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대통령의 딸'이기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정의당 당원이라는 별것 아닌 일이 언론과 정당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범죄도 불법도 아닌 해외이주가 국민의 알 권리?
 
1월 30일 중앙일보 사설은 문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가 마치 국민이 궁금해 하고 알 권리처럼 주장했다.
 1월 30일 중앙일보 사설은 문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가 마치 국민이 궁금해 하고 알 권리처럼 주장했다.
ⓒ 중앙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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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이주는 불법도 범죄도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당과 언론은 마치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며 이유를 밝히라고 추궁하고 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곽상도 의원의 의혹제기와 관련해 "1980년 이후 대통령의 가족이 해외 체류로 인한 가족들 경호가 9건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 새로울 것도,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곽상도 의원이 '대통령 가족이 불만이 있어 한국을 떠났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 공작에 가깝습니다.

대통령의 딸이라지만, '문다혜'라는 한 개인의 인생이 있습니다. 모든 가족이 아버지의 생활 패턴을 따라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지금 세대의 사고방식과 맞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딸이지만, 평범한 삶과 가족의 행복을 찾아 떠난 다혜씨의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문다혜, #문재인 대통령, #곽상도, #자유한국당, #정치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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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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