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동안 일본 축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0년 아시안컵에서 두 팀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조별리그에선 일본이 사우디에 4-1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사우디 감독이었던 밀란 마찰라 감독은 경기 이후 경질되기도 했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은 또다시 일본의 승리로 끝났고, 일본은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1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에서 다시 두 팀은 또 한 번 마주쳤다. 당시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2패로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일본은 1승 1무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일본은 오카자키 신지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5-0으로 승리를 거두며 사우디를 그야말로 맹폭했다.

지난 2017년 9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에서 0-1로 패하긴 했지만, 당시 이미 일본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었던 경기라 봐도 무방하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1승 1패로 승패를 나눠가진 두 팀은 2019 AFC 아시안 컵 16강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일본은 사우디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계속 이어갔다.

강한 압박과 수비전술 선택한 일본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전반전만 해도 사우디 아라비아는 볼 점유율 70-30, 슈팅 5-1(유효 슈팅 1개)로 우위를 점했다. 일본은 라인을 내리고 버스 두 대를 세운 듯한 수비 전술을 구사하며 사우디의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 이는 사우디의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주 공격루트를 봉쇄하기 위한 작전으로,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혀 사우디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사우디가 하프 라인까지 올라오는 것은 용인하되, 하프라인을 조금이라도 넘어오는 순간부터 강한 압박을 구사하며 사우디 공격의 맥을 끊기 시작했다.

득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한 방을 노리는 작전으로 경기를 펼친 일본은 전반 19분. 왼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시바사키 가쿠가 올렸고 이 볼을 도미야스 다카히로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일본의 유일한 득점 기회나 마찬가지였던 순간이었지만, 일본이 이를 잘 살리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특히 이 골은 한창 웅크리고 있던 일본이 서서히 공격 쪽으로 올라가려던 과정에서 터진 득점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또다른 부분은 파울 수다. 일본은 전반전에만 14개의 파울을 기록해, 6개를 범한 사우디보다 2배 이상이었다. 이 중 7개를 전반 20분도 안 돼 범할 정도로 사우디를 상대로 상당히 거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는 사우디가 공격을 진행할 때 템포를 끊는 것은 물론, 심리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 파울 플레이는 주효했다. 사우디는 오히려 후반 들어 심리적으로 흔들렸으며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잘 막아내는 것을 택한 일본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또 다시 일본에게 약한 모습 보인 사우디

호세 안토니오 피치 감독이 부임한 사우디는 최근 1년여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비록 러시아 월드컵에서 러시아에 0-5로 패하는 등 부침은 있었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맛보는 등 사우디에겐 나름 의미 있는 대회였다. 이외에도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된 데다 피치 감독의 공격 축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사우디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북한, 레바논과 치른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2연승으로 상승세였지만 카타르에게 0-2로 패하면서 좋았던 분위기가 한풀 꺾였던 사우디는 '천적' 일본과 마주한 16강전에선 아예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일본은 전체적인 라인을 내리며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가져갔지만, 사우디는 일본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슈팅 기회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많았고 높게 뜨는 슈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에서 사우디가 얻어낸 득점 기회는 전반 11분 알 비시의 발리슛을 요시다 마야가 머리로 막아낸 장면, 전반 34분 하탄 바브리가 감아찬 슛이 아깝게 골대를 벗어난 것 외에 손에 꼽을 정도로 사우디의 공격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사우디의 공격을 막아낸 탓에 사우디가 이를 뚫을 수 있는 공격루트는 사실상 세트 피스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세트피스 기회는 일본의 수비에 차단되기 일쑤였고, 세컨볼을 따내더라도 다음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또한 사우디는 순간의 집중력 부족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을 터뜨린 도미야스 다카히로를 놓치면서 결국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사우디에게 일본과의 경기는 지난 18일 열린 카타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답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경기에서도 볼 점유율 72-28로 압도적으로 앞섰던 사우디였지만 카타르에게 0-2로 패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사우디는 볼을 소유한 시간은 많았지만 경기를 지배하지는 못했다.

또한 사우디는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0-1로 뒤진 후반 35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알리 알모에즈를 막지 못하며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번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며 코너킥 상황에서 결승골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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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컵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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