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일본 축구가 아니어서 낯설었다. 공 점유율을 포기하고 전반전에 넣은 1골을 지키기 위해 질식 수비를 펼치는 것은 약간 무모하게도 보였지만 끝내 그들은 실리를 챙기고 말았다. 상대 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도 이 흐름을 예상하지 못한 듯 분통 터지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후 8시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에 터진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세트 피스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이기고 8강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만나게 됐다.

코너킥 세트 피스 결승골, 이후 74분을 버티다
 
 21일(한국 시각) 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전에서 일본의 도미야스 다케히로 선수가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1일(한국 시각) 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전에서 일본의 도미야스 다케히로 선수가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 AP/연합뉴스

 
일본은 16강 이후 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지는 것을 무엇보다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무리하게 체력을 낭비하며 상대 팀을 두들기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실리 축구는 승리 요건인 딱 1골이면 됐다. 

거짓말처럼 20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간판 미드필더 시바사키 가쿠가 왼쪽 코너킥을 오른발로 감아 올렸고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헤더 슛이 정확하게 구석으로 날아가 꽂혔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표정은 심각하지 않았다. 70분이 약간 넘게 남아 있었기에 일본 골문을 쉼없이 두들기면 1골 이상은 넣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의 골문 앞을 촘촘히 막아섰다. 이른바 질식 수비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이 무서워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핵심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여 8강 이후 일정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자는 의도가 보였다. 

일본 수비의 압박 수위는 높은 위치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고는 실질적인 위험 지역에 근접했을 때 벌떼 수비를 펼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게임을 통해 날린 15개의 슛 중에서 일본 페널티 지역 안에서 시도한 슛이 절반도 안 되는 7개에 그친 것이 이 흐름을 알려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말로 숨을 쉴 수 없었을까?

일본의 공 점유율은 23.7%에 그쳤다. 유효 슛도 단 2개밖에 날리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일본 축구가 본연의 색을 감추고 철저하게 뒷문을 잠근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말로 일본의 질식 수비 앞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충분히 동점골 기회를 얻어내기는 했다. 문제는 언제나 골 결정력이었다.

아무리 일본 선수들이 공격수까지 포함하여 모두 작정하고 수비만 했다고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집중력을 잃은 순간이 몇 차례 드러난 것이다.

61분에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동점골 기회를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알 무왈라드의 빠른 돌파와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가 이어졌다. 이 공을 받아서 잡아놓은 알 도사리는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높게 떠올라 일본 골문을 넘어가고 말았다. 

그로부터 9분 뒤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얻었다. 이 때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알불라이히가 일본 수비수들이 밀어내지 못한 상태로 프리 헤더 슛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이마를 떠난 공은 역시 포물선을 그리며 일본 골문 위를 넘어갔다. 

적어도 이 두 장면은 일본과 8강에서 만나게 되는 베트남 선수들에게 큰 시사점을 남겼다고 봐야 한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보다 섬세한 마무리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축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게임 승리 팀 일본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두바이에 있는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과 만나 준결승 진출권을 다투게 됐다. 그런데 일본은 공격수 무토 요시노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수비하다가 경고를 받는 바람에 누적 징계로 8강에 뛰지 못하게 됐다.

2019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21일 오후 8시, 샤르자 스타디움)

일본 1-0 사우디 아라비아 [득점 : 도미야스 다케히로(20분,도움-시바사키 가쿠)]

◎ 일본 선수들
FW : 무토 요시노리(90+2분↔기타가와 고야)
AMF : 하라구치 겐키, 미나미노 다쿠미(77분↔이토 준야), 도안 리츠(89분↔시오타니 츠카사)
DMF : 시바사키 가쿠, 엔도 와타루
DF : 나가토모 유토, 요시다 마야, 도미야스 다케히로, 사카이 히로키
GK : 곤다 슈이치

◎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
FW : 알 무왈라드
MF : 살렘 알 도사리, 알 모카휘, 압둘라 오타이프(77분↔모하메드 알사이아리), 알 비시(56분↔야히아 알 셰흐리), 하탄 바헤브리(87분↔압둘라흐만 가림)
DF : 알 샤흐라니, 알 불라이히, 알 파틸, 알브레이크
GK : 알 오와이스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일본 23.7%, 사우디 아라비아 76.3%
유효 슛 : 일본 2개, 사우디 아라비아 1개
슛 : 일본 5개(박스 안 5개), 사우디 아라비아 15개(박스 안 7개)
가로채기 : 일본 10개, 사우디 아라비아 4개
패스 : 일본 197개, 사우디 아라비아 659개
롱 패스 : 일본 76개, 사우디 아라비아 77개
패스 성공률 : 일본 60.4%, 사우디 아라비아 85.6%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일본 44.1%, 사우디 아라비아 74%
크로스 : 일본 17개, 사우디 아라비아 34개
크로스 성공률 : 일본 23.5%, 사우디 아라비아 11.8%
오프 사이드 : 일본 0개, 사우디 아라비아 3개
코너킥 : 일본 4개, 사우디 아라비아 6개
태클 : 일본 20개, 사우디 아라비아 7개
파울 : 일본 27개, 사우디 아라비아 13개
경고 : 일본 1장(무토 요시노리), 사우디 아라비아 2장(알 무왈라드, 야세르 알 샤흐라니)

◇ 토너먼트 대진표
37번 게임 ★ 베트남 1-1(승부차기 4-2) 요르단
38번 게임 ★ 중국 2-1 태국
39번 게임 ★ 이란 2-0 오만
40번 게임 ★ 일본 1-0 사우디 아라비아
41번 게임 ☆ 호주- 우즈베키스탄(21일 오후 11시, 칼리파 빈 자예드-알 아인)
42번 게임 ☆ 아랍에미리트-키르기스스탄(22일 오전 2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아부다비)
43번 게임 ☆ 한국 - 바레인(22일 오후 10시, 라시드 스타디움-두바이)
44번 게임 ☆ 이라크 - 카타르(23일 오전 1시, 알 나얀-아부다비)

45번(8강) ☆ 베트남 vs 일본(24일 오후 10시, 알 막툼-두바이)
46번(8강) ☆ 중국 vs 이란(25일 오전 1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47번(8강) ☆ 43번 승리 팀 - 44번 승리 팀(25일 오후 10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아부다비)
48번(8강) ☆ 41번 승리 팀 - 42번 승리 팀(26일 오전 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49번(4강) ☆ 45번 승리 팀 - 46번 승리 팀(28일 오후 1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50번(4강) ☆ 47번 승리 팀 - 48번 승리 팀(29일 오후 11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51번(결승전) ☆ 49번 승리 팀 - 50번 승리 팀
(2월 1일 오후 11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아시안컵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박항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