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서른 일곱 살 테니스 선수인 세레나 윌리엄스는 태어난 지 16개월 21일이 된 딸 올림피아의 엄마다. 2017년 9월 첫 날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지난해 윔블던과 US 오픈 두 대회 연거푸 결승전까지 올라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랭킹 16위 자격으로 참가한 새해 첫 메이저 대회에 또 도전장을 내밀어 1위까지 잡아버렸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성, 그리고 엄마로서 그동안 부딪치고 넘어온 벽들이 또 얼마일까?

여자 프로테니스 랭킹 16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호주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16강에서 세계 랭킹 1위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1시간 47분 만에 2-1(6-1, 4-6, 6-4)로 이기고 8강에 올랐다. 

할렙의 서브 패턴을 읽은 세레나 윌리엄스
 
 세레나 윌리엄스

세레나 윌리엄스 ⓒ 연합뉴스


세레나가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 벌써 24년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72회의 단식 우승 기록을 남겼고 그 중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도 23번이나 된다.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 중에서 31.9%가 그랜드 슬램 타이틀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놀랍다. 여자복식 그랜드 슬램 타이틀도 14회나 이루었으니 그녀는 테니스 무대에서 더이상 이룰 것 없어 보인다. 

통산 승리 경기 숫자도 이미 800을 넘었다. 어떤 이들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코트에 서서 노란 공을 응시한다. 올림피아를 낳은 뒤 단 10개월만에 그녀는 윔블던 결승전에 섰다. 준우승 트로피를 들고 짧은 코트 인터뷰를 할 때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뛰었다는 말을 남기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 우승과 현재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시모나 할렙을 만나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세레나는 1세트부터 시모나 할렙의 세컨드 서브를 완벽하게 공략하는 전술을 성공시켰다. 1세트에서 시모나 할렙은 세컨드 서브를 모두 여섯 개 넣었는데 그 중 단 하나의 포인트도 얻지 못했다. 반면에 세레나의 1세트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은 65%나 된 것이다. 시모나 할렙의 서브 17개 중에서 11개를 자기 포인트로 가져온 것이다. 그 결과 믿기 힘든 6-1 점수판을 만들었다.

3세트 여섯 번째 게임, 세레나의 아름다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

세레나의 과감한 리턴에 바짝 정신을 차린 시모나 할렙은 두 번째 세트에서 다시 일어나 6-4 게임을 만들며 마지막 세트 양보 없는 게임들을 예고했다. 이어진 3세트 첫 게임부터 듀스가 만들어졌고 시모나 할렙의 세컨드 서브를 기다렸다가 몸 방향을 돌려 포핸드 스트로크로 구석을 노리는 세레나의 147km/h짜리 완벽한 리턴 위너도 나왔다. 가까스로 시모나 할렙이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첫 게임을 따내기는 했지만 세레나의 운영 능력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 16강 최고의 순간은 3세트 여섯 번째 게임이었다. 세레나 윌리엄스의 서브 게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엎치락뒤치락 듀스가 다섯 번이나 나왔으니 보는 이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갈림길을 만든 것은 역시 세레나의 날카로운 서브 각도였다. 속도는 162km/h밖에 안 되는 서브였지만 시모나 할렙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반대쪽 모서리에 떨어지는 완벽한 코스였다. 그리고 세레나는 아름다운 양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그 게임을 끝내 3-3 숫자를 스코어 보드에 새겼다.

바로 뒤 일곱 번째 게임에서 세레나가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왔다. 역시 듀스까지 온 이 게임에서도 세레나는 시모나 할렙의 세컨드 서브를 기다렸다가 깜짝 놀라는 리턴 타이밍을 자랑했다. 여기에 질린 시모나 할렙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게임이 4-3으로 뒤집혔다.

그리고 세레나 윌리엄스는 열 번째 게임에서 16강을 끝낼 수 있었다. 기막힌 백핸드 크로스로 두 개의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은 세레나는 이어진 마지막 포인트에서 시모나 할렙의 포핸드 크로스가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는 바람에 두 팔을 번쩍 치켜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올림피아의 엄마 라켓이 또 한 번 하늘로 솟은 것이다.

이제 세레나 윌리엄스는 8강에서 세계 랭킹 7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공화국)를 만나게 됐다.

2019 호주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16강 결과
(1월 21일 오후, 로드 레이버 아레나-멜버른 파크)

★ 세레나 윌리엄스 2-1(6-1, 4-6, 6-4) 시모나 할렙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세레나 윌리엄스 9개, 시모나 할렙 2개
더블 폴트 : 세레나 윌리엄스 2개, 시모나 할렙 2개
첫 서브 성공률 : 세레나 윌리엄스 60%(53/89), 시모나 할렙 65%(48/74)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세레나 윌리엄스 77%(41/53), 시모나 할렙 75%(36/48)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세레나 윌리엄스 42%(15/36), 시모나 할렙 31%(8/26)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세레나 윌리엄스 50%(5/10), 시모나 할렙 43%(3/7)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세레나 윌리엄스 86%(12/14), 시모나 할렙 100%(1/1)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세레나 윌리엄스 38%(28/74), 시모나 할렙 35%(31/89)
위너 : 세레나 윌리엄스 44개, 시모나 할렙 24개
리턴 위너 : 세레나 윌리엄스 6개, 시모나 할렙 2개
언포스드 에러 : 세레나 윌리엄스 31개, 시모나 할렙 12개
리턴 언포스드 에러 : 세레나 윌리엄스 5개, 시모나 할렙 2개
서브 최고 속도 : 세레나 윌리엄스 189km/h, 시모나 할렙 179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세레나 윌리엄스 168km/h, 시모나 할렙 157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세레나 윌리엄스 142km/h, 시모나 할렙 139km/h

◇ 세레나 윌리엄스의 그랜드 슬램 우승 기록(단식 23회 우승 / 여자복식 14회 우승)
호주 오픈 단식 : 2017년 2015년 2010년 2009년 2007년 2005년 2003년 (통산 7회)
호주 오픈 여자 복식 : 2010년, 2009년, 2003년, 2001년 (통산 4회)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단식 : 2015년 2013년 2002년 (통산 3회)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여자 복식 : 2010년 1999년 (통산 2회)
윔블던 단식 : 2016년 2015년 2012년 2010년 2009년 2003년 2002년 (통산 7회)
윔블던 여자 복식 : 2016년 2012년 2009년 2008년 2002년 2000년 (통산 6회)
US 오픈 단식 : 2014년 2013년 2012년 2008년 2002년 1999년 (통산 6회)
US 오픈 여자 복식 : 2009년 1999년 (통산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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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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