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스> 포스터.

영화 <글래스>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많은 슈퍼히어로 만화를 책으로 접해왔다. 아시아권에서의 히어로는 주로 쿵푸나 기를 써서 특별한 기술을 쓰는 의인으로 묘사가 되어 만화나 소설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영웅문 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영웅 서사를 가진 동양권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북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잡지나 만화책으로 수많은 슈퍼히어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수많은 버전이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영웅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유년기를 보냈다. 그렇게 만화에서만 존재하던 슈퍼히어로들은 최근에 다양한 영화로 실사화 된다. 너무 많은 영화가 등장하고 있어 식상함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슈퍼히어로 이야기는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그 히어로물의 홍수 속에 독특한 히어로 영화 <글래스>가 개봉했다.

가까운 가족이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가졌다면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해야 할까. 많은 슈퍼히어로 만화에서 그들의 가족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보여준다. 슈퍼맨은 외계인을 입양해 키운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올바른 정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며, 스파이더맨은 숙모와 삼촌의 사랑을 받고 죽은 삼촌에게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을 배운다. 이런 슈퍼히어로 가족에 대한 묘사들은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간간히 보여졌었다.

영화 <글래스>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코믹북의 콘텐츠를 현실에 대입하여 독특한 슈퍼히어로 서사를 보여준다. 또한 그 이야기 가운데 슈퍼히어로들의 가족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기존 영웅 서사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언브레이커블>과 < 23 아이덴티티 >와 연결되는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

이 영화는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언브레이커블>과 2017년에 개봉한 < 23 아이덴티티 >와 연결되는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영화의 제목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요 인물들의 특징이나 이름을 쓰고 있다. <언브레이커블>은 주인공 데이빗(브루스 윌리스)이 가진 능력을 제목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 23 아이덴티티 >는 원제 'Spilt'처럼 주인공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의 여러 개 자아를 의미한다. 이번 <글래스>는 주인공 엘리야(사무엘 잭슨)의 유리같이 쉽게 뼈가 부러지는 그의 별명이다.
 
 영화 <글래스> 장면

영화 <글래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언브레이커블>이 처음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이 영화의 반전에 주목했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바로 전작이 반전으로 유명한 <식스센스>(1999)였으니,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반전에 쏠릴만도 했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이 주목한 건, 만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해석한 현실적인 슈퍼히어로의 심리와 주변부 이야기였다.

주인공 데이빗은 절대 다치지 않는 몸과 강한 힘을 가졌지만 평생 동안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는 인물이다. 그의 아들 조셉(스펜서 트리트 클라크)은 자신의 아빠인 데이빗을 히어로라고 믿는다. 데이빗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만 가족인 아들은 자신의 아빠를 영웅이라 믿고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 한다.

또 다른 주인공 엘리야는 자신의 몸이 쉽게 부서지는 것 때문에 자신에 대해 증오하고 실망해 늘 어둠 속에서 있던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샬레인 우다드)는 그렇게 세상 한 켠에 움츠려 있던 엘리야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북돋아 준다. 엘리야가 좋아하던 코믹북을 던져주며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오면 새로운 코믹북을 선물로 주면서 그에게 삶을 살 수 있는 동력을 준다. 수많은 코믹북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유리 같은 몸을 가졌지만 뛰어난 두뇌와 비범한 책략으로 그 자신을 실제 현실의 슈퍼히어로 빌런으로 만드는 일종의 설계자가 된다.

영화 <글래스>의 또 다른 주인공 케빈은 24개의 인격을 가진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의 학대로 인해 여러 인격을 만들어냈으며 수시로 각각의 인격들은 그의 몸을 번갈아가며 통제한다.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인격 비스트는 초현실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인격으로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전작인 < 23 아이덴티티 >부터 그의 수많은 인격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데 그를 통제하게 만드는 건, 그가 납치했던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다. 케이시는 진정한 케빈의 원래 자아와 선한 자아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영화 <글래스>장면

영화 <글래스>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세 인물을 모아 놓고 벌이는 심리극

이 세 명의 특별한 인물들을 한 정신병원에 모이게 만든 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새로운 인물 엘리 박사(사라 폴슨)를 등장시켜 세 명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 그들의 정신병적 망상이었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 사실 이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하다. 그들 모두 세상에서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거나 그저 평범하게 인식되는 사람들이다.

너무 약해서 병원 신세를 지거나,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고 그저 단순한 경비일을 하거나, 부모의 학대로 버려진 건물에만 사는 그들은 삶의 많은 부분이 결핍으로 가득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일반적인 사회에서 쉽게 인정받기 어렵다. 또한 그들의 능력이 세상 밖으로 노출된다는 것은 큰 변화 없던 사회 시스템에 혼란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요 인물들은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

즉,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다루었던 사회의 이상한 현상인 돌연변이에 대한 두려운 시선이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세 주인공 중 누가 악당 역할의 빌런인지 답하기 어렵다. 여느 히어로 영화처럼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각각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그들을 바라보는 엘리 박사는 그들이 믿는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며 정신병으로 몰아붙인다. 박사가 주인공들을 통제하는 방식은 매우 비인간적이며, 강압적이다. 아주 부드럽고 교양 있는 말투를 가지고 있는 박사는 그런 고상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세 주인공들을 철저히 정신병 환자로 괴롭힌다. 아마도 엘리 박사가 이 영화에서 가장 빌런의 위치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영화 <글래스>장면

영화 <글래스>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공을 들여 보여주는 건 세 명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의 주변부 인물들이다. 데이빗의 아들, 엘리야의 어머니, 그리고 케빈의 친구로 받아들여지는 케이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병원에서 빼내려 애쓴다. 각 인물들의 가족 또는 친구는 각 인물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 각각의 관계는 매우 가깝다. 이 세 주변 인물들의 공통점은 데이빗, 엘리야, 케빈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인정하고 그들이 숨어있는 어둠의 영역에서 밖으로 끌고 나오려도 노력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세 주인공의 주변 인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

이 점은 중요하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에서 소외되고 숨어있다. 평범한 그들의 주변 사람이 그들을 양지로 이끈다. 보통의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히어로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부 영향을 받은 후 그들 스스로 어둠 속에서 나오며 성장한다. 하지만 <글래스>의 히어로들은 그저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철저히 그 자신을 숨긴다. 어쩌면 그들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다면 그들은 더욱 깊은 어둠 속에서 그저 조용히 더욱 소외된 삶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일반 사람들에게 그들의 능력은 이상하고 두려운 것이고, 그 시선은 엘리 박사의 관점으로 영화 내내 관객에게 전달된다. 

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케빈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다. 이미 < 23 아이덴티티 >에서 보여줬던 다중인격 연기를 매우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각 인격들의 성향에 따라 말투나 행동, 몸짓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모습은 영화 내내 반복되지만 각 인격들의 성향에 딱 들어맞게 연기하는 그의 연기는 발군이다. 데이빗을 연기하는 브루스 윌리스나, 엘리야를 연기하는 사무엘 잭슨은 전작과 동일한 톤으로 그들에게 딱 맞는 연기를 하고 있다. 또한 엘리 박사 역할의 사라 폴슨은 매우 부드럽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전문가 연기를 영화 끝까지 보여주는데, 그의 연기는 영화의 반전과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슈퍼히어로물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이야기다. 액션 중심의 서사가 아니고 각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중점이 되면서 자연히 영화에서 관심받는 부분은 액션이 아닌 각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된다. 세 인물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던 영화는 후반부 모든 인물을 한 곳으로 모아 마지막 힘을 쏟아 넣는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 자체도 심리 스릴러적인 성향이 강하다. 또한 19년 전 시리즈의 첫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왔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영화가 샤말란 유니버스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래스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M나이스샤말란 슈퍼히어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영화와 시리즈가 담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레빗구미 영화이야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봐요.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