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텀급 챔피언 딜라쇼의 플라이급 침공은 결국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UFC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바클레이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3 메인이벤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TJ 딜라쇼를 1라운드 32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세후도는 '플라이급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타이틀 통합에 도전한 딜라쇼의 반란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진압하며 플라이급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한편 언더카드 메인 이벤트에 출전한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는 알렉산더 에르난데스를 2라운드 KO로 꺾고 성공적으로 라이트급에 복귀했다. 이 밖에 플라이급의 조셉 베나비데즈, 라이트 헤비급의 글로버 테세이라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승리를 거두며 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여성 플라이급의 기대주 페이지 반젠트는 2016년8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옥타곤에서 승리를 거뒀다.

스타 부재에 시달렸던 여성 스트로급에 등장한 특급 유망주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스트라이크포스를 중심으로 여성부가 떠오르고 있을 때도 "내가 대표로 있는 한 UFC에서 여성부 경기가 열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화이트 대표는 자신이 뱉었던 말을 뒤집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포스 여성 밴텀급을 집어삼킨 베이징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 때문이었다. 

로우지가 가진 높은 상품성을 보고 여성부의 가능성을 확인한 화이트 대표는 지난 2013년 UFC에 여성 밴텀급을 신설했다. 그리고 로우지는 6명의 도전자를 차례로 제압하며 UFC 최고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로우지를 중심으로 한 여성 밴텀급이 의외로 큰 흥행을 거두자 화이트 대표는 곧바로 UFC에 여성 스트로급(-52.2kg)을 신설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스트로급에는 로우지 같은 스타가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초대 챔피언 칼라 에스파르자와 5차방어까지 성공한 2대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은 격투 팬들을 열광시키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는 '전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선수들의 체격이 작아 화끈한 KO보다는 판정 경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고 끼 많은 스트로급 파이터 반젠트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았다.

2012년부터 파이터와 모델을 겸하던 반젠트는 2013년 11월 UFC에 데뷔해 파죽의 3연승 행진을 달렸다. 의외의 화끈한 경기력으로 격투 팬들을 열광시켰고 UFC에서는 론다 로우지의 뒤를 이을 여성 파이터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반젠트를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UFC에서도 스타 기질이 다분하던 반젠트를 위한 '챔피언 로드'의 지름길을 준비했다.

2015년 12월 반젠트의 UFC 4번째 상대로 당시 스트로급 랭킹 3위이자 현재 스트로급 챔피언이 된 로즈 나마유나스를 낙점했다. 만약 반젠트가 나마유나스의 벽을 넘는다면 순식간에 타이틀 전선으로 뛰어들며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젠트는 나마유나스를 맞아 경기 내내 밀리다가 5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걸리며 탭을 치고 말았다. 승승장구하던 반젠트의 첫 시련이었다.

3연패 위기에서 짜릿한 암바 승리, 플라이급 첫 승

반젠트는 2016년 3월 유명TV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다른 끼를 과시했다. 그리고 지난 8월 UFC ON FOX21대회에 출전해 함서희를 꺾있던 백 롤링스를 2라운드 17초 만에 화려한 나래차기에 이은 파운딩으로 제압했다. 반젠트는 UFC에서 첫 패배를 당한 후 다음 경기에서 그림 같은 KO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반젠트는 그 해 연말 미셸 워터슨과의 경기에서 다시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기다시 세가 꺾였다. 벤젠트는 2017년 다시 요리 대결 프로그램 < Chopped >에 출연했고 격투 팬들은 격투기에 전념하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으로 외도하는 반젠트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반젠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격투기와 방송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UFC에서도 반젠트의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에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스트로급으로의 감량이 쉽지 않았던 반젠트는 신설된 플라이급(-56.7kg)으로 체급을 올려 작년 1월 UFN12회에서 제시카-로즈 클락을 상대했다(최두호와 제레미 스티븐스가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었던 대회다). 하지만 스트로급에서 올라온 반젠트는 호주의 중소단체에서 밴텀급 챔피언을 지낸 클락에게 끌려 다니다가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파이터 데뷔 후 첫 연패를 당한 반젠트가 3연패를 당한다면 파이터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레이첼 오스토비치와의 경기는 반젠트의 커리어에 대단히 중요한 경기였다. 그리고 반젠트는 UFC 파이터로서의 분기점이 될 수 있었던 오스토비치전에서 1라운드 열세를 이겨내고 2라운드 암바로 승리하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플라이급 전향 후 두 번째 경기 만에 따낸 승리였다.

사실 반젠트는 당장 플라이급 타이틀 전선에서 경쟁할 만한 레벨의 선수는 아니다. 현 플라이급 챔피언은 UFC 진출 후 아만다 누네즈 외의 상대에게는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발렌티나 셰브첸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24세에 불과한 반젠트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유망주다. 그리고 이 넘치는 끼를 가진 젊은 유망주의 성장 과정을 지켜 보는 것은 격투 팬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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