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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작은 동네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유의 책 냄새가 그리워질 즈음, 면천면 성상리에 고즈넉한 책방이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시골 면천에 새로운 책방이 생긴 것이 자못 궁금해서인지 개업하자마자 면천주민들은 물론이고 당진 곳곳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소녀, 책방 주인이 되다
 
오래된 미래 지은숙 대표
 오래된 미래 지은숙 대표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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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라고 이름 지어진 이 책방의 주인은 지은숙씨다. 경북 포항 출신의 그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에 전념하던 그는 자녀들을 웬만큼 키우고 나니, 문학을 좋아했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지은숙 대표는 독서지도에 관심을 갖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독서논술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2009년 경 남편 김용희씨의 직장을 따라 함께 당진을 찾았고, 지난 9년 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논술을 지도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당진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면천을 알게 됐다. 야트막한 산이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면천이 괜히 좋았다. 면천을 오고가던 그에게 지금 책방이 된 낡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 대표는 "면천에 올 때마다 이 건물이 눈에 띄어 늘 살펴보고 갔다"며 "이 건물에 누가 사는지, 어떠한 곳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초 김회영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관장을 알게 되면서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면서 "책방을 열기까지 용기 내기 어려웠는데 김 관장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오래된 미래'… 책과 면천
 
오래된 미래의 모습
 오래된 미래의 모습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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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숙 대표는 서점의 이름을 '오래된 미래'라고 지었다. 그가 면천에 책방을 문 열기로 하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생각한 이름이 '오래된 미래'였다. 오래된 미래는 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라는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작은 마을 라다크 사람들의 삶이 서구식 개발에 의해 밀려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과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울림을 준 것처럼 책방 '오래된 미래' 역시 책과 지역사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은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것처럼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고, 또 존재해야만 해요. 면천이라는 지역사회도 마찬가지죠. 오랜 역사를 품고 지금까지 면천이라는 동네가 유지돼 온 것처럼 면천의 역사 또한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책방 이름을 '오래된 미래'라고 지었어요."

한편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이 주를 이루면서 있던 동네서점마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지 대표가 용감무쌍(?)하게 작은 시골마을에 책방을 문 연 이유는 '공유의 가치'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나서 혼자만 감상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소감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근차근 서점 개업을 준비하면서 그는 전국 방방곡곡의 책방을 방문하고 각 책방마다의 특색과 장점을 정리했다. 지 대표는 "지역에서 책방을 운영한다면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돼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펑크 때우던 곳"
 
오래된 미래 내부
 오래된 미래 내부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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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래된 미래 건물은 원래 자전거포(자전거수리점)였다. 이곳이 문을 닫은 뒤 7년 이상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던 곳이 책방으로 거듭나자 마을주민들은 "펑크 난 자전거 바퀴를 때우러 왔던 곳이 책방으로 바뀌었다"며 반가워했다. 60여 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많은 주민들의 땀과 눈물, 웃음소리와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이곳을 매입해 지난해 5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남편 김용희씨가 무더운 여름기간 동안 내부 리모델링을 도맡았다. 특히 방문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오르도록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더욱 신경을 썼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오래된 미래의 1층은 그림책부터 시집, 소설 등의 책이 정리돼 있고, 2층에는 기증받은 만화책이 있다. 또한 방문하는 사람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와 더불어 방 한 칸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면서 면천지역을 느낄 수 있도록 숙박이 가능한 북스테이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에서는 새 책 뿐아니라 헌 책도 구매 가능하다. 또한 지 대표가 여러 책방을 다니면서 모아둔 엽서와 문구 등도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단돈 2000원이면 오래된 미래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으며, 영화상영 및 독서모임이나 배달강좌 장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제가 꿈꾸는 책방은 지역민들이 희노애락을 나누는 마을의 사랑방이 되는 거예요. 빠르게 지나가는 삶을 살면서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면천에서, 그리고 책방 '오래된 미래'에서 한박자 쉬며 여유를 느꼈으면 합니다."

■위치: 면천면 동문1길 6(구 면천초등학교 앞)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당진, #당진책방, #면천, #면천책방, #당진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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