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빙상계에 피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은 없고 종목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 메달에 따라 선수들의 지원이 좌우되다 보니, 피겨는 더욱 찬밥 신세다."

최근 조재범 전 코치의 폭력과 성폭력 의혹 등으로 빙상연맹의 미흡한 관리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직 피겨 코치들이 빙상연맹의 행정 처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지난 2017~2018년에 있었던 피겨 올림픽 선발전부터 시작해, 지난 13일에 막을 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제73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대회)까지 국가대표 선발전 때마다 관중들로부터 입장료를 받았다.

반면 같은 빙상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피겨 팬들 사이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빙상연맹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후원존 지정에 "대회운영비 목적, 티켓 판매엔 문제 없어"
 
 지난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던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 대회. 정면석 왼쪽 코너 부근에 후원사존이 마련돼 있지만 어느 누구도 앉은 사람은 없다.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던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 대회. 정면석 왼쪽 코너 부근에 후원사존이 마련돼 있지만 어느 누구도 앉은 사람은 없다. ⓒ 박영진

 
특히 피겨 팬들은 목동 아이스링크 정면석 왼쪽 측면 구역에 만들어 놓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채우지 않는 '후원존'에 대해 의아함을 나타냈다. 이 공간으로 인해 정면석을 택한 일반 관중들은 거리가 떨어진 3층 자리를 제외하고는 앉을 수가 없었다. 경기를 보기 위해 표까지 구매해 경기장에 들어왔지만, 선수들의 연기를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반대편 쪽에서 봐야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피겨 티켓 판매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며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상 국내대회가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수익 사업으로 돼있기에 티켓 판매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기에 결정권이 없는 상태이며, 이번 대회 티켓 판매는 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현재 4월에 열릴 예정인 쇼트트랙 챔피언십 대회도 판매 계획이 있는데 확정은 아닌 상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지난해 10월 챔피언십 경기가 진행됐는데 당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일반 입장, 강습 일정 그리고 경기장에 물이 떨어지는 문제로 돈을 받고 관중을 받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또한 대회운영비의 목적도 있는데, 후원사에서 받은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티켓으로 충당을 할 수 있는데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두 금액을 합쳐도 대회 운영비를 메울 수 없다"라며 "한 대회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기 펼치는 최다빈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피겨 코치들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회 운영에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코치들은 지난해 12월 랭킹대회와 이번 챔피언십 대회에서 피겨 심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테크니컬 패널(선수들이 제대로 기술을 수행했는지를 판단함)을 섭외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맹이 공식적인 요청공문을 보내야 함에도 이를 진행하지 않아, 결국 코치들이 나서서 연맹에 요청에 급하게 초청됐다는 것이다.
 
A코치는 "정해진 예산에서 테크니컬 패널을 불러야 하는데 연맹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현재 국내에 테크니컬 패널을 맡을 수 있는 ISU 심판 자격이 있는 사람은 3명인데 모두 개인강습 중이라 패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아니라면 심판급을 준비하는 트라이얼 멤버를 써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직 심판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선수인생이 걸린 중요한 대회에 쓸 수 없고 공정성 시비 문제도 우려됐다"라며 "결국 코치들이 공식 공문을 보내고 겨우 온 사람이 랭킹 때 호주 심판, 종합 때 일본 심판이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피겨 코치 "링크 대관 시간, 통보 없이 바뀌어" 연맹은 "사전 협의 거쳐"

또한 피겨 코치들은 최근 들어 링크 대관 시간이 통보 없이 바뀌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017년 진천 선수촌이 생긴 이후 쇼트트랙과 아이스하키 등은 진천으로 내려갔고 태릉 실내빙상장은 피겨 국가대표들만 사용하게 됐다.
 
김하늘 울컥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하늘이 연기를 마친 뒤 울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2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당시 한국의 김하늘 선수의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A코치는 "이달에 갑자기 쇼트트랙이 태릉에서 훈련을 시작했는데, 쇼트트랙은 물론 일반인 대관 시간을 우선적으로 잡았고 결국 피겨는 말도 안 되는 시간에 훈련을 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치들에게 이와 같은 것에 대한 의사나 어떠한 의견도 물은 적이 없었다. 피겨는 개인코치로 일하다 보니 체육회에 등록이 돼 있지 않고 의견조차 말할 기회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빙상연맹은 피겨 국가대표 의무트레이너들에게 사용시간이 모두 통보됐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기존에 피겨가 오후 2~8시까지 사용하도록 잡혀 있었다가 지금 1~2월에는 오후 12~2시, 4~6시로 나눠서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진천선수촌 시설 보수로 태릉에 잠시 올라왔다가 조재범 성폭력 의혹으로 인해 다시 진천으로 내려갔다. 시설 보수와 관련해 연맹에 통보가 왔었고 그렇기에 부득이하게 시간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겨, 쇼트트랙, 스피드 모든 팀들에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피드 팀의 경우 대표팀 감독,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등을 합해 6명의 지도자가 있고 22명의 대표 선수들이 있다. 대표 선수들은 개인마다 소속사와 개인 코치들이 있는데, 연맹에선 각 종목별 지도자와 코칭 스텝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수많은 개인코치에게까지 연락을 할 수는 없으며, 피겨의 경우 대표 트레이너 분에게 변경 사항이 확실하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A코치는 "연맹이 선수 훈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땐 코치들을 무시하더니 시합 때는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관 스케줄은 개인코치들은 전부 무시하고 대표팀 트레이너에게만 전달하는데, 주니어 그랑프리를 비롯한 해외시합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 것은 전부 코치들이 떠맡고 있다. 팀리더를 함께 파견하지 않으니 코치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사람이 맡아서 이런 일들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피겨 코치들은 연맹의 지도자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겨는 개인 종목이기 때문에,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른 여타 빙상 종목과는 다른 기준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현재 연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인종목이라는 이유로 연맹 등이 코치들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자격 미달의 코치들이 난립하는 것도 피겨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현재 피겨 개인코치는 연맹 강습회를 통해 개인 지도자 등록은 가능하지만, 개인종목이라는 특성상 한 명의 대표코치를 선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B코치는 "쉽게 말해 성인반 수업을 듣는 사람도 등록비 3만 원만 내면 코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선수나 입상경력 등을 전혀 고려되지 않고 너도나도 코치가 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A코치도 "연맹에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인력이 없어서 그 많은 코치들을 일일이 대조하는 것도 어렵고 어떻게 개인코치를 관리하냐'는 답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연맹 측은 대관 스케줄 변경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채용하는 의무트레이너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 코치들과 함께 하는 선수들은 그 사실을 전달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피겨 코치들은 이런 소통 부재는 종목에 대한 체육계 윗선들의 이해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겨계에서는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에 피겨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 또한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 관리지정단체로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이 같은 결정이 난 직후 빙상연맹 임원진들은 모두 사퇴했고 새로운 관리위원회 9명이 연맹 관리를 하고 있다. 관리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내부위원 4명, 외부위원 3명으로 이뤄져 있다. 내부위원은 대한체육회 내 본부장급으로 구성됐고, 외부위원은 추천에 따라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중 피겨계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10월 <전명규의 '보이지 않는 손', 빙상연맹 또 움직일까>를 통해 "김관규 용인대 교수와 성백유 서울시체육회 이사가 의원 명단 안에 포함되자 빙상계의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이 빙상계에선 전명규 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피겨 코치들은 "(빙상연맹이) 관리지정단체가 된 사실을 기사를 통해서야 알았고, 연맹으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며 소통의 부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관리지정단체는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로 나뉘는데 내부인사는 체육회의 본부장급 이상인 사람이 맡도록 하고 있으며, 외부인사는 3명을 추천받아 구성된 것이다. 해당 사업을 고려하고 윗선들과 협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분과별(종목별)로 관리위원회 인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회 임박해 항공권 발권해 노숙하기도... 팀리더 없는 것도 한국뿐


빙상연맹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피겨 선수들은 국제빙상연맹(ISU)의 주관 대회 중 하나인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할 때마다 5위권 이내의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에도 김예림(16·도장중)이 3·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유영(15·과천중), 이해인(14·한강중)이 각각 1차와 6차 대회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연맹은 대회 개막이 임박해서야 티켓 발권을 했고, 선수들은 여러 곳을 경유해 대회가 열리는 나라에 가야만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이 모든 나라와 도시를 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경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티켓 발권을 늦게 하다 보니 멀리 돌아가거나 심지어 짐을 분실해서 대회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해 A코치는 "대한체육회 행정상 제일 싸고 마일리지가 적립이 되면 안 되는 표를 구한다고 하는데 그건 좋다. 그런데 연맹은 8월 초 선발전을 통해, 선수들이 선발되면 그 직후 바로 표를 끊어야 비용도 줄이고 편한 표를 구할 수 있는데도, 출발하기 불과 며칠 앞두고 끊었다"라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코치는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한 번은 비교적 환승이 편한 프랑크푸르트, 파리, 취리히 등을 경유하는 표를 모두 놓치고 런던으로 돌아가야 했던 적도 있었다"라며 "미국, 캐나다 연맹들은 런던 공항이 악명이 높아 환승지로 절대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결국 우리가 대한항공에 따로 전화해 사정한 뒤 활주로를 걸어 겨우 환승을 하거나 노숙을 한 적도 있다"며 개탄했다.
 
A코치는 국제대회 나갈 때 팀리더 없이 움직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나라는 대회 시작부터 돌아올 때까지 현장에서 국제연맹의 공지사항을 전달해주는 인솔자 역할의 팀리더를 둔다. A코치는 "ISU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정도 되는 국가들 중 팀리더가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우리의 경우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주니어 세계선수권 등 챔피언십 대회 등에만 팀리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11일 <조선일보>는 '[기자수첩] 빙상연맹 나몰라라… 선수만 뛰는 한국 피겨'를 통해 "세계선수권과 함께 가장 큰 대회인 그랑프리 파이널에 한국 선수가 2명 이상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빙상연맹 관계자는 한 명도 대회장을 찾지 않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대회 일정에 맞춰서 최적의 항공권으로 발권한다. 경유뿐만 아니라 직항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선수들의 피로도와 경기일정, 금액 등을 고려해 구매하는 것"이라며 "선수 선발이 되고 일정에 맞게 짜다 보면 시간이 타이트한 경우도 있고, 그 시점에서 최적의 항공편을 찾다 보니 부득이하게 그렇게 발권이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지난 2014년 2월 17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전명규 전 한국빙상연맹 부회장이 지난 2014년 2월 17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최근 전명규 교수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을 당시 심 선수 측을 압박해 기자회견을 막고 조재범 측근에게 텔레그램 메신저 사용을 권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기자와 인터뷰한 피겨 코치들은 피겨계에도 전명규 교수의 입김이 작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A코치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임원 배정을 놓고 잡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 피겨 출전권을 여자싱글, 남자싱글, 아이스댄스, 페어 순으로 땄다"면서 "올림픽 때는 종목별 임원으로 대표 감독과 코치를 각 1명씩 2명을 선발한다. 외국은 임원을 선별 때 개인 코치를 넣어주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처음부터 한국 코치들이 배제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순서상 따져봤을 때 당연히 여자 선수의 코치가 임원 자격을 받아야 했음에도, 해당 지도자들은 어떤 혜택도 없는 추가임원 자격만 받아 결국 지도자 분이 선수촌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팀의 임원 자격은 '외국인이기에 선수촌 밖에 세울 수 없다'는 이유로 브라이언 오서(차준환 코치)를 비롯해 페어와 아이스댄스 등 코치들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A코치는 "심지어 2명으로 제한돼 있던 임원 카드를 (외국코치) 3명에게나 주기도 했다"라며 "(브라이언 오서 등 외국인 코치들은) 한국 선수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 선수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타국에서 얼마든지 임원 자격을 받을 수 있고 굳이 우리에게 받지 않아도 되는데도 그들에게 자격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해당 지도자는 전 교수로부터 '다 해줄 테니 입 닫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개인 코치들은) 추가 임원 자격으로 ID카드를 받다보니 선수촌 식당 출입도 못했고, 외부 식당 티켓을 따로 받아야 했다. 외국인 코치보다 단복도 늦게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피겨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피겨 종목 강화를 위해 자신들이 강한 페어스케이팅 선수들을 육성할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기존 빙상협회에서 피겨연맹을 따로 분리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인터뷰에 나선 피겨 코치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있었지만, 결국 잇속 챙기기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고 냉소했다.

A코치는 "피겨연맹으로 분리하려면 연륜, 경력 등이 되는 인물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사람이 없다. 모두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뿐"이라며 "(분리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과거나 지금이나 가끔씩 있지만, 그것은 정말 피겨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것으로 명예나 돈을 찾으려는 움직임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을 하거나 권력욕이 있는 사람들은 선수나 저변 확대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C코치는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얼음폭풍 프로젝트 이후 링크장을 비롯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잘 되었는데, 우리는 '항상 메달 따오면 해줄게'라는 듯한 태도였다"라며 "그래서 옛날에 김연아 선수가 처음으로 메달 땄을 때 모두가 박수쳤지만, 지금껏 전용 링크장 하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평창 이후 혼성팀도 깨지고 스폰도 없어지니 선수도 줄었다. 게다가 평창을 위해 있었던 올림픽대표팀이 없어진 뒤 지원 폭이 더욱 줄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원 폭이 줄어든 것은 실제로 대한체육회에서 발표한 2019년 국가대표 강화훈련 지원계획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올해 지원계획에 포함된 선수는 빙상 부문 선수가 총 50명으로 지난해 54명에서 4명이 줄었다. 이 4명이 피겨 혼성팀(아이스댄스, 페어) 종목 선수들이었다.

B코치는 "피겨 혼성 국가대표와 상비군은 평창 올림픽 때만 한시적으로 있었던 것이고, 현재 혼성팀 대표와 상비군 티오가 모두 없어졌다. 이와 관련해 연맹으로부터 사전에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아이스댄스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인 랭킹대회와 종합선수권에 참가했지만 티오가 없다는 이유로 대표가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니어와 시니어 레벨이 문제라면, 적어도 상비군이나 청소년 대표를 줄 순 있었을 텐데 왜 아이들이 힘들게 아이스댄스를 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의 목소리로 확인한 빙상연맹과 피겨 지도자간 사이 소통의 부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국 빙상계에서 피겨의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피겨에 대한 연맹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쇼트트랙 쪽에만 영향을 준 줄 알았던 전명규의 입김이 피겨계에도 닿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황금 같던 '김연아 시대'를 '차준환의 시대'로, '임은수의 시대'로 이어가려면 연맹의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 여자피겨의 미래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1위 유영(가운데), 2위 임은수(왼쪽), 3위 이해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 여자피겨의 미래 지난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1위 유영(가운데), 2위 임은수(왼쪽), 3위 이해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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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빙상연맹 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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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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