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홍카콜라'

'TV 홍카콜라' ⓒ 'TV 홍카콜라' 유튜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명실상부 한국 정치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멋진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그는, 여러 순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막말'이 된 지도 오래전 이야기다. 마니아층은 확실했지만 그를 비토하는 여론 역시 높았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그가 대표를 맡던 시절 치러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패배했다. 그는 보수대통합을 외쳤으나, 끝내 '보수 분열'의 원흉으로 지탄받았다. 당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홍준표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홍준표 전 대표측은 아직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전당 대회 출마를 예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는 잇단 패배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정치'로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입증해왔다.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자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를 개설했다. 16일 현재까지 '홍카콜라'는 2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영상의 퀄리티는 준수하다. 유능한 편집자 덕분에 깔끔한 영상 편집이 눈에 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이 채널의 주 콘텐츠는 홍 전 대표인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나 행동이 옛날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깎아내린 홍준표

우려스러운 홍 전 대표의 발언들은 최근에도 나왔다. 지난 14일 그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했다. 홍 전 대표의 문화 예술적 취향이 세간에 알려진 바는 없다. 그래도 <보헤미안 랩소디>가 천만 돌파를 앞둔 화제작인만큼, 영화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홍 전 대표는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날인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방에서 중앙으로 가는 영화이고 동성애 영화라고 합니다만 결과는 동성애의 비극으로 끝나는 슬픈 영화라고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뚜렷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감상평을 묻는 TV조선 기자의 질문에 "동성애의 비극"이라는 짧은 감상을 밝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극중에서는 머큐리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고뇌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삶에는 많은 부침이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는 자막이 뜬다. 아마 홍 전 대표는 이 장면에서 '동성애의 비극'을 읽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독이다.

이 영화의 가치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에 있다. 결코 '비극'을 논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니다.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라는 대사가 보여주듯,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의 음악과 사랑에 충실하며 살다가 떠났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한국에서 9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유 역시 간단하다. 라이브 에이드 장면이 선사하는 두근거림, 그리고 '아웃사이더' 파로크 불사라가 '챔피언' 프레디 머큐리가 되는 순간의 감동 때문이다. 

물론 영화를 본 사람의 감상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해석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 영화를 '동성애의 비극'이라는 징벌적 서사로 요약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쯤 되면, 홍 전 대표가 감상평을 정해 놓고 영화를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영화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전설이 된 뮤지션에 대한 모욕이다. 음악 영화조차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귀결시키는 홍 전 대표의 편협함이 안타깝다(심지어 <보헤미안 랩소디>의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 역시 성소수자다).
 
매케인과 홍준표, 그 품격의 차이
 
사실 홍 전 대표의 삶의 궤적을 돌이켜 보면, 이번 발언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2017년 4월 27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그는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는 것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 정체성이 처벌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다. 대중적 영향력을 지닌 유력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사회적 차별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지난해 타계한 고(故)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이 떠오른다. 존 매케인 의원은 전쟁 영웅 출신의 보수 정치인으로서, 버락 오바마와 대권을 겨룬 거물이었다.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처럼, 그 역시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인과 딸은 성소수자 지지 운동에 참여했지만, 그는 가족의 견해를 존중했다.

2013년, 그는 앤더슨 쿠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인터뷰어인 앤더슨 쿠퍼 앵커를 존중했다. 그 이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의 실질적인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하자, 그는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합당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군대를 떠나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러시아의 LGBT 탄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팔순의 노정객은 시대와 발맞춰 자신의 태도를 조금씩 바꾸어 간 것이다.
 
22년 전인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그때보다 수걸음 퇴보한 것이다.

2010년대가 끝나가고 있는데, 사람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육체적인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아무리 젊어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출 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홍 전 대표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홍카콜라'를 운운하고 이해하지도 못할 영화를 볼 것이 아니라, 존 매케인이 왜 진영을 초월한 존경을 받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홍준표 프레디 머큐리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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