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는 염종석, 정민철, 임선동, 박재홍, 송지만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던 1973년생을 역대 최고의 황금세대로 꼽는다(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역시 1973년생이다). 이 밖에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들로 이뤄진 1982년생, 1988년생, 1990년생 등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황금세대로 불리고 있다.

축구에서는 1988년생(빠른 89년생 포함)이 대표적인 황금세대로 불린다. 기성용(뉴캐슬)과 이청용(VfL 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주축이 된 축구의 '88둥이'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이들 외에도 2013년 K리그 클래식 MVP와 2017년 동아시안컵 득점왕에 빛나는 김신욱(전북현대)과 FC서울의 원클럽맨 고요한 등도 1988년생 축구 스타들이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에서는 리그를 주도하는 황금세대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정은(우리은행 위비)과 이경은(신한은행 에스버드)이 배출됐던 1987년생, 강아정(KB스타즈)과 김단비(신한은행), 배혜윤(삼성생명 블루밍스)의 1989년생(빠른90포함)에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됐지만 '황금세대'로 불리긴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의 1994년생 선수들이 순조롭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황금세대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나은행의 에이스와 야전사령관으로 성장한 두 명의 이슬
 
 2019 올스타전 MVP 강이슬은 이미 WKBL을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했다.

2019 올스타전 MVP 강이슬은 이미 WKBL을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1994년생 동기들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단연 KEB하나은행의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이다. 강이슬은 이미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총재배와 연맹회장기, 쌍용기에서 모두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또래들 중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일찌감치 최대어로 꼽히던 강이슬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에 지명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강이슬은 하나은행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2014-2015 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한 강이슬은 무서운 속도로 기량이 향상됐다. 2014-2015 시즌 35경기에서 평균 29분55초 동안 활약한 강이슬은 11.34득점3.5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7%에 달했다. 여자농구 팬들은 엄청난 슛거리와 정확도를 자랑하는 강이슬에게 '스테판 이슬'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하나은행의 주전 슈터 자리를 차지한 강이슬은 하나은행의 에이스로 성장해나갔다. 2015-2016 시즌에는 평균득점이 8.97점으로 떨어지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2016-2017 시즌 13.29득점, 2017-2018 시즌엔 15.94득점을 기록하며 하나은행을 넘어 WKBL을 대표하는 슈터로 자리매김했다. 강이슬은 지난 6일에 열린 2018 WKBL 올스타전에서도 3점슛 컨테스트 우승을 차지하고 본경기에서도 32득점을 퍼부으며 MVP에 선정됐다.

하나은행에는 강이슬과 함께 삼천포여고를 여고부 최강으로 이끌었고 강이슬과 이름마저 같은 김이슬도 있다. 강이슬이 외곽슛을 장기로 하는 전문슈터라면 김이슬은 뛰어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가 돋보이는 정통포인트가드다. 김이슬은 2013-2014 시즌 1.74득점1.37어시스트로 신인왕에 선정됐고 2015-2016 시즌엔 5.03득점3.35어시스트로 하나은행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이슬은 발등, 발목, 종아리 등 유난히 잦은 부상으로 번번이 좌절하며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지 못했다. 많은 선수들이 힘든 재활 과정을 견디지 못해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김이슬은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이번 시즌 16경기에서 6득점 1.56리바운드2.44어시스트1.00스틸을 기록하고 있는 김이슬은 평균득점 1위(70.0점)를 달리고 있는 하나은행의 '닥공농구'를 이끌고 있다.

임의탈퇴의 방황을 극복하고 더욱 성실해진 최은실과 구슬
 
 입단 2년 만에 코트를 떠났던 최은실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로 꼽힌다.

입단 2년 만에 코트를 떠났던 최은실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로 꼽힌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팬들 입장에서는 박지수(KB)처럼 대형 신인이 입단해 곧바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것도 기쁘지만 유망주가 서서히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우리은행의 '살림꾼' 최은실은 바로 팬들에게 성장의 기쁨을 보여준 선수다. 최은실은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내다가 돌연 팀을 떠나 실업팀에서 뛰다가 1년 만에 복귀하는 등 나이에 비해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경험했다.

하지만 돌아온 최은실은 위성우 감독의 고된 훈련들을 잘 견뎌내면서 2016-2017 시즌부터 우리은행의 핵심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작년 여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단일팀 멤버로 참가하기도 했다. 182cm의 좋은 신장에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은행의 살림꾼 최은실은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한 이번 시즌 7.05득점4.8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OK저축은행 읏샷의 구슬 역시 프로 입단 후 네 시즌을 보냈다가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돌연 코트를 떠났다. 프로 입단 후 장신슈터 유망주로 꾸준한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구슬의 이탈은 구단 입장에서도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구슬은 1년 만에 코트로 복귀했고 2017-2018 시즌 32경기에서 7.69득점 2.5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백을 무색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7년 12월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스타전에서는 4개의 3점슛을 포함해 16득점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구슬은 이 기세를 몰아 이번 시즌에도 9.60득점3.35리바운드1.7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19.65점)를 제외하면 팀 내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득점력이다. 이제 구슬은 유망주를 넘어 OK저축은행의 간판슈터로 불리기 손색이 없다.

이 밖에 KB스타즈의 장신포워드 김민정도 주전급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5.35득점 3.8리바운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록 무릎 수술로 이번 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신한은행의 유승희 역시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지를 가진 선수다. 가장 고무적인 사실은 1994년생 선수들이 아직 농구 선수로서 정점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모두 전성기의 기량을 갖춘 선수로 성장할 때 WKBL에도 진짜 '황금세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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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2018-2019 WKBL 강이슬 최은실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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