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박현준은 한때 언급하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인물이었다. 그는 KBO리그 2009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을 받고 SK 와이번스에 입단했고,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사이드암 투수였던 박현준은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제구력에 약점이 있었다. LG로 트레이드된 뒤 2011년 풀 타임 선발투수로 13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돌이킬 수 없었던 실수... 영구제명 후 박현준의 7년은?
 
 멕시코 구단에 입단한 박현준

멕시코 구단에 입단한 박현준 ⓒ 멕시코 술타네스 데 몬테레이/연합뉴스

 
그러나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2011년 5월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6월 9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두 차례 승부조작을 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박현준은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에 추징금 700만 원,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으며, KBO리그 상벌위원회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KBO리그에서 영구제명된 선수는 KBO리그와 협정을 체결한 해외의 다른 리그에서도 뛸 수 없다.

현재 KBO리그와 협정이 체결된 리그는 메이저리그(MLB)와 일본(NPB), 대만(CPBL) 야구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멕시코 등의 리그와는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박현준은 영구제명 후 군 복무를 마친 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선수로서의 재기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에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부담감이 커지면서 최종 입단은 포기하고 다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현준은 휴대전화 대리점장 등의 일을 하면서 가업을 돕기도 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박현준은 2017년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승엽(KBO리그 홍보대사)과 함께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 짧게 특강을 하기도 했다.

끝내 놓을 수 없었던 야구에 대한 꿈

그러나 아직 만 32세의 박현준(1986년 생)은 야구에 대한 꿈이 남아 있었다. 일본이나 대만 팀에 갈 수도 없고,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 참가도 할 수 없었지만 다른 나라의 팀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던 박현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멕시코의 프로 구단 술탄네스 데 몬테레이에 입단하게 된 것. 박현준은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멕시코 출신인 카림 가르시아를 상대한 적도 있었다. 가르시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는데, 박현준의 KBO리그 활동 시기와 비슷했다.

비록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야구를 쉬었다. 다만 아직 선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30대 초반이라는 점과 그의 강한 열망이 이번 계약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이 기량을 조금이나마 펼쳤던 2011년에 보여줬던 약점도 분명 있었다. 풀 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시절 경기 초반에 제구력 난조로 고생하며 홈런을 많이 맞기도 했는데, 이러한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7년 뉘우친 박현준의 재기 도전, 다른 사례 악용 우려도 있어

2012년 봄에 영구제명된 박현준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본인의 생업에 종사하고 가업을 도우며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2017년 신인선수들에게 부정방지 교육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던 것도 KBO리그 측의 부탁이 있었기에 이뤄진 일이었다.

당시 교육 강사들의 편성을 보면 박현준의 바로 앞에 강사로 나섰던 인물이 당시에는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해를 맞이했던 이승엽이었다. 그야말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이승엽이 한참동안 신인 후배들에게 선수로서 필요한 덕목들을 조언한 직후에 박현준이 강단에 오른 것이다.

박현준은 마이크만 들고 강단에 올라 10분 정도 짧고 굵게 말했다. 사실 박현준 자신이 살아있는 교육 사례였기 때문에 굳이 다른 기타 자료들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당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한 2017 신인선수들에게 자신처럼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승부조작 사례로 인해 자신처럼 불행한 선수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박현준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도 승부조작의 불씨는 곳곳에 잔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제명된 뒤 몇 년 뒤에 또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다른 리그에서는 징계와 상관 없이 뛸 수 있다. 축구의 경우는 국제 축구 연맹(FIFA)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한 축구 협회(KFA)의 징계가 다른 나라에서도 유효한데, 이 때문에 2011년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최성국이 마케도니아 리그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박현준의 경우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업에 종사하며 그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만은 않았다. 야구 후배들이 자신처럼 과오를 저지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도 잠깐이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박현준은 긴 시간 동안 자숙했고, 그러한 반성의 모습을 부정방지 교육을 통해서 그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현준은 분명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선수 본인이 긴 시간 진심으로 뉘우쳤다면 이번 경우처럼 다시 한 번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이들이 유예기간 없이 도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방지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어느 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계기가 됐다. 애초에 부정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현역 선수 인성 재교육 역시 확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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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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