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지>의 한 장면

영화 <리지>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트먼트

  
영화 <리지>(Lizzie)는 1892년 여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엄격한 아버지 아래 외롭게 지내던 리지(클로에 세비니)의 저택에 어느 날 새로운 하녀 브리짓(크리스틴 스튜어트)이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리지가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인 혐의로 기소된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영화 <리지>(Lizzie)는 2018년 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2014년 <레이트 불루머>라는 단편으로 선댄스영화제에 첫 초청을 받기도 했다. 2011년 <헨리>로 두 번째 선댄스에 초청을 받았던 크레이그 윌리엄 맥닐 감독이 연출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클로에 세비니가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시나리오작가 브라이스 키스와 에미상 수상 음악감독 제프 루소가 함께했다.
 
당시 미국 사회,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잘 그려낸 영화
 
 영화 <리지>의 한 장면

영화 <리지>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트먼트

  
'리지 보든 살인 사건'은 도끼로 얼굴을 수십 차례 내리찍은 잔인한 살인 방법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스터리 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딸 리지 보든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확실한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고, 현재까지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세기의 살인 사건으로 여전히 미해결 사건이다.
 
리지 보든 역을 맡은 배우 클로에 세비니는 차가운 듯한 다정함과 팜므파탈의 기질을 가졌으나 간질을 앓고 있는 딸 역할을 연기하면서 서늘한 내면을 잘 표현했다. 하녀 브리짓 설리번 역은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맡았는데, 서늘하면서도 매혹적인 연인의 캐릭터를 내밀하게 연기해냈다.
 
 영화 <리지>의 한 장면

영화 <리지>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트먼트

  
영화는 역사 속에서 알려진 사실대로 전개되나, 살인 재판과정을 다루기보다는 리즈 보든과 브리짓 설리번의 관계에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실제 역사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 숱한 추측을 야기했던 인물들이다.
 
영화는 폭압적인 남성 권력과 계급이 주는 불합리함 속에서 일어나는 두 여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크레이그 맥닐 감독은 당시 상황이 살인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당시 미국 사회, 하층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아버지 살해 혐의' 리지가 당시 무죄로 풀려난 이유는...
 
 영화 <리지>의 한 장면

영화 <리지>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트먼트

  
극 중 리지 보든은 폭압적인 아버지의 지배 아래 호시탐탐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는 새어머니와 삼촌 사이에서 두려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심약한 리지 보든은 새로 온 하녀 브리짓 설리번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또한 브리짓을 아무렇게나 부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리지는 그녀를 원래 이름인 '매기'라고 부른다.
 
리지 보든은 브리짓 설리번이 아버지의 또 다른 희생자임을 알고 그와 가까워지게 된다. 둘만의 고통을 공유하던 그들은 결국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게 되고, 은밀한 공범자가 된다. 리지와 브리짓, 각자 계급은 다르나 남성 중심사회의 피해자인 두 사람은 결국 서로 손을 맞잡게 된다.
 
배우 클로에 세비니는 아버지와 삼촌에 저항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에 떨면서 억압당하는 리지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늘에 가려진 인물, 하녀 브리짓이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서늘한 분위기를 잘 살린 피아노 연주와 빅토리아식 주택에서 걸을 때마다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가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영화 <리지>의 한 장면

영화 <리지>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트먼트

  
영화 <리지>는 리지 보든과 그녀의 아버지 앤드류 보든 등 기이한 보든 가(家)의 가족 관계를 담았다. 또한 아버지와 하녀의 은밀한 관계, 충격적이고 잔인한 살인방법과 범인에 대한 미스터리를 고요하고 보여준다. 영화는 내내 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관객을 숨죽이게 하고, 급기야 마지막에선 관객을 경악하게 한다.

당시 실제 살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리지 보든은 배심원들이 "좋은 가문의 여성이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했을 리 없다"고 평결을 내려 무죄로 풀려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관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비둘기와 도끼라는 은유와 상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대극이지만 어떻게 보자면 리지 보든과 브리짓 설리번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일 수 있다. <리지> 속 '남자들을 처단하고 살아남는 여성들'이라는 소재, '아가씨와 하녀'라는 관계는 영화 <아가씨>(2016)와 그 원작인 <핑거스미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리지>는 2019년 1월 10일 개봉한다.
리지 크레이그 윌리엄 맥닐 크리스틴 스튜어드 클로에 세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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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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