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수들 경기 모습 (인천 계양체육관)

흥국생명 선수들 경기 모습 (인천 계양체육관) ⓒ 박진철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흥국생명이 올 시즌 1위로 올라서며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15일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9승 5패(승점 28점)를 기록하며 V리그 여자부 1위에 등극했다. 현재 2위 IBK기업은행(9승 4패·승점26점), 3위 GS칼텍스(9승 4패·승점 26점)와 매 경기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1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최하위(6위)였다. 올 시즌은 정반대의 흐름이다. 프로 리그에서 감독의 선택과 구단의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흥국생명이 급상승한 데는 톰시아(31세·188cm)가 외국인 선수로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시즌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톰시아가 갈수록 득점력이 높아지고, 중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주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러는 사이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던 이재영과 김미연까지 경기력이 올라왔다. 공격 삼각편대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팀 전력이 탄탄해지고 상승세도 탄력이 붙었다.

톰시아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18일 현재 V리그 여자배구 전체 선수 중 득점 부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23.7점에 달한다. 공격성공률은 3위, 오픈공격에선 1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보다 중반으로 가면서 경기력이 좋아진 점도 고무적이다.

톰시아의 진가는 지난 11월 28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잘 나타났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이날 흥국생명 공격진은 톰시아 33득점, 김미연 15득점, 이재영 10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우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톰시아의 활약이 기본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 대목이다. 그동안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했지만,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우승을 놓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IBK기업은행에 1승 5패로 절대적 약세였다. 올 시즌도 1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과 V리그 총 상대전적이 10승 39패다. 5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하다. IBK기업은행에 가장 약한 팀이 흥국생명이었다는 뜻이다. 이쯤되면 'IBK기업은행 공포증' 수준이다.

성공한 외국인 선수, 현재까지 '어나이·톰시아' 2명뿐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선택은 현재까지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올 시즌 여자배구가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교체, 부상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팀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의 활약상과 팀 기여도를 살펴보면, 성공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는 6개 구단 중 어나이(IBK기업은행)와 톰시아(흥국생명) 2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를 시즌 도중 교체하면서 전력 손실과 순위 추락을 경험했다.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에서 지난 2015~2016시즌에 비슷한 사유와 방식으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난 적이 있는 테일러 심슨(26세·190cm·레프트)를 선택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선택을 했다.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였던 흥국생명은 폴란드 대표팀 주 공격수 출신의 톰시아를 지명했다. 한마디로 정석대로 선택을 한 것이다. 올 시즌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서 국가대표 활약 정도, 최근 몇 년 동안 활약한 리그의 수준, 경기 출장 시간, 개인 기록 등 객관적인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톰시아는 단연 으뜸이었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외국인 트라이아웃 시작, '진짜 보석'은 누구?).

또한 프로 리그 경험은 없지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은 유망주가 바로 어나이(23세·188cm)였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고 프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감독들이 외면했다. 결국 맨 마지막 순번(6순위)으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됐다. 만약 IBK기업은행이 지명을 하지 않았다면, 올 시즌 V리그에서 볼 수 없는 선수였다.

어나이는 현재 V리그 여자배구 전체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득점 부문에서 압도적 1위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유일하게 30득점에 육박한다. 레프트 공격수로서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어나이의 맹활약 덕분에 개막전까지 우승 후보에도 거론되지 않았던 IBK기업은행은 시즌 중반으로 가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국내 프로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의 객관적인 검증 지표나 성장 잠재력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감독의 성향과 취향, 팀 플레이에 맞는 스타일인가 등을 기준으로 최종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 지표가 좋은 선수들이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실패한 경우도 많을 뿐더러, 실패할 경우 팀 전력과 분위기에 큰 손상을 가져온다. 팀에 맞는 스타일, 인성 등도 해당 선수의 기량이 좋아야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라이아웃에서 낙방한 선수가 해외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사례는 너무도 많다.

투톱 세터·신인 이주아도 상승 요인... 'IBK 공포증' 극복 과제
 
 신인 이주아 선수(185cm·가운데)

신인 이주아 선수(185cm·가운데) ⓒ 박진철

 
흥국생명은 세터 부문도 지난해처럼 주전 세터 조송화만 고집하지 않고, 김다솔과 경쟁 체제로 운영하면서 안정성을 높였다. 이 또한 '정석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 주전 세터 한 명 위주로 팀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기 때문이다.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또 있다. 구단의 적극적 투자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흥국생명은 올해 비시즌 동안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김세영(38세·190cm)과 김미연(26세·177cm)을 영입해 약점으로 지목됐던 센터와 공격수 한 자리를 메웠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팀에 맞는 이주아(19세·185cm·원곡고)를 선택하면서 센터진을 더욱 강화했다. 이주아는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신인 선수다. 그러나 벌써 프로 팀의 주전 센터 자리를 꿰찰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주아는 올해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국가대표팀 1군 선수로 발탁돼 경기를 읽는 안목과 기량을 키웠다. 세계선수권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14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하며, 대한민국 승리에 기여한 바도 있다.

프로 입단 전부터 국가대표 활약을 통해 기량과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셈이다. 그리고 기대한 대로 프로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이주아는 팀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흥국생명의 올 시즌 선전은 여러 부분이 개선되고 잘 어우러진 결실이다. 그러나 우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경기별로 선수별로 기복이 크다는 점과 IBK기업은행에 유독 약한 면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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