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국내 개봉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세계적으로 ‘올해의 영화’로 손꼽힌다.

12월 12일 국내 개봉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세계적으로 ‘올해의 영화’로 손꼽힌다. ⓒ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Spider-man : Into the Spider-Verse)>에 쏟아지는 관심이 뜨겁다. 유명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97%,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에서 A+를 받으며 일치된 호평을 획득한 이 영화는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평은 물론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까지 심심찮게 듣고 있다. 미국 개봉 첫날 1260만 달러 수익을 올린 <스파이더맨>의 첫 주 수익은 3500~4000만 불로 예측된다. 한국에서도 개봉 4일 만에 27만 관객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영화로 높은 흥행 성적을 보였다. 

'뉴 유니버스'라는 한국 개봉 제목처럼 이 영화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관념을 재치있게 비틀어 새 시대의 슈퍼히어로 상을 전시한다. 동시에 1962년 첫 등장했을 때부터 충실히 유지해온 서민 히어로의 도상, 십 대 히어로의 성장 스토리를 훌륭히 녹여내며 마블 코믹스와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새 시대의 새로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놓치지 말아야 할 네 가지 이유를 정리해본다. 

블랙 스파이더맨의 등장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은 13세 흑인 소년 마일즈 모랄레스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은 13세 흑인 소년 마일즈 모랄레스다. ⓒ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2016년 미국의 혼혈 래퍼 로직(Logic)은 '스파이더맨은 흑인이어야 한다'는 노래 'Black spiderman'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사 영화 주연 배우로 흑인이 캐스팅된 적은 없지만, 코믹스 세계관으로는 2011년부터 스파이더맨은 흑인이었다. 그가 바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주인공 마일즈 모랄레스다. 

마블 코믹스의 '얼티밋 유니버스' 속 '얼티밋 스파이더맨'에서 첫선을 보인 마일즈 모랄레스는 13세 흑인 소년이다. 공개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무드에 힘입어 무리한 캐릭터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지만, 히어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소년의 서사와 투명화와 전기 충격 등의 멋진 새 능력으로 현재는 호평받는 인물이다. 피터 파커를 성공적으로 계승한 블랙 스파이더맨은 최근 최초의 아시아계 히어로를 예고한 마블 코믹스의 다문화/다인종 정책을 상징한다. 

2018년 젊은 힙합 스타들의 총출동
 
 블랙 스파이더맨을 다룬 첫 영화에 포스트 말론, 스웨 리, 릴 웨인, 니키 미나즈 등 힙합 씬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들이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했다.

블랙 스파이더맨을 다룬 첫 영화에 포스트 말론, 스웨 리, 릴 웨인, 니키 미나즈 등 힙합 씬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들이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했다. ⓒ 소니 픽쳐스 코리아

 
2018년 뉴욕의 블랙 스파이더맨은 나이키 에어 조던 운동화를 신고 힙합을 듣는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현세대 힙합 유행과 서브 컬쳐를 즐기는 '힙스터'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영화다. 후드 티를 입고 백팩에 락카 스프레이를 가득 채워넣은 채로 그래피티(Graffiti) 그릴 공간을 찾아다니는 마일즈의 모습, 애니메이션이지만 동경의 대상이다.

최초의 블랙 스파이더맨 영화를 위해 현재 힙합 유행을 선도하는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영화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주제가 격 'Sunflower'는 'Rockstar'와 'Psycho'로 대세를 이끄는 포스트 말론과 형제 그룹 래 스레머드 멤버 스웨 리의 작품이다. 릴 웨인과 니키 미나즈같은 베테랑 래퍼들은 물론 제이든 스미스, 덴젤 커리, 빈스 스테이플스 등의 독창적인 신인들이 함께한 영화 OST는 현지 시각 12월 14일 공식 발매됐다. 현지에선 올해 초 켄드릭 라마가 프로듀싱하고 힙합 스타들을 불러모은 <블랙 팬서> 사운드트랙과 이 앨범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 노블을 스크린으로 옮기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의 기본 플롯을 가져오며 젊은 세대들의 기호까지 정확히 파악하며 호평받고 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의 기본 플롯을 가져오며 젊은 세대들의 기호까지 정확히 파악하며 호평받고 있다. ⓒ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2D에서 3D로 뉴욕을 종횡무진하며 움직니는 마일즈와 스파이더맨'들'의 모험담은 그래픽 노블만의 아기자기한 특징을 역동적인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평행 세계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할때마다 한 권의 만화책이 제시되고, 간략한 배경 소개 이후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다'.

언뜻 수작업이 아닌가 싶은 이 효과는 이 영화만을 위해 소니가 특별히 개발한 그래픽 신기술로 탄생했다. 그래픽 노블의 종이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는 '스타일라이즈드 퀀티제이션'과 캐릭터 묘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스크린 톤' 기술은 이미 특허를 신청한 상황. 영화 속 장면 전환 과정에서 그래픽 노블의 점묘 스타일을 가져오거나, 평행 세계관을 묘사하기 위해 시스템 오류 글리치 아트를 활용하는 등 꼼꼼하게 파고들수록 더욱더 재미있는 영화다.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제4의 벽'을 넘어오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역시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유구한 변천사 속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토리다. 어린 소년 피터 파커가 원치 않는 초능력을 갖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슈퍼히어로의 고독과 책무를 이겨내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성장 스토리가 <스파이더맨>의 핵심 주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서민 히어로' 스파이더맨은 '당신의 다정한 이웃'으로 가장 성공한 슈퍼 히어로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13세 소년 마일즈 모랄레스의 모험담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과 주인공의 어린 나이만 보고 가벼운 서사겠거니 생각했다면, 예상외로 깊고 진중한 메시지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비록 그 형태와 전개는 다를지언정, 스스로 도전하고 깨달아가며 성숙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스파이더맨의 감동은 그대로다. 스파이더맨의 아버지이자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특별 출연하는 장면도 매우 절묘하게 감정선을 건드린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는 서로 다른 평행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스파이더맨들이 한데 모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는 서로 다른 평행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스파이더맨들이 한데 모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80)에도 실렸습니다.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마블코믹스 마블 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