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팬>은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고 있다.

<더 팬>은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고 있다. ⓒ SBS

 
"스타들도 누군가의 팬이다!"

SBS < K팝스타>가 끝난 후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강렬한) '감정'들이 그리웠다. 출연자들의 내재된 천재성이 발현되는 순간을 바라보는 감동이라든지,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성과를 바라볼 때의 경이로움같은 것들 말이다. 또, 엄청난 습득력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마음껏 '응원'할 수 있다는 대상, '팬심'을 쏟아부을 나만의 스타가 생겼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컸던 것 같다. < K팝스타>가 떠난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새로운 음악예능이 있다. SBS <더 팬>이다. < K팝스타>를 연출했던 박성훈 PD와 유희열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초창기 < K팝스타>의 주축이었던 보아도 합류했다. '도로 < K팝스타>' 분위기가 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 만들어진 형태의 음악 예능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팬덤 서바이벌이다."

유희열은 <더 팬>이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셀럽(한채영, 쌈디, 박소현, 윤미래, 거미, 서효림, 준호, 장혜진, 도끼, 수현, 윤도현, 크러쉬, 전현무, 박정현, 에릭·민우)들이 자신이 반한 예비 스타들을 소개한다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저스틴 비버의 첫 번째 팬이 됐던 어셔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그와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보려는 시도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더 팬>의 한 장면

<더 팬>의 한 장면 ⓒ SBS

 
그리고 '심사위원'의 존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실제로 <더 팬>에서 김이나, 유희열, 보아, 이상민은 '팬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들의 역할은 '평가'가 아니다. 관객들의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사심'을 가득 담아 호감을 표현한다. 냉정할 필요도 없고, 균형 감각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음정이나 박자 등을 지적할 필요도 없다. 일종의 '프리롤'을 부여받은 셈이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훔친 예비 스타를 홍보하는 마케팅팀으로 활약하고,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한다. 팬마스터도 관객들과 똑같은 1표를 행사한다. 기존에 심사위원이 당락을 결정짓는 막강한 권한을 지녔던 것과 확연한 차이다. 3회까지 <더 팬>은 자신만의 예비 스타를 소개하며 긴장하는 셀럽들의 낯선 모습과 숨겨져 있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속의 주인공들을 엿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새로운 음악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1라운드를 통해 최종 진출자 12팀이 모두 가려진 가운데, 4회부터는 2라운드(3인조 대결)가 펼쳐졌다. 1조에선 'BODY TALK'를 부른 트웰브(250점)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라와 오왠을 누르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또, 2조에선 '명동 콜링'을 부른 카더가든(253점) '피카부(Peek-A-Boo)'를 부른 비비의 맞대결로 좁혀진 상황이다. 콕배스는 208표로 다음 라운드 직행에 실패했다.
 
 <더 팬>의 한 장면

<더 팬>의 한 장면 ⓒ SBS

 
<더 팬>을 보면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권위에 대한 의존'이었다. 첫 번째 권위는 '셀럽의 추천'이었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출연자의 기량이나 매력보다 셀럽들의 아우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윤미래와 박정현의 추천은 그 값어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관객들은 거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무려 윤도현의 추천도 탈락을 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 권위는 '팬 마스터의 감상평'이었다. 관객들은 투표를 하기 전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하는데,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관객들의 투표 결과가 팬마스터의 의견과 비슷해질 거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트웰브의 경우에서도 확인했듯이, 팬마스터들이 아쉬움을 드러냈음에도 관객들은 250표를 몰아주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시켰다. 역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부분으로 보인다. 

<더 팬>은 분명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돼 있다. 심사위원의 날선 평가를 듣는 재미와 경쟁 시스템이 주는 쫄깃함은 사라졌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대로 음악을 마음껏 감상하고, 누군가의 팬이 돼 그를 마음껏 응원하는 또 다른 관점 포인트가 마련됐다. <더 팬>은 과감하게 심사위원의 자리를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내놓았다. 그럼에도 그 심사가 부담스럽지 않은 건, '팬'이라는 위치가 주는 철저한 주관성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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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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