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을 맺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13일(이하 한국 시각) FA 자격을 얻었던 유격수 조디 머서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1년 525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인센티브 보너스 25만 달러).

머서는 2008 드래프트에서 파이어리츠의 3라운드 지명을 받은 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쭉 파이어리츠 한 팀에서만 뛰었던 선수였다.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56을 기록했으며 2018년에는 0.251 타율에 6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다만 1년 계약인 점을 감안하면 타이거즈가 머서를 길게 쓸 뜻은 없어 보인다. 2017년 후반기 저스틴 벌랜더(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트레이드하며 리빌딩에 들어간 타이거즈는 일단 내야 키스톤 유망주 자원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만 머서를 활용하고, 그 이후에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다.

수비형 유격수 머서의 이적, 강정호는 잔류
 
 조디 머서

조디 머서 ⓒ 펜타 프레스 제공/연합뉴스

 
머서는 파이어리츠에 있었던 시절 2014년부터 주전 유격수가 됐다. 타율 2할 중반대에 안정적인 수비로 내야를 지켰지만 아무래도 2할 중반대의 타율로는 파이어리츠 타선에 힘을 보태기에는 부족한 요소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강정호가 합류했다. KBO리그에서 최초로 단일 시즌 40홈런을 넘긴 유격수 출신으로 파이어리츠는 타격이 보다 강한 내야수 자원을 팀에 합류시킨 것이다. 강정호가 상황에 따라 3루수와 유격수를 나눠 맡으며 머서의 출전 기회는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머서는 본인의 성적이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해 주전 유격수 입지를 다시 굳혔다.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강정호가 서울에서 있었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서 취업 비자 재발급에 실패했고, 이 때문에 2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렸기 때문이다.

2018년 늦게나마 취업 비자 재발급에 성공한 강정호는 손목 부상으로 인해 8월에 수술을 받고 사실상 후반기까지 놓쳤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포함되었으나 정규 시즌 마지막 3연전이 되어서야 겨우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3경기 중 1경기는 선발 출전했으며 6타석 2안타를 기록했다.

본래 강정호가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파이어리츠와 계약(포스팅 금액 500만 2015달러)했을 때 기본 4년 1100만 달러에 2019년 550만 달러의 옵션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2년 동안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린 선수에게 보장 금액 550만 달러의 옵션을 그대로 행사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상식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결국 파이어리츠는 강정호에 대해서 옵션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대신 같은 550만 달러 금액에서 보장 금액을 300만 달러로 줄이고 250만 달러를 인센티브로 바꿔서 재계약하는 식으로 강정호를 붙잡았다. 그리고 역시 FA 자격을 얻은 머서를 붙잡지 않으면서 둘 중 강정호를 선택한 셈이 됐다.

파이어리츠의 젊은 내야진, 강정호의 역할은?

강정호가 없는 동안 파이어리츠의 3루수 자리는 데이비드 프리즈가 일단 그 자리를 메웠다. 이후 콜린 모란이 성장하여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프리즈는 2018년 웨이버 이적 기간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떠났다.

우투좌타의 모란은 2018년에 처음으로 풀 타임 시즌을 치렀다. 144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277에 OPS 0.747이었고 11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가 2016년에 103경기에서 0.867의 OPS를 기록하고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정호에 비해 몰란은 아직 파워의 성장이 필요한 타자다(1992년생).

일단 3루 자리만 본다면 상식적으로 강정호와 몰란이 상대 투수에 따라 플래툰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강정호를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에만 선발로 출전시키기에는 그 활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포지션 선수 자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강정호가 KBO리그에서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유격수 포지션에 있는 선수 자원들에게 관심이 간다. 파이어리츠의 뎁스 차트에 의하면 유격수 자원으로는 에릭 곤잘레스, 케빈 뉴먼 그리고 파블로 레이예스 등이 있다.

그런데 뉴먼과 레이예스는 둘 다 2018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백업 요원들로 풀 타임을 맡기기에 다소 약한 모습이다. 뉴먼은 2018년 31경기 출전에 0.209 타율을 기록했으며 홈런 없이 6타점을 기록했다. 레이예스는 2018년 18경기 출전에 타율 0.293을 기록했으며 3홈런 7타점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다(OPS 0.832).

파이어리츠는 오프 시즌에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뛰던 곤잘레스를 영입했다. 다만 곤잘레스 역시 아직 풀 타임 주전으로 뛴 적은 없으며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것이 2018년 81경기였다(타율 0.265 OPS 0.676 1홈런 16타점).

파이어리츠의 유격수 자원들이 대체적으로 강정호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고,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레이예스가 풀 타임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정호와 몰란이 플래툰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3루수와 함께 유격수 자리도 연계하여 플래툰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파이어리츠에게 있어서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 왼손 타자인 몰란이 3루수를 맡고 강정호는 유격수로 출전하는 것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는 몰란이 후반에 교체 출전하고 강정호는 3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이 때 유격수 자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유격수와 3루수 플래툰 시스템을 돌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는 13일 기준으로 파이어리츠의 로스터에 있는 선수 자원들을 기준으로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호세 오수나, 케빈 크레이머 등 다른 백업 내야 자원들의 경쟁까지 감안해야 한다.

강정호 재기 갈망하는 파이어리츠, 모험이 될 2019년

미국 매체 USA 투데이에서는 12일에 각 팀이 크리스마스에 원할 것 같은 요소들을 하나씩 선정했다. 여기서 파이어리츠의 소원으로는 강정호의 재기가 언급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물론 강정호가 2018년 복귀 첫 경기부터 안타를 기록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마지막 풀 타임 시즌이 2016년이었고 그나마 그 시즌도 부상으로 인해 경기 출전 횟수가 다소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을 날린 강정호에게 2019년 당장 첫 경기부터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파이어리츠는 강정호가 그만큼 필요했기 때문에 보장 금액을 낮춰서 재계약을 하는 방법까지 써 가며 강정호를 붙잡았다. 파이어리츠에서 지난 시즌 20홈런을 넘긴 선수는 그레고리 폴랑코(23홈런)와 스탈링 마르테(20홈런) 2명에 불과했으며 팀 홈런 내셔널리그 13위(157홈런)에 그쳤다.

최근 강정호는 도미니카 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만났던 선교사 스티브 김을 통해 보스턴 근교에 있는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음주운전 사고 이후 방황하는 동안 강정호가 마음을 다잡는 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던 만큼 강정호는 그를 기다려 주었던 파이어리츠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일단 강정호는 2019년 파이어리츠의 스프링 캠프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여 다른 선수들과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마음을 다잡은 강정호가 머서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동료들과의 경쟁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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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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