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면 단연 프레디 림(林昶佐)이다. 말총 머리를 고수하는 외향부터 남다른 이 젊은 입법의원(국회위원)의 본업은 헤비메탈 록가수.

대만의 유명 헤비메탈 밴드 '쏘닉(Chthonic)'을 이끌던 프레디 림은 2014년 중국의 종속화에 반대하며 의회를 점거한 청년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정당 '시대역량'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게 된다.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 Helden Film

 
마르코 윔즈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은 2014년 기존 정치에 반발한 청년들의 의회 점거 사건으로 촉발된 해바라기(태양화) 운동 이후 정계에 입문한 프레디 림의 사례를 통해 대만 내 청년 진보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대만 독립·민주화 주장하는 청년 정치인 프레디 림

프레디 림은 정치인이 되기 전에도 국제앰네스티 대만 지부의 최연소 지부장을 맡으며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등 다양한 인권운동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프레디 림이 의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해바라기 운동이 거둔 성과에 있었다.

2014년 3월 '양안서비스무역협정(중국과 타이완 사이에서 서비스업과 관련된 투자나 취업 등의 규제를 낮추고 시장 개방을 허용)' 비준안 졸속 통과에 반발한 청년들이 주도한 해바라기 운동은 대만 전역을 놀라게 하였고, 대만 정국을 바꾸는 데 일조 했다. 당시 해바라기 운동에 참여했던 몇몇 청년들은 기존 정당과 다른 새로운 정당을 구상하며 직접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는데 프레디 림이 그 중 한 명이다.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 Helden Film

 
대만의 중국 종속화에 반대하고 대만 독립과 민주화를 주장하는 프레디 림의 정치적 행보는 언제나 논쟁적이고 거침없다. 프레디 림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도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쏘닉의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대만의 굴곡진 근현대사와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도 여전히 대만 주류의 역사와 정치에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한다. 

대만의 건국의 아버지, 독재자 장제스를 숭상하는 나라. 어린 시절 투철한 반공 교육과 장제스식 중화사상을 온몸으로 체득하면서 자라왔을 프레디 림은 점점 장제스의 나라 중화민국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중국과 별개의 독립된 국가 타이완을 꿈꾸게 된다.

프레디 림은 장제스를 타이완 원주민 수백만 명을 죽인 학살자로 규정하며, 그를 위해 지어진 장제스 기념관(국립 중정 기념당) 입장을 거부한다. 이어 프레디는 국민당 독재 정권에 맞서 대만의 독립, 민주화를 외친 정난룽 추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달라이 라마 대만 방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년들의 정계 진출 활발해진 대만, 한국은 어떤가

영화는 대만 독립과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힘쓰는 프레디 림의 정치 실험을 높게 평가하고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하지만 현재 대만의 정국을 보면 프레디 림의 정치 도전기가 마냥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해바라기 운동 이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청년들의 정계 진출이 다소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지난 11월 지방선거를 이후 보수정당 국민당의 지지도가 급격히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반동적 움직임이 거세지는 대만에서 진보 정치의 최전방에 서 있는 프레디 림의 정치 실험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한국에 비해서 신생 정당 설립이 자유롭고, 청년들의 정계 진출이 나름 활발한 편에 속하는 대만의 상황은 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대만 헤비메탈 록가수의 정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2018)의 한 장면 ⓒ Helden Film

 
한국도 20년 전만 해도 소위 386이라고 불리는 운동권 출신 30대 청년 정치인들의 정계 진출이 활발했고, 그 당시 새로운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이들 다수가 현재 대한민국 정계를 이끄는 주류 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년들의 정계 진출은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청년들이 관심 가질 법한 진보정당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현재 정의당, 녹색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를 두고 연일 국회에서 농성 중이다. 과연 한국의 청년, 진보 정치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해서 영화 <헤비메탈 정치인>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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