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2018년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2018년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 SBS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되살리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아래 <골목식당>)은 2018년 1월 5일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호기로운 기치(旗幟)를 내걸고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나라님'도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골목상권 구제를 한낱 예능 프로그램이 무슨 수로 해낸단 말인가.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럼에도 <골목식당>이 자신만만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백종원 때문이었을 게다.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둔 백종원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SBS <백종원의 3대천왕>, tvN <집밥 백선생>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어느덧 백종원은 프로그램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 정도의 스타가 돼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소유진의 남편'으로 인식됐던 그가 소유진을 '백종원의 아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백종원은 이미 사회적 현상이었다. 

백종원의 대중적 인기와 (국내 최대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의 대표라는) 직업적 전문성은 <골목식당>의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거기에 솔루션 과정에서 백종원의 '인간적인 신뢰감'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거칠 게 없어졌다. 백종원은 '신계(神界)'에 이르렀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골목식당>의 기본 골자인 만큼 다분히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돌파구는 '백종원의 진정성'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프로그램만 놓고 보자면,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보아의 합류(3월 중순)로 안정감을 띠기 시작했다. 김성주는 깔끔한 진행으로 기여했고, 조보아는 '맛없슐랭'과 '서빙 천재'라는 별명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골목식당>의 또 다른 재미로 자리잡았다. 본래 금요일에 방송되던 <골목식당>은 수요일로 방송 시간대를 변경한 후 또 한번 도약했다. 

MBC <라디오 스타>, JTBC <한끼줍쇼> 등과 경쟁 체제를 만들었던 <골목식당>은 '포방터 시장' 편을 계기로 평균 5~6%를 오가던 시청률이 8.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까지 치솟으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게다가 비드라마 부문 TV 화제성(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4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2018년 최고의 예능으로 꼽는 데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는 외식업을 하기가 너무 쉽지만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자영업을 시작할 분들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나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골목식당>에 놀랄 수밖에 없는 건, 한낱 예능에 불과한 이 프로그램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파장의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송이 끝난 후 이슈가 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골목식당>은 '요식업의 교과서'처럼 인식되고 있다. 장사를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손님들을 대할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메뉴 선정이나 가격 책정은 어찌해야 하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섣불리 요식업에 발을 들인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훌륭한 교본이 되고 있을 뿐더러 장사를 쉽게 생각했던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엄중한 경고 장치가 돼 주었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선 '좋은 식당'을 판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키워줬다. 적어도 '위생'에 관해서만큼은 국민 전부가 전문가가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골목식당>의 성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골목식당>을 통해 일종의 발언권을 획득한 백종원은 국정감사 자리에 나가 '자영업을 시작할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골목식당>의 역할이 커지고, 백종원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커질수록 자영업(특히 요식업)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차원의 대안들이 절실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골목식당>의 메시지는 뚜렷하고 명징하다. 

"내가 진짜 왜 미친 듯이 이러는지 알아? 돌아 갈까봐 그래. 원래대로. 이러면 돌아간다니까. 출발했으면 끝이야. 당신이 뭘 했든 무슨 잘못을 했든. 엄마에게 철없는 짓을 했든.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는 거잖아 지금. 진심으로 마음이 나가야 되는 거야 밖으로. 과거로부터 탈출해서 나가야 되는 거야."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잘 나가는 <골목식당>의 가장 큰 '적'은 내부(제작진)에 있다. 과도한 개입을 통해 자극적인 '드라마'를 의도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대전-청년구단' 편에서 막걸릿집 사장님과 막걸리 맛을 맞히는 장면에서 '악마의 편집'을 한 부분이나 '홍탁집 아들'의 섭외 등이 그러하다. 설령 그것이 제작진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할지라도, 백종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그 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백종원의 인간미와 진정성을 통해 일시적으로 그 상황들을 타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양상이 장기화되거나 시스템화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백종원은 요식업 전문가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 섭외에 좀더 신중해야 하고, 그후에는 편집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다. 방송의 파급력이 훨씬 더 커진 만큼 손에 쥔 양날의 검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럼에도 <골목식당>의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12일 방송에서 3회에 솔루션을 받았던 공덕동 주꾸미집 사장님을 포방터 주꾸미 형제들에게 연결시켜 준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출연자들끼리의 도움을 주고받는 장면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경쟁자로만 인식했던 자영업자들 간의 연대의 장을 마련한 것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백종원이 없는 <골목식당>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았던 이들이 또 다른 백종원이 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년 한 해동안 가장 논쟁적이었던 <골목식당>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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