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패널티킥을 성공한 박주영이 환호하고 있다.

▲ 박주영 ⓒ 연합뉴스

 

독수리 감독은 결국 소방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더구나 그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던 골잡이 박주영을 마지막 주인공으로 부활시켰으니 탁월한 드라마 연출가로서의 안목도 자랑한 셈이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9일 오후 2시 1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박주영의 동점 극장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사흘 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1차전 점수까지 합산해도 4-2 점수판을 만들었으니 FC 서울은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1부리그(K리그1)에 남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산의 '정의 구현' 구호는 뜨거웠지만...

홈&어웨이 시스템에서 어웨이 골의 가치가 또 한 번 입증된 경기였다. 지난 목요일 오후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산의 수비수가 퇴장당한 변수가 생겼다고 해도 어웨이 팀 FC 서울은 그 후반전 1~2골에 만족하지 않았던 것이 그들이 원하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축구장에서는 골을 넣을 수 있을 때 충분히 공격력을 자랑해야 상대 팀 선수들에게는 물론 제 3자에게도 강팀으로 인정받는다. 그런 이유로 FC 서울이 이번에 부산에 가서 터뜨린 1차전 후반전 3골은 예상보다 큰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 경기 남쪽 관중석에서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서포팅이 이루어졌다. 어웨이 팀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즈 말고도 K리그 다른 구단 유니폼을 껴입고 찾아온 축구팬들이 이른바 '원정석'을 꽉 채운 것이다. 홈 팀 FC 서울이 과거 안양 LG 치타스 시절 그곳의 축구팬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서울로 야반도주한 것을 비난하며 이번 기회에 2부리그로 미끄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연합군이나 다름없는 수많은 서포터즈는 그래서 '정의 구현'이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다.

이 승강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까지 대전 시티즌을 가볍게 3-0으로 물리치는 등 부산 아이파크의 상승세가 돋보였기 때문에 부산으로 대동단결하여 정의구현이 정말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분위기 그대로 1차전 전반전 종료 직전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부산 아이파크가 자랑하는 특급 미드필더 호물로의 벼락골까지 터졌으니 부산 아이파크 최윤겸 감독의 각본도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전을 그대로 끝내지 못하고 퇴장 악재가 부산을 덮치고 말았다. 

악재 속 이어진 후반전은 부산 아이파크의 뜻이 통하지 않았다. FC 서울 독수리 감독의 날카로운 안목이 빛나며 3-1로 경기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시즌 끝무렵 벼랑 끝에 몰린 FC 서울을 위해 최용수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기막히게 해낸 셈이다.

박주영의 극장골 피날레

이번 2차전에도 첫 골은 부산이 넣었다. 경기 시작 후 33분만에 부산이 얻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미드필더 호물로가 짧게 공을 처리한 다음 다시 받아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FC 서울 골문 바로 앞으로 보내주었다. 동료 미드필더 김진규는 이 공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순간적으로 빠져나오면서 오른발로 방향을 슬쩍 바꿔 성공시켰다. 순발력 좋은 골키퍼 양한빈도 꼼짝할 수 없는 부산 아이파크의 작품이었다. 

이제 부산 아이파크로 대동단결된 정의 구현 목표는 2골이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FC 서울의 수비벽은 예상대로 높았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주문에 따라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지 않고 안정된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운영 능력이 돋보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골키퍼 양한빈의 침착한 방어 능력이 빛났다. 

58분에 부산 아이파크 주장 이재권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FC 골문으로 날아올 때 골키퍼 양한빈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전반전 11분에도 부산 이재권의 왼발 중거리슛이 낮게 깔려 구석을 파고드는 듯 보였지만 양한빈의 방어 능력이면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궤적이었다.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은 89분에도 부산 미드필더 호물로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위력을 발휘했지만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가슴으로 그 공을 잡아내며 1차전 승리 기록을 누구보다 든든하게 지켜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윤주태 대신 들어온 FC 서울의 간판 골잡이 박주영은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끝날 무렵 역습이 이어질 때, 고요한이 밀어준 공을 향해 골문으로부터 40미터 이상 먼 곳에서 넘어지면서도 절묘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겨울 칼바람을 뚫고 경기장을 찾아온 8554명 홈팬들에게 잔류 기념 선물을 안겨주었다.  부산 골키퍼 구상민이 그의 바로 앞까지 달려나와 막아내려고 했지만 박주영의 오른발 감아차기 감각은 슈퍼 골을 완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로써 FC 서울은 2부리그로 미끄러질 벼랑 끝 위기에서 겨우 살아나 2019 시즌에도 1부리그에서 강팀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이번까지 세 차례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정의 구현을 외쳤던 부산 아이파크는 1차전 퇴장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K리그2 정글로 돌아간다.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결과(9일 오후 2시 1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1-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박주영(90+4분,도움-고요한) / 김진규(33분,도움-호물로)]
-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FC 서울 K리그 1 잔류

◎ FC 서울 선수들
FW : 조영욱(59분↔에반드로), 윤주태(46분↔박주영)
MF : 윤석영, 고요한, 정현철, 하대성, 윤종규
DF : 이웅희, 김원균, 김동우
GK : 양한빈

◎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FW : 한지호, 김현성(78분↔이종민)
MF : 김치우(46분↔고경민), 이재권, 호물로, 김진규, 김문환
DF : 구현준, 김명준, 노행석(86분↔이동준)
GK : 구상민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FC 서울 39%, 부산 아이파크 61%
유효 슛 : FC 서울 4개, 부산 아이파크 7개
슛 : FC 서울 5개, 부산 아이파크 13개
코너킥 : FC 서울 2개, 부산 아이파크 6개
프리킥 : FC 서울 18개, 부산 아이파크 11개
오프사이드 : FC 서울 1개, 부산 아이파크 1개
파울 : FC 서울 17개, 부산 아이파크 10개
경고 : FC 서울 2장(21분 김동우, 87분 윤종규), 부산 아이파크  3장(34분 김진규, 39분 김문환, 67분 호물로)

◇ 2019 K리그1 팀 목록
전북 현대, 경남 FC, 울산 현대(이상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대구 FC(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FA컵 우승),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강원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상주 상무, FC 서울, 성남 FC(승격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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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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