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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11시, 퇴근 후에 바로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에 올랐다. 모처럼 1박2일 일정으로 고향인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토요일 새벽 2시쯤 같이 여행을 간 고향 선배의 집이 있는 광안리 해변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변은 내가 대학생일 때 아르바이트 일을 끝내고 백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맥주를 한잔 했던 이십 대 젊은 날의 추억을 간직한 장소이다.
 
새벽 광안리 해변에서 본 광안대교
 새벽 광안리 해변에서 본 광안대교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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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시커먼 바다를 보던 선배가 문득 '광안대교가 없었을 때가 더 좋았던 거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다리가 없었던 시절에는 수평선을 바라봤는데, 다리가 생긴 후부터는 수평선보다 다리에 먼저 눈이 가게 되는 것이었다. 약간 철학적으로 말하면, 시야(視野)가 줄어들었다고 할까. 얻은 게 있으면, 잃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장산역
 장산역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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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고개로 가는 마을버스
 달맞이 고개로 가는 마을버스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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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붙이고 깨어난 오전 11시, 우리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작은 마을버스를 탔는데, 한 아주머니와 기사님의 구수한 사투리 대화가 정감있게 다가왔다.

내가 달맞이 고개를 마지막으로 가본 건 거의 20년이 넘은 것 같다. 당시에는 차가 없으면 가기가 쉽지 않았던 곳이었고, 부근 식당들도 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비쌌기에, 부모님과 함께 간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40대 어른이 되어 추억의 장소를 다시 가본 것이다. 해월정(海月亭)에서 바다를 보니, 어렴풋이 대마도가 보였다.
 
달맞이고개 해월정에서
 달맞이고개 해월정에서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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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대마도가 보이다
 어렴풋이 대마도가 보이다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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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고개를 내려와서, 우리는 해운대 백사장으로 향했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어선들이 모여있었다. 주말이라 어부들이 쉬어서 그랬을까, 파도가 높아서였을까.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작은 어선들이 한 폭의 풍경화 같이 보였다.
 
정박해있는 어선들
 정박해있는 어선들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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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변
 해운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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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변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서울은 폭설이 내린다고 하는데, 부산은 비가 왔다. 원래 장산역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해운대 다음 행선지로 정했던 곳이 '다대포 해수욕장'이었다. 이번 여행이 갑자기 '바다'를 보는 여행이 된 것이다.

부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해운대 해수욕장'과 '다대포 해수욕장'은 지하철의 끝과 끝이었다. 이동 거리도 만만치 않았는데, 둘 다 우산도 없는데 갑자기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내심 선배가 비도 오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는 내 의견에 동조를 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선배는 내 속도 모르고 '집에 가서 딱히 할 것도 없지 않냐'는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해운대역
 해운대역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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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고, 버스 정류장이 있는 해운대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정류장에서 약 20분을 기다려 장림역으로 가는 급행버스를 탔다. 그런데 우연인지 행운인지, 우리가 탄 버스는 부산의 대교를 무려 3개나 건너가는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였다.
 
광안대교로 진입하는 버스
 광안대교로 진입하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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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를 달리다
 광안대교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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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광안대교를 달리다니. 생각지도 못한 여행 코스였다. 광안대교를 통과하면서, 우측 편에 샌텀시티와 광안리 해수욕장을 볼 수가 있었다.
 
광안대교에서 바라본 광안리 해수욕장
 광안대교에서 바라본 광안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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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본 부산항
 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본 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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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저 해수욕장에서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광안대교를 쳐다본 것이었다. 잠깐 육지를 통과한 버스는 다시 부산항대교를 거쳐 영도로 들어섰다. 부산항대교에서는 웅장한 선박이 보였다. 마지막 세 번째 다리인 남항대교를 통과해 우리는 장림역에 하차한 뒤,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서 목적지인 '다대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다대포해수욕장 지하철역
 다대포해수욕장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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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 부근은 해운대와 같은 고층 빌딩이 거의 없었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24년을 살았지만, 다대포 해수욕장은 어릴 때 딱 한번 와 본 기억밖에는 나지 않았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지하철역에서 약 100m 를 걸으니, 장관이 펼쳐졌다.
 
다대포 생태공원
 다대포 생태공원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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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생태공원
 다대포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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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만 보던 생태공원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나는 '우와'를 연발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풍광은 사진으로는 다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멋있었고, 눈으로 담는 수밖에 없었다.
 
다대포 해수욕장
 다대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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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을 돌고, 다대포 해변으로 이동하니, 조수가 빠진 해변은 해운대와는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내리 쬐는 태양을 몸으로 받고 싶어서,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다대포 해수욕장
 다대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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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몸으로 받다
 햇살을 몸으로 받다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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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 여행의 최고 백미는 다대포 해수욕장이었다. 해운대에서 비 때문에 만약 집으로 돌아갔다면 아마 이 광경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대포 해수욕장
 다대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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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난주에 결심한 새로운 것들을 계속 경험하는 실험이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관련 기사: 점심메뉴 고르기, 실패해도 남는 게 있습니다 http://omn.kr/1dqxn).

이미 기억 속에 있는 장소를 다시 찾아가서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곳을 방문했을 때의 그 놀라움은 만족감이 훨씬 더 강했다.

하루에 세 곳의 바다를 돌아본 부산 여행, 심신의 휴식은 못 취했지만 더 큰 무언가를 얻고 돌아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free_jhp )에도 실립니다.


태그:#부산여행, #달맞이고개, #다대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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