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호주 명단 선정 이유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원정 평가전 명단 공개 회견에서 선수 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벤투 감독 ⓒ 연합뉴스

 

요즘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대단하다. 역대급이라 평해도 모자람 없는 관심과 사랑이 국가대표팀을 향하고 있다.

국내에서 펼쳐진 평가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티켓 대란'까지 일어났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와 경기부터 파나마와 네 번째 A매치까지 국내에서 펼쳐진 모든 경기가 매진됐다. A매치 4경기 연속 만원 관중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처음있는 사건이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극적인 승리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국가대표팀 인기에 불을 붙였다. 대중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경기장을 찾았다. 최근 벤투호의 A매치 경기는 한국 스포츠 최대의 이벤트다.

K리그에는 불지 않는 봄바람

월드컵의 기막힌 반전과 아시안게임 우승은 팬들의 사랑에 목마른 K리그에게 기회처럼 여겨졌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K리그 선수가 자신의 클럽으로 돌아와 관중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효과는 단발적이고 미비했다. 월드컵 직전까지 K리그1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5,517명이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첫 번째 K리그1 경기였던 15라운드 6경기에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경기당 평균 6,607명이었다. 관중수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기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관중수의 증대는 짧았다. 17라운드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6,842명까지 늘어났지만, 18라운드 경기부터는 월드컵 전과 다르지 않는 관중수가 경기장을 찾아왔다. '카잔의 기적'은 단 세 번의 라운드만에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나마 아시안게임 2연패는 관중수 변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줬다.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K리그에 복귀해 펼쳐진 9월 15~16일의 28라운드 6경기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8,275명이었다. 10월 20일에 열린 33라운드 6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관중수를 7,662명을 기록하며 K리그1은 한 달여간 아시안게임 효과를 누렸다.

허나 34라운드부터는 다시 전체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수로 회귀했다. 34라운드부터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했음에도 경기장을 찾는 관중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아시안게임의 환희의 유효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결국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K리그 인기의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K리그1 경기당 6,486명의 관중이 찾아 왔는데,  올 시즌 K리그1은 경기당 5,28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호재에도 경기장을 찾아오는 이는 줄어들었다. 숫자상 2018년 K리그에는 봄바람이 불지 않았다. 

국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종 골잡이의 필요성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K리그 선수는 적지 않았다. 전북 선수가 비교적 많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각기 다른 소속팀에서 활약 중이었다. 전체적인 K리그 인기 상승을 기대케하는 요소였다.

문제는 월드컵 등에서 활약한 K리그 선수들이 대부분 수비쪽 자원이란 점이다. 수문장 조현우를 비롯해 홍철과 이용, 윤영선, 김민재, 김문환 등 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는 대개 수비수였다. K리그 공격수 중에는 문선민이 홀로 빛났을 뿐이다.

공격진은 해외파들의 잔치였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희찬(함부르크 SV)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모두 유럽파다. 아시안게임에서 혼자 9골을 터뜨린 황의조(감바 오사카)도 J리그에서 뛰고 있다.

국제대회의 성과는 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들의 합작품이었지만, 축구의 특성상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수들이 가져갔다. 경기마다 득점을 터뜨리며 짜릿한 승리의 맛을 선사한 공격수들에게 대중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름관중의 핵심인 스타 공격수의 유무가 국가대표팀과 K리그 인기 격차의 핵심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대중이 직접 보기 원하는 황의조는 K리그가 아닌 A매치에서 볼 수 있으니 A매치에 관중이 몰리는 일은 지극히 당연했다. 

만일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선수가 손흥민이 아니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었다면, 혹은 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잡아낸 선수가 광주FC의 나상호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 조현우의 소속팀 대구FC가 월드컵 이후 의미 있는 관중수 증가를 경험한 사실이 이를 뒷바침한다.

결론적으로는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K리그 공격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K리그 공격수 중 벤투호의 핵심 공격수가 될 인물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당장 K리그 득점 순위 10위 안에 토종 공격수는 13골을 기록한 문선민과 이동국(전북 현대), 11골의 김신욱(전북 현대) 단 3명에 불과하다. 문선민은 벤투호의 일원이지만 내년이면 만 40세의 노장 이동국은 국가대표팀과 거리가 있다. 김신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상호가 K리그2에서 16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아무래도 2부리그이기에 임팩트가 약하다.

K리그 공격수가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기억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0년 전 당시 대구FC의 이근호(11골·득점 5위)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지난 10년 사이 K리그1 득점 수위를 차지한 이동국, 김신욱, 유병수, 정조국 등은 자신의 활약을 국가대표팀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축구에서 꽃은 골이다. 골이 터져야 재미가 있다. 때문에 득점을 만드는 선수에 팬들은 열광하고 구단은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 불행히도 2018년 K리그에는 그런 토종 공격수가 없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K리그 공격수가 절실한 K리그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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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벤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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