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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특위 ‘+청년바람 포럼’에서 ‘나는 왜 싸우는가, 한국 우파의 혁명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언주 의원, 자유한국당 행사 참석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특위 ‘+청년바람 포럼’에서 ‘나는 왜 싸우는가, 한국 우파의 혁명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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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을)이 15일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다시 한 번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당 내 '친문', '운동권' 세력을 강하게 성토한 바 있습니다. 이 의원의 연이은 '운동권 때리기'는 최근의 정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이 의원은 잇따른 보수적 언행으로 '보수의 여전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정치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이들은 소수의 운동권이 아니라 넥타이 매고, 그리고 각자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치열하게 산 평범한 사람들의 공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 각자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데, 과거의 운동권 이력을 가지고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이들이 현재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자신은 전대협 세대가 아니라고 밝힌 이 의원은 "시위하다가 감방을 다녀온 적도 없고, 법을 어겨본 적도 없다. 그리고 나의 이상을 위해 법을 어겨도 된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며 "우리는 당신들이 그렇게 시간을 보낸 나이에 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자 치열하게 공부했고, 취업하기 위해 경쟁했고, 직장에서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세계 여러나라를 잠을 설쳐가며 오가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글의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이 의원은 "그들은 유감스럽게도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왜곡된 역사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고, 비현실적 이상사회건설을 꿈꾸며, 전체주의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대북관계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드러내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 운동권 정치세력은 그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러나시기 바란다"고 꼬집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운동권 출신은 정치판에서 떠나라'는 이야기입니다.

운동권을 심각하게 왜곡한 그의 인식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운동권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운동권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뤄내는데 기여했다고 인정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급진적·폭력적·반사회적 분위기를 선도해온 불순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합니다. 어느 쪽도 그 나름의 논거는 있습니다. 평가의 기준이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 신념과 소신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운동권에 대한 이 의원의 인식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개별 주체의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니만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의원의 글은 기성정치에 함몰된 운동권 정치세력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을 넘어 운동권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폄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운동권 전체로 등치시켜 결과적으로 운동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의원의 글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은 그의 비판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험난하고 처절했던 민주화 과정의 실체를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의 행태를 (그것도 구체적인 사례나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운동권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더러 비겁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혹은 지지했던 동시대인들의 행위가 이 의원에 의해 한순간에 매도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70~80년대 절대권력의 횡포와 폭압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습니다. 독재정권에게 운동권은 박멸의 대상이자 격리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어디론가 끌려가 무자비한 구타와 고문을 당해도 어디에다 하소연조차 할 수 없던 야만의 시대이었습니다. 실제로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운동권'이라는 이름 앞에는 이처럼 민주화 투쟁의 아픔과 상흔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궁금하다. 과연 운동권 기득권들과 저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중에 누가 더 나라를 위한다고 누가 더 뜨겁다고 감히 재단할 수 있는가? 그 시대에 학생운동에 참여했지만 정치권력에 관심 없이 묵묵히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86세대들이나 돌 던지고 화염병 던지지는 못했지만 나라 걱정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 온 86세대들은 운동권 정치세력보다 과연 나라 생각하는 마음이 못한 것인가?"

이 의원이 격정적으로 토해낸 질문입니다. 행간에 묻어있는 호흡 속에서 운동권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이 느껴집니다. 이쯤되면 이 의원이 (그의 표현대로라면) 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에서 두 번씩이나 공천을 받고 원내대변인까지 역임했던 이력이 그저 의아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당 내에 운동권 출신이 많기는 매한가지일 텐데 왜 이제와서야 이토록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속에는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을 무자비하게 유린했던 독재권력에 맞서 목숨 걸고 저항했던 운동권의 헌신이 녹아있습니다. 어쩌면 민주화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워보지 않은 않은 이 의원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수진영의 폭발적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던 '박정희는 천재' 발언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민주화의 과정을 체화한 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언행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이 의원이 나라 걱정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 영달을 위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실상은 지난 수십 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인고의 산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과거 민주당 소속 시절 이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던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소신 발언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무산되자 그 책임을 물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청와대를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이 의원은 정부여당에 맞섰다는 이유로 큰 곤욕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군사독재 시절에는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 탄압이 벌어지기도 했으니까요. 

이 의원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과정의 오류가 있었을지 몰라도, 운동권 중 일부의 기득권 정치세력화를 비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민주화를 향한 그들의 노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도, 정치적 노선이 달라졌다고 해도 적어도 기억은 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장시키기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수의 여전사 이언주, #이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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