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야수진의 세대교체 속에서도 그는 주전으로 거듭나기 어려웠다. 마침내 2017년,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이라는 기쁨까지 맛보게 된다. 비록 팀은 2017년, 2018년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는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만년 백업' 꼬리표를 떼어내고 활짝 날개를 펼친 두산 베어스 최주환의 이야기다.

시즌 내내 활약했던 최주환의 상승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3타수 11안타(1홈런) 타율 0.478로 박건우, 오재일, 김재호 등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부진했지만, 정수빈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다. 팀이 승리를 거둔 2차전과 4차전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2차전에선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를 기록하면서 MVP급 활약을 펼쳤다. 시리즈 결과가 달라졌다면 그가 이번 가을의 주인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좌타자 타율 순위 쟁쟁한 타자들과 함께 최주환의 이름도 보인다.

▲ 올 시즌 좌타자 타율 순위 쟁쟁한 타자들과 함께 최주환의 이름도 보인다. ⓒ 스탯티즈


올 시즌, 마침내 완성형 타자로 거듭난 최주환

그각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였다.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7홈런 57타점을 기록, 프로 데뷔 이후 이렇게 화려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다. 수비에서는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오재원을 대신해 2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많았으나 공-수 양면에서 활약을 펼친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에서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야수이지만, 올 시즌에는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았다. 허경민, 오재원, 김재호 등 팀 내에서 수비를 잘하는 야수들이 많기 때문에 최주환은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두산 타선의 사정을 감안하면 최주환은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야수들보다 비교적 타격 능력이 뛰어난 최주환이 지명타자로 기용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도 덜었고, 자신의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때에 따라선 타순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타순 변동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로 1번(타율 0.309), 2번(타율 0.327), 3번(타율 0.345), 6번(타율 0.456) 타순에 배치됐는데,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남긴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타순에서 부진하는 선수가 발생했을 때 나름대로 최주환이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홈런이다. 지난해 7개에 불과했던 홈런은 올시즌 26개에 달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만든 타자가 30명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타자가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 기록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홈런 개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등을 보더라도 그의 가치가 입증됐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타석에서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wRC+ 부문에선 박병호(넥센), 김재환, 양의지(이상 두산), 김현수(LG), 러프(삼성)에 이어 리그 6위를 기록했다. 기본적인 타격 지표 이외에서도 최주환의 활약상이 드러났다. 팀 내에서도 인정을 받는 타자이지만 리그 전체에서도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올 시즌 wRC+ 순위 최주환의 wRC+는 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 6위였다. 리그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타자가 된 것이다.

▲ 올 시즌 wRC+ 순위 최주환의 wRC+는 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 6위였다. 리그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타자가 된 것이다. ⓒ 스탯티즈

 
'지명타자' 최주환, 생애 첫 GG 수상도 가능할까

KBO 시상식에서 공식적으로 '기량발전상' 혹은 '재기상'과 같은 시상은 진행되지 않지만, 언론사 등의 주관으로 진행하는 자리에서는 종종 기량이 발전한 선수에게 상이 주어지곤 한다. 올핸 시상식을 앞두고 채은성(LG), 구승민(롯데) 등과 함께 최주환의 이름도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팬들의 성원 속에 2년 연속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최주환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황금장갑을 품에 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오는 12월 10일에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박용택(LG), 이대호(롯데) 등과 함께 지명타자 부문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 성적만 놓고 평가를 할 땐 현재로선 '37홈런-125타점' 이대호의 수상이 유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호 못지않은 임팩트를 선보인 최주환도 어느 정도 표를 받을 전망이다. 팀 성적 프리미엄을 생각하고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가 있다면, 소속팀인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기 때문에 많은 득표 수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팀 성적이 투표 결과를 좌우한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투표 결과에서 이대호가 큰 차이로 1등을 차지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이대호를 견제할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만큼 최주환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걸 의미한다. 최주환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선발로 나오는 것조차 힘들었던 선수였지만 당당하게 골든글러브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제 막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한 선수이기에 내년, 내후년의 최주환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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