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

배우 이나영이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 이든나인


배우 이나영의 6년 만의 복귀다. 그의 선택은 큰 예산의 화려한 상업영화가 아닌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린 중저예산의 영화였다. 지난 10월 열린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뷰티풀 데이즈>를 두고 이나영은 "워낙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었다"며 애정부터 드러냈다.

해당 작품에서 이나영은 중국에서 낯선 남자(오광록)에게 돈을 받고 시집간 후 떠돌다 한국에서 아들 젠첸(장동윤)을 만나며 자신과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는 엄마 역을 맡았다. 그간 다큐멘터리로 탈북 여성의 삶을 다뤄온 윤재호 감독의 첫 장편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우려했지만...

'상업영화로 복귀해야 하지 않냐'는 주변 반응에 이나영은 오히려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좀 다른 모성애를 감독님께서 비추고 계셨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왜 쓰셨을지 매우 궁금했다"며 그는 "같은 이야기를 지난 5년간 해오셨더라. 감독님을 공부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 제가 듣기는 다 듣는다. 설득당하는 것도 좋아하고(웃음). 근데 제 마음이 움직이진 않더라. 저를 걸고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관객분들에게 진실된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스스로도 왜 이 일을 하는지 헷갈릴 것 같더라.

많은 분들이 제가 엄마가 됐기에 이 작품을 택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것과 연관성은 없다. 이 작품을 왜 택했을까 하는 건 감정적으론 아는데 아직 머리로 정리하진 못한 상태다. 어떤 계획을 떠나 시나리오 속 엄마 자체가 이해가 갔다. 14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태도와 감정이 잘 느껴지더라. 10대에서 30대까지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데 아이를 낳고 도망갈 땐 동물적으로 느껴지던 엄마가 그 이후엔 그냥 살아가는 여자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선 이 여자가 어떤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한 장면.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 준비과정에 담겼다. 술집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동대문에서 구한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등 이나영은 "너무 또 애쓴다고 할까봐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여러 옷을 구해서 입으려 했다"고 전했다.

"근데 또 예산이 적어서 옷을 많이 사면 안 되니까 나름 신중하게 골랐다(웃음). 10대의 엄마가 배가 불렀을 때 대본을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그때 감정 표현을 많이 연구했다. 동물 소리를 유튜브에서 찾았는데 울부짖기 전 내는 소리가 있더라. 그런 것들은 연습했다. 개인적으론 오광록 선배랑 (부부가 되어) 집에서 얘기하는 장면이 좋았다. 그리고 (엄마를 중국 남자와 결혼하게 한 브로커) 황 사장을 공격하고 화장실을 가는 장면도. 대본 보면서 울컥했다. 삶에 대한 처절함이 느껴져서. 여담이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 오광록 선배가 나중에 멜로 한 번 해봤으면 하셨는데 이 작품에서 부부로 나왔다(웃음)." 

살아간다는 의미

전반적으로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과 모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안에서 이나영은 살아가는 엄마의 처절함을 뽑아내려 했다. 산전수전 겪은 엄마의 표정을 잃지 않으려 했던 노력을 전하면서 이나영은 "제가 이 영화에서 어떤 얼굴을 쓰고 있고, 어떤 눈빛인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절 던져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속 엄마가 안았던 삶의 이유를 실제 이나영에게 물었다.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저도 항상 하는 고민이다. 매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딱히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지. 요즘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느끼고 현명하게 잘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한다. 예전엔 되게 거창한 이유가 있었고, 또 앞으로 그런 이유가 생길 수도 있겠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뭘 하면 즐거울까? 원하는 모든 것을 얻으면 행복할까? 그러면 허망해지진 않을지. 아니면 자기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일까. 제가 사실 철학책을 좋아한다. 배우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가 허무할 때? 맛있는 걸 먹는다(웃음). 라면 한 그릇 먹을 때도 행복할 때가 있더라." 
 
 배우 이나영.

"어떤 계획을 떠나 시나리오 속 엄마 자체가 이해가 갔다. 14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태도와 감정이 잘 느껴지더라." ⓒ 이든나인

 
톱스타에서 어쩌면 진짜 배우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지. 대중은 스타 이나영, 그리고 원빈과 결혼한 여배우로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 그가 쌓고 있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배우로서 이나영의 이름을 온전히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실 이런 행보에 원빈 역시 동료로서 어떤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부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원빈씨의 공백이 길다고) 배우를 할까 말까를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전작하고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근데 그런 이야기를 찾기 어렵지. 제가 운이 좋은 편이다.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함께 봤다. 의상에 대해서도 같이 얘기했고. 제가 종종 물어보거든. 저나 원빈씨나 너무 신중한 편이긴 하다.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지. 좋아하는 성향이 분명하기도 하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신을 던져보고 싶은, 제가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다. 주변에선 너무 작품활동을 안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저예산 영화에 이야깃거리가 많더라. <뷰티풀 데이즈> 같은 작품을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상업영화 테두리 안에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좀 더 익숙해지길 원한다."


다행히 이나영의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9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그는 어떨지. 이 영화와 비교해서 봐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배우 이나영.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신을 던져보고 싶은, 제가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다. 주변에선 너무 작품활동을 안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 이든나인

 
 
이나영 뷰티풀 데이즈 오광록 원빈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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