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적장애 기타리스트의 성장과 세상과의 소통을 다룬 뮤직 다큐멘터리 <리틀 걸 블루>는 내년 상반기 개봉이 예정된 영화다. 독립영화로 흥행 신드롬을 불러 모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편집 작업에 참여, 이후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들의 음악과 편집영역을 넘어 연출까지 섭렵한 감독 현진식이 두 번째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2009년 유에이치에프(UHF)란 아티스트 이름으로 자신의 첫 음반을 발표하며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에는 강렬한 록 사운드를 표방하는 4인조 밴드 파울로시티(FauloCity)를 결성해 농도 짙은 곡들을 선보인 바 있다.

여러 다큐 영화의 다양한 영역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감독 현진식이 아닌 뮤지션 파울로시티로서 1년여의 작업과정을 거쳐 첫 번째 정규앨범 <레지스탕스(Resistance)>를 10월 말 공개했다.

무엇보다 '원 맨 밴드'로 이번 음반을 발표하며 홀로서기에 나선 파울로시티는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사회 및 우리시대에 벌어진 '저항의 순간들'을 10곡의 연주곡으로 그려 낸 음반을 통해 전곡이 흐르는 52분이 마치 '뮤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와 음악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은 '아웃사이더'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파울로시티 현진식 감독. 지난 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그와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했다.

우리 시대 저항의 순간, 오롯이 연주곡으로 표현하고 싶어
  
 파울로시티

파울로시티 ⓒ 북극곰사운드


- 원 맨 밴드로 바뀐 후 처음 낸 앨범이다
"이전에 발표한 3장의 EP 앨범과 달리 '앨범의 전체적 콘셉트화'를 이번 첫 정규음반을 통해 시도할 수 있었던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 작업과정도 이전과 달랐을 것 같다
"전작들에서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곡 작업과 완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레지스턴스> 앨범은 사운드의 제한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편곡으로 충만하다. 물론 기타 사운드가 중심에 있지만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드럼도 충분히 담아내 훨씬 재미있게 준비하고 작업을 해나갔다."

- 이번 음반의 컨셉이 '저항'이다
"3년 전 '백남기 농민사건' 이후 우리나라 사회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본업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활동을 넘어 뮤지션으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출발점은 '세월호 사건'을 음악으로 표현한 EP 앨범 <옐로우(Yellow)>였다.

이후 국내외적으로 벌어지고 있던 '우리 시대의 현안'들을 곡으로 만들어 내게 됐다. 그리고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 음악에 있어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이 짙게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번 앨범은 '52분짜리 뮤직 다큐멘터리다'라고 알리고 있고 평가 역시 거의 동일하게 전해 듣고 있다."

- 연주만으로 곡을 표현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나?
"곡 작업을 해오면서 나름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 보컬이 들어갈 경우 우리말제목을 오롯이 연주곡일 경우에는 외국어제목을 사용한다. 하나의 연주음악 완성됐을 때 외국어로 곡 제목을 정하는 것이 '그 음악의 이미지'를 보다 폭넓게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법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들을 상쇄시키려 한다."      

연주시간 긴 곡, 사운드 맘껏 즐길 수 있어 좋아 
 
 파울로시티

파울로시티 ⓒ 북극곰사운드

 
- 지금보다 더 대중 친화적 곡들을 발표한 생각도 있는지?
"파울로시티 이전 유에이치에프(UHF)란 밴드 활동 당시 대중의 귀에 어필할 수 있는 음악들도 만들어 발표해 활동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 때 가진 생각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란 거였다. 그런 생각으로 완성했던 파울로시티 첫 앨범 <퍼지 네이션(Fuzzy Nation) - 2015년 3월 발매>의 수록곡 '안드로이드는 전기기타를 꿈꾸는가?'로 이듬 해 연초 개최된 <2016 한국대중음악상 - 모던 록 노래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내게 음악을 더 충실하게 대하는 계기가 됐고 더불어 자신감도 생겼다. 한 곡 한 곡 꾸준히 세상에 공개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악도 탄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 앨범 수록 트랙 중 연주시간이 긴 곡들이 흥미롭다
"원래 긴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14분 40초가 연주시간인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은 지금도 즐겨 듣는 메탈리카(Metallica)의 초창기 곡 '투 리브 이즈 투 다이(To Live Is To Die)'를 오마주한 곡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하다. 긴 곡에서는 '무겁고 시끄럽고 몽환적 사운드'를 마음껏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내게도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쁨으로 다가선다."

- 음반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우선 '웨어 이즈 쉬?(#WHEREISSHE?)'다. 지금껏 발표한 곡 중 가장 진지하게 작업한 그 결과물이다. 전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여성인권운동에 대한 지지를 음악으로 옮겨 응원하고자 만든 의미 있는 곡이기도 하다.

또 다른 곡은 위에서도 언급한 '풀 메탈 자켓'인데 만 3년이 걸려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정말 이 음악의 완성을 위해 고생한 만큼 많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뮤직다큐멘터리 <리틀 걸 블루>, 따스한 시선 담고자 노력
 
 파울로시티

파울로시티 ⓒ 북극곰사운드

 
- 활동 영역이 상당히 넓은 것 같다
"크게 두 가지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영화와 음악이다. 다큐멘터리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 내가 좋아서 창작하고 연주하는 파울로시티란 뮤지션이자 영화음악을 만드는 4인조제작팀 보이트-캄프(Voight-Kampff)의 한 멤버로 활동 중이다. 두 영역에 있어 세분화된 작업들은 물론 당연히 해나간다." 

- 어떤 영화음악 작업을 했나?
"내 첫 감독 연출작이기도 한 <바람커피로드(2015년)>를 필두로 <올드마린보이(2017년)>, <엘리펀트보이(2018년)> 그리고 'DMZ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425 축구단>이 보이트-캄프의 작품들이다. 내년 상반기 개봉을 준비 중인 나의 두 번째 연출작 <리틀 걸 불루>에서도 팀원들과 함께 음악작업에도 참여했다."

- <리틀 걸 블루>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
"2급 지적장애인 김지희 씨가 기타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연주인으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뮤직다큐멘터리 영화로 2016년 2월 크랭크인해서 약 2달 전 촬영을 마감한 후 편집 작업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개봉돼 관객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연출자로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있었다면?
"지희 씨가 국내외에서 열린 주요 무대에 올라 장애인 음악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이 영화를 통해 '기타리스트 김지희의 존재'를 일반대중에게 알리고 싶었고, 지금은 작품을 넘어 그가 훌륭한 음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같은 기타 연주인으로서 도움을 주고, 나 역시 소중한 도움을 받고 있다. 책임감이 크다."

뮤지션 파울로시티의 삶 is 위안과 즐거움  
    
 파울로시티4 앨범 'Resistance' 커버

파울로시티4 앨범 'Resistance' 커버 ⓒ 북극곰사운드

 
- 파울로시티로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혼자 곡을 만들고 발표하면서 음악에 대한 자유로움은 극대화됐다. 하지만 어떤 활동을 펼치고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갈 지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겐 풀지 못한 숙제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음악인들도 상당수 아닐까 싶은데, 좀 더 시간을 갖고 앨범활동 계획을 구체화 하려한다."    

- 파울로시티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뮤지션 파울로시티에게 음악은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다.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당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음악작업을 함에 있어 힘든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곡을 창작하고 연주를 하는 과정은 현진식이란 한 사람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파울로시티란 이름으로 발표하는 곡들을 공감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고 뮤지션의 길도 같이 가고 있는 중이다.(웃음)"
현진식 파울로시티 레지스턴스 리틀걸블루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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