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포스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열풍을 이어가기 손색이 없는 시작을 보여주었다. 원작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맡았고 <해리 포터> 시리즈 5탄부터 감독을 담당한 데이빗 예이츠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 선택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해리 포터> 팬들에게 아직 그들이 원하는 '마법'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전작이 보여주었던 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화려하다. 전작에서 수감되었던 그린델왈드(조니 뎁)를 유럽으로 호송하던 중 그가 탈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연출한다. 여기에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귀엽고 신기한 동물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반부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는 이후 아쉬운 선택의 연속을 보여준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전작을 통해 가졌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첫 번째는 이야기 구성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경우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처럼 시리즈의 시작임에도 한 편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깔끔한 구성을 선보였다. 반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전작을 통해 기존 인물들을 소개했음에도 산만한 구성을 보여준다. 크게 중심인물을 뉴트(에드 레드메인)와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그린델왈드, 레타(조 크라비츠)로 나눠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흥미를 끌 만큼 집중력 있게 진행되지 못한다.
 
그린델왈드의 경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절대 악역, 볼드모트처럼 강렬함을 선보여야 함에도 그런 포인트가 없다. 강렬했던 도입부 이후 매력을 발산할 만한 지점을 찾지 못한다. 크레덴스의 정체성 찾기는 작품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에도 감정적으로 빠져들 만한 시간을 주지 않으며 레타의 이야기는 덤블도어라는 캐릭터를 극에 넣기 위한 부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뉴트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아주지만 네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어느 이야기 하나 집중력 있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극에 빠져들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정작 재미를 느낄 이야기는 시간에 쫓겨 길게 내뱉지 못한다.
 
두 번째는 아쉬움이 가득 남는 '가족사'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크레덴스의 출생의 비밀을 주된 이야기로 삼고 있다. 크레덴스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엮여 있는 이 출생의 비밀은 한국 드라마에서 질리게 봐왔던 이야기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인기를 끈 이유는 '마법사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며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헌데 이 영화는 판타지보다 드라마적인 측면이 강하고 그 드라마는 진부한 소재를 담고 있다.
 
판타지 장르가 줄 수 있는 흥미 자극을 보여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이 직접 쓴 각본이기에 의외라는 생각이다. 판타지적으로 소재를 살렸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비할 때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가족사라는 드라마적인 감성에 치중한다. 그리고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가족사'라는 드라마를 이어가기 위해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보였던 아쉬움인 한 편의 완성된 '영화'보다는 시리즈를 위한 '징검다리' 수준으로 작품을 전락시키는 실수를 반복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세 번째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처음 <신비한 동물사전>이 등장했을 때 관객들과 해리 포터 팬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신비한 동물'들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조앤 K. 롤링은 본인이 만든 동물 캐릭터들을 제대로 써 먹을 수 있는 장을 열었고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다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만의 매력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헌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해리포터> 프리퀄에 자신을 가두는 우를 범한다. 동물들을 활용하지만 그 활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물론 <해리 포터>의 세계관에 속한 작품에서 동물들을 자주 활용하는 건 세계관과 맞지 않는 선택이다. 다만 '신비한 동물들'을 제목에 넣을 만큼 포인트를 주었다면 좀 더 결정적인 순간을 동물들에게 양보하는 구성을 선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이대로라면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그저 <해리 포터>의 프리퀄에 지나지 않는다. <호빗>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틀에 갇혀 그 연장선으로만 여겨져 피로감을 준 것처럼 말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진부한 드라마와 흥미를 떨어뜨리는 허술한 구성, 여기에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리즈의 징검다리 역할에 머무르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신비한동물들과그린델왈드의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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