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정규 시즌 1위팀 두산을 꺾고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SK와의 2년 계약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힐만 감독은 한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SK는 선발 메릴 켈리가 5.1이닝 3실점, 김태훈이 2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정영일, 김택형, 윤희상, 문승원, 김광현으로 이어지는 투수들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강승호가 4회 투런 홈런을 터트렸고 한동민이 연장 13회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렸다. 반면에 두산은 연장이 길어지면서 투수들을 모두 소모했고 9번째 투수 유희관이 홈런을 맞으면서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하게 됐다.

1회 이용찬의 난조로 얻은 선취점과 4회 강승호의 투런 홈런

힐만 감독은 6차전 선발 투수로 문승원이 아닌 켈리를 예고했다.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김광현이 등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7차전을 생각하지 않고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우승을 결정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SK는 5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적시타를 쳤던 박정권을 다시 5번 지명타자에 배치하고 5차전에서 깜짝 3안타를 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정의윤을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6차전에도 4번타자 김재환이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3타수 1안타(타율 .077)로 부진한 오재일을 라인업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8번 1루수). 5차전에서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렸던 정진호도 김재환 대신 좌익수(9번)에 배치됐다. 두산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만큼 6차전에서 4차전 선발 투수로 114개의 공을 던졌던 조쉬 린드블럼까지 불펜에 대기시켰다.
 
두산의 선발 이용찬은 1회 시작과 함께 제구가 흔들리며 김강민과 한동민, 최정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무사만루의 위기를 허용했다. 하지만 SK는 경기 초반 완전히 기선을 잡을 수 있는 1회 무사 만루 기회에서 제이미 로맥의 땅볼 하나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반면에 SK선발 켈리는 1회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하며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두산은 2회 이용찬이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투수를 이영하로 교체했고 이영하는 삼진 2개를 곁들이면서 무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 역시 2회 선두타자 양의지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지만 박건우의 보내기 번트 실패 등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두산은 3회에도 정진호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허경민이 3루수 앞 병살로 물러나며 또 한 번 기회가 무산됐다.

두산의 2번째 투수 이영하에게 묶여 있던 SK는 4회 드디어 기다리던 추가점을 터뜨렸다. SK는 4회초 정의윤의 좌전 안타로 만든 2사 1루 기회에서 8번타자 강승호가 좌측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쳤다. 올 시즌 68경기에서 3홈런, 통산 172경기에서 8홈런을 기록했던 강승호는 플레이오프 3차전 솔로 홈런에 이어 한국시리즈 6차전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큰 경기에서 숨겨둔 장타본능을 과시했다.

2018 한국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알린 한동민의 홈런포 
   
두산은 5회까지 2개의 볼넷과 1개의 몸 맞는 공으로 3명의 주자가 출루했지만 켈리를 상대로 5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6회 허경민의 몸 맞는 공과 정수빈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기회에서 최주환과 양의지의 연속 적시타로 순식간에 3-3 동점을 만들었다. 5회까지 노히트 투구를 이어가던 켈리는 6회 단 2개의 안타로 3점을 내주며 마운드를 김태훈에게 넘겼다.

SK는 8회 투구에서 나주환의 안타와 강승호의 볼넷으로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김성현의 안타 때 홈을 파고 들던 김재현이 정수빈의 송구에 잡히면서 다시 앞서가는 점수는 따내는데 실패했다. 다시 분위기를 가져 온 두산은 8회말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고 9회 에이스 린드블럼을 마무리로 투입했다. 린드블럼은 김강민과 한동민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스트라이크 하나를 남겨 두고 최정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 2016년 두산과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2년 만에 연장에 접어든 2018 한국시리즈 6차전의 승자는 SK였다. 연장 11회초 2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SK는 연장 13회초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한동민이 유희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SK는 연장 13회말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렸고 김광현은 8년 전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SK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펜에 '여왕벌' 정대현과 크고 작은 이승호, 전병두 등이 있었고 타선에는 박경완, 박재홍, 조동화, 김재현 등이 있었던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SK는 3번째 우승 이후 2012년까지 꾸준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새로운 왕조시대를 만들어가던 삼성 라이온즈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주력 선수들은 하나, 둘 팀을 떠나거나 선수 생활을 마감하며 SK 선수단은 본의 아니게 세대교체를 해야 했다.
 
그리고 2018년 SK는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8년 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강민과 박정권, 최정, 김광현 등은 어느덧 프로 10년 차를 훌쩍 넘은 베테랑이 됐지만 단기전에서의 집중력은 왕조시대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켈리, 박종훈, 김태훈, 로맥, 한동민 등 새로 가세한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면서 정규 시즌 우승팀 두산을 꺾고 창단 첫 업셋 우승을 달성했다.
 
반면에 정규 시즌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93승)을 세우며 일찌감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두산은 작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연속 패배를 당했다. 우완 셋업맨 김강률과 4번타자 김재환의 부상도 뼈 아팠지만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와 마무리 함덕주, 타선에서는 양의지와 최주환을 제외한 선수들이 모두 부진했다. 특히 SK의 로맥처럼 타선에서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 단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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