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 매니지먼트 숲


"<손 the guest>의 명장면은 화평이의 1년 뒤 모습이죠.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저희 다 데굴데굴 굴렀거든요. 화평이가 1년 뒤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 했어요. 근데 동욱이가 그 분장을 하고 나타난 거죠. 모든 스태프가 배꼽을 잡았어요. 아, 개인적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에요."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재욱이 꼽은, OCN <손 the guest>의 최고 명장면이었다. 비극적인 운명으로 엮인 세 주인공의 첫 만남, 악령과 싸우며 심장이 찢기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최윤의 모습, 서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마지막 최후의 구마 의식까지. 자신이 만든 <손 the guest>의 명장면이 이토록 많은데, 정작 그는 화평이의 마지막 모습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엉뚱했지만 그래서 더 웃겼고, 더 김재욱다운 답처럼 들렸다. 또, 작품은 비록 어둡고 무거웠지만, 현장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는지 알 수 있는 답이기도 했다. 

"장르물이라도 중간중간 긴장 풀고, 물이라도 한 모금 할 수 있는 신이 있게 마련인데, <손 the guest>는 그런 신이 거의 없었어요. 주인공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과 감정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좀 있었죠.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운 공기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감정들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장난도 더 많이 치고, 더 까불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보이스> 김홍선 감독과의 재회... "기대 컸다"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 매니지먼트 숲

모델로 데뷔한 김재욱은, 2002년 MBC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고, 이후 MBC <커피프린스 1호점>, tvN <후아유>,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덕혜옹주> 등에 출연했다. 김재욱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오던 그의 포텐이 터진 건 지난해 <보이스> 모태구 역을 맡으면서였다. 섬뜩하고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지만, 김재욱은 특유의 서늘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모태구를 완성했다.  

<손 the guest>는 김재욱에게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준, <보이스> 김홍선 감독의 작품이다. 낯설고 생소한 소재와 장르의 드라마임에도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한 것은 김홍선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김홍선 감독이 이 이야기를 어떤 그림으로 담아낼지 "걱정보단 기대가 컸다"고 했다.  

"늘 걱정보다 호기심이,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큰 작품들을 선택했어요. <손 the guest>도 마찬가지였죠. 무엇보다 김홍선 감독님과는 한 번 작업을 같이 해봤기 때문에 대본을 읽을 때부터 감독님이 연출한다면 어떻게 이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실지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아마 김홍선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걸 몰랐다면 쉽게 글이 읽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사제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 <손 the guest>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너나없이 "너무 무섭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직접 연기한 배우들의 첫 회 감상은 어땠나? 
"극장 시사회를 통해 1~2회를 봤다. 우선 큰 화면으로 보니 무서움과 충격이 배로 느껴지더라. (웃음) 어떤 장면인지 아는 데도 긴장감이 너무 좋아 보고 난 뒤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이래서 시청자들이 보기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내 상상과 믿음보다 훨씬 더 멋진 영상으로 완성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 김홍선 감독과 함께 모태구와 최윤이라는, 극단적인 매력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신앙심 깊은 구마 사제는 선과 악을 극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는데,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에 김재욱을 캐스팅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감독님은 그런 말씀을 자세하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웃음) 그냥 <보이스>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종종 만남을 이어왔다. 내 안에서 어떤 부분을 발견하신 게 아닌가 싶다." 

- '구마 사제'가 우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직업군은 아니지 않나. 특별히 참고한 작품이 있나.  
"우선 <검은 사제들>을 봤다. 구마 의식 자체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이 모든 배우들에게 추천해주신 영화는 앤소니 홉킨스가 출연한 영화 <더 라이트 : 악마는 있다>였는데, 엑소시스트들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하더라.  

하지만 <손 the guest>는 엑소시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악령을 쫓아가는 세 사람의 스릴러가 주 포인트였다. 본격적으로 구마 의식을 보여드릴 순 없었기 때문에 어느 지점까지 묘사해야 설득력 있게 전달될지 회의를 많이 했다." 

- 김홍선 감독과 함께 구마 의식을 취재하러 필리핀에 갔었다고 들었다. 실제로 본 구마 의식은 어땠나. 
"굉장히 흥미로웠다. 구마 의식에 관한 일주일짜리 세미나를 들었는데, 구마사제 분도 만나 뵙고, 이론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다. 구마 영상도 보고, 재연도 해주셨다. 타이밍이 맞았으면 실제 구마 의식도 볼 수 있었는데 직접 보진 못했다. 사제분에게 강의를 들으면서 감독님은 구마 의식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많이 얻으셨고, 나는 텍스트로 봤을 때 상상되지 않던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감독에게 제지 당한 김재욱의 애드리브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 매니지먼트 숲

- 아마 많은 시청자들은 <손 the guest>의 명장면으로 마지막 수중 구마신을 꼽을 것 같다. 날이 추워져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앞에 부마자 예언으로 고통받는 장면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수중 구마신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갔다. 동욱이와 내가, 그 장면 하나를 위해 16회 동안 감정과 에너지를 쌓아온 것이라고 생각했고, 윤화평과 최윤으로서 제대로 부딪치고 폭발해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계산 없이 쏟아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계산해봐야 각자 극도로 몰입해 있으면 맞지 않을 테니까. 정말 힘들었지만 끝난 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모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라, 감독님도 굉장히 빠르게, 콘티를 간단하면서도 필요한 것만 찍을 수 있게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 최윤이 달리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되게 못 뛰더라. 실제로는 육상 선수 출신이지 않나. 일부러 못 뛰는 것처럼 연기했나. 
"맞다. (웃음) 달리기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기 때문에 제대로 달리면 각이 나온다. 그럼 최윤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일부러 자세를 무너뜨리려고 노력했다. 신발이 구두라 뛰기 힘들기도 했고. (달리기가 취미인 신부님일 수도 있지 않나 물으니) 최윤은 육체적인 우월함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캐릭터였다. <손 the guest>의 피지컬 담당은 길영(정은채 분)이 하나다. (웃음)" 

- 마지막 회에 길영이에게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저한테 반말하세요?'라는 대사나, 화평에게 부적을 받고 '저 신부예요'라고 말하는 톤이 너무 재미있었다. 애드리브였는지 궁금하다.
"대본에 적혀있었다. 하지만 무거운 신들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있으면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사실 더 많이 찾으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안 돼 안 돼. 너무 갔다' 이렇게 자제를 많이 시키셨다." 

- 감독님의 자제 때문에 방송되지 못한 장면 하나만 알려달라. 
"초반에 윤이는 거짓말이라고는 모르는, 굉장히 신앙심이 강한 친구였다. 이때 화평이와 파출소에 잡혀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화평이가 자기 신자라고 하니까 경찰이 주기도문 외워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이때 옆에서 화평이 도와주겠답시고 옆에서 주기도문을 중얼중얼하고, 기침하듯 주기도문 알려주고 그랬다. (기자들이 모두 웃으며 그대로 나갔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김재욱은 "감독님이 사운드를 아예 빼버리셨다. 당시 최윤의 설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김동욱과의 재회... "인생 참 재밌다"   
 
 OCN < 손 the guest> 스틸 사진.

OCN < 손 the guest> 스틸 사진. ⓒ CJ E&M


- 김동욱과는 신인 시절 함께한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1년 만에 주인공으로 만났다. 함께 섭외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궁금하다.
"아저씨 같은 소리지만, 인생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할 때, 10년 뒤 이렇게 만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커피프린스 1호점>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만큼 굉장히 즐겁고 사랑스러운 현장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힘에 의해 우리가 다시 만났고, 그때보다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작품이 됐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김동욱과 옛날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커피프린스> 때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각자 군대 갔을 때 이야기도 하고,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겪은 일, 들은 일, 느낀 일들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 시간이 많이 빠듯하긴 했지만 동욱이 은채와 함께 술잔을 주고받으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했다. 작품 하는 동안 이렇게 배우들과 자주 만나고 술 마신 건 처음이었는데 좋더라.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꺼이 나가 어울리고 대화할 만큼 즐거웠다." 

- 1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김동욱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  
"똑같다. 달라진 게 없더라. 연기야 처음부터 잘했던 녀석이었고. 동욱이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찾아본 건 아니지만, 주요한 작품들은 다 봐왔다. 배우로서 어떻게 발전하고 성숙해졌는지 지켜봤고, 이번에 함께 작품 하면서는 몸으로 체감했다. 너무 기분이 좋더라.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던 동료가, 묵묵하게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또 현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본인은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은가.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인 때는 현장에서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는 열정에 갇혀 많은 것들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그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됐고,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의 분위기나 돌아가는 상황도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알고 연기하는 것과, 오로지 내 안에서 몰입해 연기하는 것과는 표현의 범위가 다르다. 연기는 결국 호흡인데, 나와 호흡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고 집중했을 때 더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겠나. 전에는 예민하고 곤두섰을 상황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오더라. 결국 경험의 문제인 것 같다." 

뭘 해도 섹시한 김재욱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OCN < 손 the guest >에서 최윤 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 매니지먼트 숲


- 김재욱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섹시함, 퇴폐미 같은 것들이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면 '섹시한 쓰레기'라는 이야기를 듣고(모태구), 신부님을 연기해도 '섹시한 신부님'(최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즐기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진다는 거니까. 의도한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언젠가 완전히 다른 결의 인물을 맡았을 때 '섹시하다'는 수식어라 붙지 않는다면 기분 좋을 것 같고, '섹시하다'는 말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것도 그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섹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봐야겠다." 

- 전작 <보이스> 종영 인터뷰에서 모태구를 '오래 기다려온 친구'라고 표현했다. <손 the guest>와 최윤은 김재욱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행복했고, 좋은 기억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시청자분들의 큰 사랑도 많이 받았다. 더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가족이라든가, 정말 가까운 지인들, 인간 김재욱과는 친하지만 배우 김재욱에게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손 the guest>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이런 피드백들이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더라." 

- 시즌2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시즌2 설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길영이는 경찰 때려치우고 특공대를 보내서 <지.아이.제인> 데미 무어처럼 만들자고 이야기했고, 화평이는 왜 자긴 아무 능력이 없느냐면서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능력을 꼭 갖고 싶다고 했다. 화평이에게 능력이 생기면 최윤도 편해지는 거니까 나로서도 좋은 일이다. (웃음) 최윤은 어떤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될 진 모르겠지만, 구마 의식 같은 것들이 익숙해지고 일상이 된 모습이지 않을까? 최윤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발전한 모습일지 상상하면 즐겁다.

다만 시즌제라는 게 이야기가 나와도 막상 제작되기까지 어려운 일이 많다고 들었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는 거니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기다리고, 지켜봐야지."  
손 더 게스트 김재욱 최윤 마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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