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 SBS

 
지난 11일 방영된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갑다. <집사부일체>는 이승기, 이상윤, 양세형, 육성재 등 4명의 고정 출연진이 2주 단위로 방황하는 청춘에게 말 그대로 사부가 되어줄 수 있는 명사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 철학을 듣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집사부일체>는 기존 <런닝맨>과 시즌제 경연 < K팝스타 >를 제외하면 확실히 자리매김해주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SBS 일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의 새로운 대안이 되면서, 다른 채널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11일 방영분은 열혈 시청자들조차 불쾌함을 토로할 만큼 논란만 야기하고 말았다. 그 이유가 뭘까?

외식 브랜딩 전문가 노희영의 출연... 물음표 붙는 스승의 자격
 
 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 SBS

 
이날 방송에는 오리온, CJ 등을 거친 외식업 브랜딩 전문가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새로운 '사부'로 출연했다. '마켓오', '비비고' 등의 브랜드를 성공시켰고 올리브 <마스터셰프코리아> 심사위원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그이기에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친숙한 인물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그간 노 대표가 이룩했다는 성과에 대한 업계 내부의 비판론부터 시작해서 전력을 거론하며 과연 스승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노 대표는 지난 2014년말 세금 4억 원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되자 당시 근무중이던 CJ제일제당의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1월 서울서부지법은 그에게 벌금 3000만 원형의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런 과거사로 인해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 댓글창에는 "유명한 기업인이라지만 <집사부일체>에 부를 만한 대상자로선 맞지 않다", "모범적으로 기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꼭 섭외를 해야만 했냐", "저 분 말고 <골목식당> 백종원 대표님 정도는 모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지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보다 더 큰 논란은 그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방송 진행 과정에서 노 대표가 보인 언행 및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유의 화법 있다지만... 시청자 공감 얻지 못한 사부
 
 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 SBS

 
이날 방송에서 노 대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출연진에게 "한 시간 안에 나다운 요리를 만들어 오라"는 깜짝 과제를 제시했다. 요리 프로그램도 아닌데다 요리에 능숙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니 집사부 4인방이 만든 요리가 제 맛을 낼 리 만무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대목은 육성재가 만든 '귀차니즘' 라면에 대한 노 대표의 평가였다. 육성재는 "라면도 굉장히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인데 그것도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그런게 귀찮을 정도면 살아야 할까요?", "귀찮으면 어떻게 슈퍼스타가 되지?"라고 되물으며 육성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수로서, 드라마 및 각종 예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 육성재에 대한 초대손님의 독설은 비록 자신만의 화법이라 하더라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마치 육성재가 잘못된 생활 태도를 지닌 것처럼 지적되고 꼬투리만 잡으려는 억지스런 태도로 비쳐지다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TV화면을 보던 입장에서도 불쾌함만 가중될 따름이었다. 

아무리 "예능은 예능으로만 봐야 한다"지만 도대체 이날 방송에서 '스승' 노 대표에게서 무엇을 배우라는 것인지 제작진의 의도가 무척 궁금해졌다. 

안이한 출연진 선정... 프로그램 위기 초래할 수도 있다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11일 방영된 SBS < 집사부일체 >의 한 장면. ⓒ SBS

 
그동안 <집사부일체>는 중견 연예인을 중심으로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들을 섭외해 방송을 진행해왔다. 존경받는 국민배우 최불암, 법률스님, 베트남 축구를 일으켜 새운 박항서 감독 등을 비롯해서 가장 최근 방영된 김병만에 이르는 다양한 스승들이 전하는 자신들만의 인생 철학들은 시청자들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재미와 감동을 잡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노희영 편은 재미, 감동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감대의 결여였다. 브랜드 전략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노 대표가 언급한 "소통,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스승으로 출연한 노 대표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선 역시 외식 사업 전문가면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부터 <골목식당>에 이르는 각종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백종원 대표와 대비되어 보였다. 백 대표가 시청자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엔 소통과 공감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마리텔> 출연 당시 제한된 시간에 바쁘게 요리를 하면서도 인터넷 채팅창의 내용에 즉각 답하고 반응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점차 대중들은 백 대표에게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최근의 <골목식당>에선 각 식당 업주의 자세 및 태도에 맞게끔 칭찬, 혹은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수위 높은 쓴소리도 아끼지 않지만 이건 결코 '독설을 위한 독설'이 아니라는 걸 시청자들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유명하고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자를 선정했다면 이건 제작진의 크나큰 판단 착오다. 안이한 출연자 섭외는 자칫 꾸준한 인기몰이 중인 프로그램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보통 2회분으로 진행되던 평소와 달리 이번 촬영 내용은 고작 1회분에 그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론 분량 조절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방영편이 된 셈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집사부일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