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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가을철 초청강연 및 심포지엄' 이틀째에 참여한 발제자들
 "2018 가을철 초청강연 및 심포지엄" 이틀째에 참여한 발제자들
ⓒ 한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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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후 예멘인들의 입국과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예멘 난민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서선영 연세대 사회학과 BK 사업단 연구원은 직접 발로 뛰어 연구에 임했다. 서 연구원은 올해 7월부터 현재까지 난민들이 머무는 제주를 어떻게 인식하고 인식을 받고 있는지 관찰했다.

서선영 연구원는 2일 '이주와 난민, 환대와 공생의 길'이라는 주제로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2018 추계학술 회의에서 "예멘 사람들 12명을 인터뷰했는데 제주 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출두 제한조치' 대하여 '우리는 지금 멈춰있고 갇혀있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며 "그들은 제주 안에서도 이동이 제한되었다"고 전했다.

올해 4월 말부터 법무부가 시행한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출도 제한 조치는 국가가 자신의 영토 안에 들어온 비시민들에 대해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이동하는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얼마 전 유엔난민기구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만나 예멘인들의 체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과연 우리는 그의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예멘인들을 통치,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한국 여자를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 않아야 한다.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말고, 떠들지 말고, 싸우지 말고, 그룹으로 다니지 말라." 

출입국관리소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다녀온 예멘인들은 연구원에게 강의 내용을 전했다. 예멘인들은 "낮에 사람들이 우리를 무서워해서 밤에 주로 다니라고 했다. 그런데 밤에도 사람들이 무서워하니 무리 지어 다니지 말라고 쉼터 관리자가 말했다며 도대체 어떻게하라는 건지"라고 연구원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어 "예멘에서는 전쟁 때문에 힘들었지만, 한국에선 다른 난민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사장이 때려도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예멘인들 스스로가 자기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 서울 이태원, 대림 등에서 난민 신청자들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날 양승함(연세대 명예교수) 사회자는 제주 도민들의 시각을 들을 수 없는 부분이 아쉽다며 압둘 와합에게 시리아 사람들이 국가를 탈출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압둘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은 "한국에 있는 시리아 사람들 1300여 명 중 4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전하며 같은 사례로 왔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 있다. 어떤 기준인지 법적으로 알고 싶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압둘와합 사무국장은 이어 "인도적 체류 상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돈을 벌려면 불법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출입국 사무소 한국 정부에 기초 생활비 전혀 요구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일해서 생활할 수 있게 만이라도 해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016년 한국 공항에 갇힌 시리아 망명자들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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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참석한 이주민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고지운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난민 네트워크 시민단체와 법 개정에 계속 논의해왔다. 예멘 사건이 나오면서 8월 초에 난민 관련 정부 발표가 있었다. 정부 담당자들을 만나보니 예산이나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이 36%라면 우리나라는 3% 미만이다. 외국 심포지엄에 가보면 '아시아 최초 난민법을 도입했다'고 칭찬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용 시설은 물론 난민 인정률도 낮다. 우리는 난민 협약에 비준 동의를 했고 국제사회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난민과 관련한 정부 부처들은 국민에게 제대로 정보 전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 한국법제연구원은 "난민 심사는 정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하지만, 통역을 두 번 거쳐야 하는 문제도 있기에 공정성을 높이려면 신속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난민 심의를 하는 인원을 더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대학 교수 또한 "우리나라 국격에 맞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압둘와합 국장은 발제문을 통해 "한국은 난민 인정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4위 수준이다.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은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방안이 들어간 난민법으로 개정하고, 이들을 인격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도 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태그:#한양대 평화연구소, #압둘 와합, #예멘, #시리아, #난민 인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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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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