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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벗어나 운동장으로 나온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유롭게 줄을 넘는다.

"와~ 정말 잘한다. 몇 개 했어?"

슬며시 말을 걸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대뜸 끼어든다.

"제가 더 잘해요. 보세요, 잘하죠? 저 줄넘기 급수 1급 받았어요. 80개 했어요."
"저는 한발로도 할 수 있어요."


경쟁적으로 줄을 넘다가 이내 주저앉아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줄을 넘는 시늉만 하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별나지 않은 이 놀이가 마냥 재미있는 모양이다. 이제 줄넘기를 정리하고 나뭇잎을 주울 시간.

"줄넘기는 가방에 넣고 정리가 끝난 사람은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우리 운동장 나오기 전에 교실에서 이야기한 거 있죠. 은행잎, 단풍잎, 낙엽을 하나씩 주워볼까요."
 

와~! 하고 흩어지더니 나뭇잎 줍기에 한창 열을 올린다.
 
"보세요 보세요, 저는 이만큼 주웠어요."
방금 주운 낙엽은 '가을과 자연' 미술활동의 재료가 된다.
 "보세요 보세요, 저는 이만큼 주웠어요." 방금 주운 낙엽은 "가을과 자연" 미술활동의 재료가 된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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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보세요, 저는 이만큼 주웠어요" 하고 방금 주운 나뭇잎을 자랑삼아 펼쳐 보인다. 나뭇잎 줍기가 끝나자 교실로 들어가 미술활동을 준비한다. 자신이 주워온 나뭇잎을 재료로 '가을과 자연' 페이지를 장식한다.

텃밭에는 상추와 배추가 예쁘게도 자랐다. 고구마와 땅콩은 며칠 전 캐서 간식으로 먹었단다. 만5세 유아들이 줄넘기를 하고 장구를 치는 동안 만4세 유아들은 모래놀이를 하고 상추를 뜯는다. 내일 점심상에 이 상추가 놓일 예정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애기상추를 조심조심 곱게도 뜯는다. 먹을 만큼 상추를 뜯고서는 배추의 속을 들여다본다.

"어? 선생님, 배춧잎에 구멍이 있어요. 달팽이가 먹었나 봐요."
"배추이파리가 엄청 부드러워요."
"배춧잎 속에 은행잎이 있어요. 놀러 왔나 봐요."

  
텃밭에 자라는 상추와 배추를 들여다보며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텃밭에 자라는 상추와 배추를 들여다보며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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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자라는 상추와 배추를 들여다보며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교실로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웠는지 뒷마당에 있는 놀이터로 향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하고 소리치며 뛰어가더니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시작되었다.

"잘 놀아야 잘 큰다"

충남 천안의 일봉유치원(원장 박향숙) 유아들이 방과 후 노는 모습이다. 김미경 원감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로 뛰어가며 와~하고 소리를 친다. 아이의 신나는 마음, 행복한 마음이 표출되는 거다.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로 뛰어가며 와~하고 소리를 친다. 아이의 신나는 마음, 행복한 마음이 표출되는 거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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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로 뛰어가며 와~하고 소리를 쳐요. 아이의 신나는 마음, 행복한 마음이 표출되는 거죠. 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모여 가위바위보를 하고 술래를 정하고 놀이를 해요. 놀이의 주체가 유아 자신이 돼서 놀이를 스스로 조직하는 거예요. 교사는 개입하지 않아요. 교사는 안전지도자, 관찰자, 조력자가 되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 함께 노는 거죠."

바깥놀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래서 평소 소극적인 아이들, 말을 잘 하지 않던 아이들도 바깥놀이 하러 나갈 때면 선생님께 다가와 먼저 손을 잡고 말을 걸기도 한다. 누리과정에서 하루 1시간 바깥놀이는 의무이다.

"유아기에는 대근육 활동을 많이 해야 해요. 바깥놀이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아이들이 교실에서도 집중할 수 있거든요. 밖에 나가서는 하늘도 보고, 공놀이도 하고, 훌라후프와 줄넘기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고, 그냥 막 놀기도 해요."

아이들은 특히 모래놀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마음대로 쌓았다 부셨다 할 수 있는 모래놀이에서 정서적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유아 심리치료에도 모래놀이가 자주 활용된다.

"모든 유아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아주 역동적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한창이다.
 아주 역동적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한창이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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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숙 천안일봉유치원 원장은 "놀이중심의 통합교육이 유아교육의 관건"이라고 밝히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덧붙여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에 신경 쓰고 조급해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세요. 발달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을 원하기도 하죠. 하지만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건 놀이와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성인의 문제도 유아기 때의 가정환경이나 양육 태도로 인한 게 많잖아요. 기초기본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요. 아이들이 최소한 옳고 그름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가정에서 잘 지도해주시면 좋겠어요."

박 원장은 이어 모든 유아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했다. 유아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말만 앞섰지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아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사립유치원 사태에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사립유치원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번 기회에 온전히 청렴해져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충남에서 단설유치원으로 가장 먼저 문을 연 천안일봉유치원에는 특수학급 1학급을 포함 총 8학급 145명의 유아들이 생활하고 있다. 방과후과정은 교육과정을 마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고 있다.
 

태그:#유아교육, #충남, #방과후, #천안일봉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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