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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글을 필자 동의를 얻어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2017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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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나의 입장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한당이 끝까지 반대하는 한 입법이 쉽지 않고,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이 특별법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법률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 의미에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나는 아래 이야기를 법리적 차원에서 다듬어 오는 30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긴급토론회'(박범계, 박주민 의원 주최)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1. 박주민 의원안의 골자

우선 현재 나와 있는 '특별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재판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알아보자.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상사건의 강제수사(구속, 압수, 수색 등)를 위한 영장심사를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 1인을 둔다.
▲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대상사건을 재판할 특별재판부(3인)를 둔다.
▲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 법관은 변협, 판사회의 및 시민사회 대표로 구성하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여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 대상사건의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

  
2. 특별재판부의 필요성

나는 그동안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해 기존 제도 하에서 재판이 이뤄지길 바라왔다. 우리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재판 진행을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제도도 법원이 적정한 배당원칙만 세운다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연이 없는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의 사법불신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의의 위기이자 국가의 위기이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주권자 대표기관의 헌법수호적 입법조치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 헌법적 근거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02조3항이다.

3. 특별재판부의 구성 원칙

논자 중엔 특별재판부는 특정인을 상대로 한 특별법(처분적 법률)이라 평등권에 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그렇지 않다. 만일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설치된 특별검사도 모두 위헌이다. 우리 헌재는 이미 특검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정당성이 있고 그 운영방법이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를 본질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위헌문제는 없다.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관련자와 관련 없는 법관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외에는, 피고인들에게 어떤 절차적 불이익도 가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들에게 헌법과 기존 형소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다면 위헌 논란이 나올 수 있다. 특별재판부는 일반 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가 되어서는 안 되며, 피고인에게 일반절차와 다른 특별한 절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현재 제안된 특별법의 내용 중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고 재판기간을 단축하는 특례는 적절치 않다. 이런 내용은 자칫 피고인에게 보장된 평등권이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위헌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
 
 검찰이 지난 9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 인물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직 대법관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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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별재판부의 명칭

특별재판부는 명칭에서 일반법원의 재판부와 다르다는 편견을 주기 쉽다. 현재 구상하는 특별재판부는 특별한 절차를 적용하는 특별재판소가 아닌, 일반법원의 전담재판부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런 면을 부각시키는 명칭이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일단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전담 재판부'라는 명칭을 제안한다.

5. 국제인권기준 위반에 대한 우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들면 특별재판소 설치를 금하는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법률가들이 있다. 유엔 사법부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ry) 제5항(모든 사람은 기히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는 일반 법원이나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기히 정당하게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재판소가, 일반법원이나 재판소에 속한 관할권을 대체하기 위해, 창설되어서는 안 된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우려는 위 원칙을 잘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위 원칙은 피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일반법원과 다른 절차를 갖는 특별재판소'(Tribunals that do not use the duly established procedures of the legal process)를 금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를 설치해 3심 재판을 단심 재판으로 줄여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안처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되,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까지 금하는 게 아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찬운씨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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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지난 2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해왔으며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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