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인>의 한 장면

영화 <시인>의 한 장면 ⓒ 도쿄국제영화제

 
지난 25일,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느 '도쿄 국제 영화제 (TIFF)가 개막했다. 1985년 일본의 첫 번째 영화제로 이름을 올린 도쿄 영화제는 올해는 31번째를 맞았다.

오는 11월 3일까지 열리는 '도교영화제' 축제 기간 중엔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여러 섹션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많은 영화 제작자들과 영화 팬들이 영화제 현장을 찾아 새로 나온 영화를 만날 전망이다.

특히 도쿄영화제 경쟁 부문은 세계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는다. 주최측은 경쟁부문에 오른 신예 감독의 프리미어 한 편을 선정하여 도쿄 그랑프리를 수여한다. 올해는 109개 국가 및 지역에서 1829 건의 작품을 출품했으나,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은 16편이다.

그동안 도쿄영화제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수많은 국제 영화 제작자의 경력에 ​​기여해 왔다. 과거 수상자로는 다섯 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Michel Hazanavicius), 2년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ñarritu)가 있으며 후카다 코지(Fukada Koji)는 2016년 칸영화제에서 < Harmonium >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들은 후보에 오른 16편에 대해 심사를 마친 뒤 도쿄 그랑프리, 심사위원 특별상, 최우수 감독, 최우수 여우 주연상, 최우수 남우주 연상, 최우수 예술상 공헌 및 최우수 각본상의 주인공을 가려낼 예정이다. 브릴 란 테 마 멘도사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 이란의 여배우 타라네 알리도시티, 홍콩의 스탠리 콴 감독, 일본의 여배우 미나미 가호도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변화하는 시대 사람들의 애증 관계 묘사
 
 영화 <시인>의 한 장면

영화 <시인>의 한 장면 ⓒ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중국의 리우 하오 감독이 연출하고 여배우 송 지아(Song Jia)와 주 야웬(Zhu Yawen), 저우 라이 징(Zhou Lijing)이 주연한 영화 <시인>은 광산에서 일하는 시인과 아내의 삶을 다루며 변화하는 시대의 사람들 사이 애증 관계를 능숙하게 묘사했다.

1980년대 문화 혁명과 1990년대의 시장 개혁 사이 시기에 중국 북부의 광산에서 일하는 무명시인 '우'(주 야웬)는 낮에는 광산에서 험한 일을 하고 밤에는 아내 '후이'(송 지아)에게 자기가 지은 시를 낭독해 주며 앞날에 대한 꿈을 꾼다.

시인은 자기가 지은 시를 여러 곳에 보내며 인정받기를 원하나 되돌아오는 편지봉투만 쌓이게 된다. 시인은 앞날 없는 삶에 대해 점점 더 절망하게 된다. 절망하는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사랑하는 아내다.

아내는 시인을 깊이 사랑하며 그의 좌절과 고통을 함께한다. 또 그의 시가 널리 알려지길 원한다. 과거 출판사를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내는 관리가 된 유명 시인의 손으로 쓴 시를 인쇄하는 일을 하게 되고, 남편 몰래 남편의 시를 유명시인의 손을 통해 알리려 한다. 그러나 아내와 유명시인의 관계를 오해하게 된 남편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 아내의 모습
 
 영화 <시인>의 리우 하오 감독과 배우 송 지아

영화 <시인>의 리우 하오 감독과 배우 송 지아 ⓒ 임순혜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은 등단을 하고 유명시인이 되어 돌아온다. 이후 아내를 그리워하며 예전에 아내와 함께 살던 곳으로 찾아가 사랑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잔인하기만 하다.

겉으로 보기엔 흔한 남편과 아내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지만 그들 주변의 사람들과 시대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라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의 그림자를 부둥켜 안고 몸부림치며, 남편의 그림자를 잊지 않겠다고 외치는 아내의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리우 하오 감독은 영화가 끝난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예산 22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세트 제작에 들어갔으며, 제작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중국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나는 이 기간을 직접 경험했으며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변화를 겪고 불안해했다. 그 점을 다루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도쿄국제영화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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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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